영화 강철비 2가 보여준 재미와 현실 정치
- 문화/문화와 방송
- 2020. 8. 19. 09:28
어제(18일) 문득 IPTV VOD 리스트를 살펴보다가 영화 <강철비 2>가 일찌감치 VOD 서비스 제공을 시작한 사실을 알게 되었다. 원래 영화관을 찾아서 영화를 볼 생각을 하고 있었지만 최근 다시 확산하기 시작한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영화관을 찾는 게 망설여져 보지 못하고 있었다.
다행히 VOD 서비스가 일찍 시작해 영화 <강철비 2>를 집에서 편하게 볼 수 있었는데, 지난 영화 <강철비 1>의 주인공 두 사람의 입장을 반대로 바꿔놓고 그린 영화 <강철비 2>는 여러모로 흥미롭게 볼 수 이는 에피소드가 그려졌다. 특히 이야기가 서서히 긴장감이 높아지는 구성이 좋았다.
영화 <강철비 2>의 초반은 영화 <강철비 1>처럼 곧바로 화려하게 폭탄이 터지며 ‘뭐야!? 어떻게 되는 거야!?’라는 긴장감을 주지 않았다. 물론, 중국과 일본 두 나라가 물밑에서 조용히 어떤 계략을 세우는 장면은 앞으로 영화 <강철비 2>가 그릴 사건에 대한 조용한 기대감을 품게 해주었다.
그리고 화면은 대한민국 청와대로 전환되어 대한민국 대통령 역할을 맡은 정우성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처음에는 드라마 같은 분위기를 보여주었다. 한미일 훈련에 동참할지 말지 고민하는 장면에서 시작해 해군 내부에 있었던 일본 극우 단체의 접근 사실에 대한 조사는 조용한 사건에 해당했다.
절대 빠르지 않게 천천히 사건을 그려나가기 시작하는 영화 <강철비 2>는 북한에서 대한민국 대통령, 미국 대통령, 북한 최고 위원장이 함께 하는 평화 회담으로 무대를 옮겨가게 된다. 그곳에서 세 대통령과 실무진이 나누는 협상 모습은 정말 실제로 저렇게 진행되지 않았을까 하는 느낌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을 본떠 만든 미국 대통령 캐릭터는 딱 과거 트럼프 대통령이 보여준 모습과 일맥상통 했다. 물론, 북한의 김정은을 본떠 만든 캐릭터는 다소 여러모로 위화감이 있었지만, 북한 내부에서도 의견 통일이 쉽지 않다는 것을 넌지시 비추는 해석은 현실에서도 충분히 가능성 있는 가설이었다.
그렇게 상당히 정교하게 평화회담을 그리고 있다는 것에 감탐하는 것도 잠시, 영화 <강철비 2>는 북한 내부 강경 세력의 주축인 곽도원을 중심으로 한 쿠데타가 일어나면서 일순 긴장감을 높이며 영화를 보는 이의 신경을 곤두세웠다. 이제부터 펼쳐질 전개는 총과 어뢰 등이 함께 하는 전개였다.
마치 영화 <백악관 최후의 날>을 보는 듯한 전개가 핵 잠수함 백두호 내부에서 일어나면서 눈을 뗄 수 없게 했다. 잠수함 내부에 있는 좁은 곳에 갇혀 갈등을 겪는 한국, 미국, 북한 최고 지도자 세 사람의 모습과 함께 중국과 일본 사이의 긴장을 초래하려고 하는 총국장의 모습이 잘 그려졌다.
영화를 보는 내내 마지막까지 긴장을 풀 수 없었고, 어쩔 수 없이 미래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수밖에 없는 상황 속에서 진전을 보이는 대표 세 사람의 협상도 흥미로웠다. 현실에서도 이렇게 협상 분위기를 만들면 잘 협상이 될지도 모른다는 바보 같은 생각을 순간 해버릴 정도로 몰입도가 있었다.
영화 <강철비 2> 마지막은 모두가 극적으로 목숨을 구하면서 북한과 미국의 평화협정 타결, 북한의 최고위원장이 한국 광화문을 찾아 한국 대통령과 함께 평화 선언을 하는 모습으로 영화는 막을 내리게 된다. 특히 마지막에 한국 대통령 역을 맡은 정우성이 하는 연설 속 질문이 인상 깊었다.
“통일은 대통령의 의지와 힘만으로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정치 관료의 의지와 힘만으로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70년 전에 끝나야 할 전쟁이 얼마 전에 끝났고, 30년 전에 완성되어야 할 평화 협정이 얼마 전에 완성되었습니다. 앞으로 평화가 정착되고 이해하는 데에도 수십 년이 걸릴 것입니다. (중략) 이제 국민 여러분께 묻겠습니다. 국민 여러분, 통일을 하실 겁니까?”
이 모든 것이 그렇다. 지난 문재인 정부가 북한 김정은 위원장과 만나 평화 협정을 타결하고, 미국과 북한의 이해 관계를 좁히기 위해서 최선을 다했지만 지금 남북 교류가 위기 상황에 처한건 통일을 원하지 않는 세력의 개입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 세력은 외부만 아니라 우리 내부에도 존재했다.
무엇이든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는 협정에 자신의 사리사욕을 넣어서 이간질을 부추기는 모 정당과 세력의 행위는 기어코 한국, 미국, 북한 세 나라의 갈등의 골이 깊어지게 만들어 모든 걸 허사로 만들어버렸다. 아마 한국에서는 통일 이전에 평화가 한반도에 찾아오는 걸 많은 세력이 반대할 것이다.
왜냐하면, 한반도에 평화가 찾아와 갈등과 보이지 않는 전쟁이 없어지면, 그 갈등과 보이지 않는 전쟁으로 돈을 벌고 권력을 휘두르는 사람들이 자신의 이익을 잃어버리게 되니까. 그렇기 때문에 그들은 오늘도 강경하게 한반도의 평화를 반대하며 코로나 바이러스를 퍼뜨리는 집회를 주도하고 있다.
정말 이제는 영화 <강철비 2>에서 볼 수 있었던 것처럼 어뢰나 대륙간 탄도 미사일 ICBM이 실제로 발사되는 위험을 눈앞에 맞닥뜨려야 제정신을 차릴지도 모른다. 자신의 목숨이 위험할 리가 없다고 생각하니 현상유지를 바라며 갈등과 불신의 씨앗을 뿌리면서 보이지 않는 전쟁을 부추기고 있으니까.
영화 <강철비 2>를 보면서 나는 문득 그런 생각을 했다. 우리 남북한이 평화로 나아가기 위해서 필요한 과정이 어쩌면 영화에 담겨 있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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