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번방 사건과 고 최숙현 선수 사건을 통해 본 잘못에 대한 감수성을 잃어버린 한국 사회
- 시사/사회와 정치
- 2020. 7. 7. 09:19
2020년이 되어서 뉴스를 통해 접한 여러 범죄 사건 소식은 우리 한국 사회가 얼마나 잘못에 대해 감수성을 잃어가고 있는지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모습에 대해 많은 사람이 ‘세상이 어쩌다 이 지경이 되었나’ ‘저 사람들은 사람도 아니다’라는 비판을 서슴지 않으면서 날 선 비판을 가했다.
2020년 가장 뜨겁게 쟁점의 중심에 있었던 사건은 성착취물을 공유하며 피해 여성을 협박하고 여러 차례 성추행 성폭행한 N번방 사건이다. N번방 사건은 우리 한국 사회가 가지고 있는 짙은 그늘 중 일부분이 드러난 사건이었고, 지금도 여전히 현재 진행형으로 조사와 처벌이 이루어지고 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서 최근에 터진 하나의 사건은 고 최숙현 선수의 사망 사건이다. 이 사건 또한 N번방 사건과 비슷한 형태로 구성이 되어 있었다. 가해자들이 고 최숙현 선수에게 성적 폭력을 가한 건 아니지만, 비인간적인 폭행과 폭언을 반복하며 기어코 피해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게 했다.
이러한 두 사건의 전개 과정과 드러난 모습을 보면 우리는 사람에 대해 크나큰 실망을 토로할 수밖에 없게 했다. 물론, 한쪽 사건의 가해자들은 그나마 경찰 조사 앞에서 “죄송합니다.”라는 말을 형식적으로 꺼내기는 했지만, 다른 쪽 사건의 가해자들은 증거가 불분명하니 오리발을 내밀고 있다.
나는 이 두 사건이 전혀 다른 종류의 폭행과 폭언이 이루어졌지만, 가해자들은 모두 하나 같이 전형적인 소시오패스의 양상을 보인다고 생각한다. 자신이 잘못에 대해 인지를 하고 있더라도, 그 죄책감에 대한 인식이 부족해 같은 잘못을 수차례 반복하며 문제를 더욱 키워온 사례라고 볼 수 있다.
N번방 사건과 고 최숙현 선수의 사건을 보면 다수의 가해자가 죄를 공유하며 죄책감을 덜었다. 지금의 나만 아니라 과거의 다른 사람도 해왔다는 자기변명을 내세워 잘못을 멈추려고 하지 않았다. 덕분에 이러한 잘못은 이미 그 깊이가 상당히 깊어졌을 뿐만 아니라 쉽게 끊어낼 수 없는 상태다.
현재 대표적으로 N번방 사건 주력자와 고 최숙현 사건의 주력 가해자들이 언론의 질타를 받고 있을 뿐이다. 이러한 문제는 또 다른 사각지대에서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유사 N번방은 버젓이 운영되고 있다는 이야기가 들려오고, 체육회 내부의 폭력은 다른 체육회도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고 한다.
아마 그들은 이번에 조금만 숨을 죽이면서 지내면 괜찮다는 걸 알고 있을지도 모른다. 한국 사회에서 이러한 문제는 매번 수면 위로 떠 오르며 많은 질타를 받았지만, 결국에는 시간이 지나면 사람들은 ‘그런 일도 있었지’라고 인식할 뿐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사이에도 잘못은 계속해서 되풀이되고 있다.
N번방 사건과 고 최숙현 선수의 사건은 극단적인 사건이라고 말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러한 형태의 사건은 크기에 상관없이 이루어지고, ‘라떼는 말이야 더했어.’라는 형태로 잘못에 대한 합당한 처벌과 반성 없이 반복되고 있다.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르렀음에도 쉽사리 고쳐지지 않는 이유는 단순하다.
그것은 ‘잘못했다.’라고 자신 스스로 인정할 수 없기(혹은 하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가 사는 한국 사회가 추구하는 결과만 좋으면 된다는 결과 지상주의와 과도한 경쟁 구도가 더욱 잘못에 대한 감수성을 잃어버리게 하고 있다. 최근에 터진 전 걸그룹 AOA 출신의 폭로로 터진 사건도 같은 맥락이었다.
어쩔 수가 없다. 겉만 좋으면 속은 어떤지 보지 않는 한국 사회의 전형적인 태도는 고쳐질 수가 없다. 짙은 그늘 내에서 잘못이 반복되게 하고, 잘못을 하는 사람들의 수가 늘어나거나 시간이 길어질수록 사람들의 죄책감은 더욱더 옅어지면서 또 다른 N번방 사건과 단체 폭행 폭언 사건이 발생한다.
그리고 가해자들은 하나 같이 입을 모아서 말할 것이다.
“나 때는 더 심했다.”, “그 정도로 상처를 받을 줄 몰랐다.” “죄송한 마음은 있지만, 그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피해자가 무엇인가 잘못된 부분이 있기 때문에 그런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가?”
점차 잘못에 대한 감수성을 잃어가며 소시오패스로 살아가는 게 당연해지는, 소시오패스로 살아갈 수밖에 없게 되어가고 있는 한국 사회. 오늘 당신은 이 한국 사회에서 어떤 사람으로서 살아가고 있는가? 지금 그들을 손가락질하고 비판하면서도 어쩌면 당신도 인지하지 못한 잘못을 반복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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