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왜 위험한 것에 끌리는가
- 문화/독서와 기록
- 2020. 5. 20. 09:57
사람을 살아가면서 ‘해서는 안 되는 일’에 자신도 모르게 손을 뻗는 경우가 많다. 최근에 뜨겁게 화제가 되면서 방영되다 끝을 맺은 드라마 <부부의 세계>에서 소재로 다루어진 불륜이 대표적인 사례 중 하나다. 불륜은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는 행위라는 걸 알고 있어도 몇 사람은 쉽게 해버리게 된다.
하지만 우스운 일은 불륜을 저지른 사람들도 절대 ‘쉽게’ 불륜을 저지른 게 아니라는 점이다. 그들은 자신이 불륜을 저지르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어서 속으로는 극심한 책임감과 스트레스를 겪기도 한다. 특히 자신이 함께 사는 배우자에 대한 이성으로서 호감이 떨어지지 않았을 때는 더욱더.
오늘 읽은 <우리는 왜 위험한 것에 끌리는가>라는 책에서 ‘사랑해선 안 될 사람과 사랑에 빠지다’ 장에서 불륜을 저지른 남성들을 연구한 결과를 아래와 같이 말한다.
오래된 연인이 섹스에 대한 관심이 줄어든 상황에서 외도를 저지른 남성의 경우는 심장마비 위험이 딱히 증가했다는 징후가 없었다. 반면 오래된 성적 파트너가 섹스에 대한 관심이 변화가 없는 외도 남성들은 심장마비 위험이 증가했다. 이는 어떻게 해석하면 될까? 섹스에 관심이 있을 뿐 아니라 성행위를 하고 싶어 하는 파트너를 속이는 것이 엄청난 죄책감을 유발한 것은 아닐까?
피렌체대학교의 연구팀이 실시한 조사를 통해 오랜 파트너를 속이고 외도를 저지르는 남성은 깊은 죄책감에 사로잡히고 결국에는 심각한 건강 문제를 야기할 수 있음이 밝혀졌다. (본문 203)
그런데도 왜 사람들은 불륜을 저지르게 되는 걸까? 그것 또한 ‘사랑’이라는 위험한 요소가 가지고 있는 특이점에 사람들이 끌리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때때로 사랑을 가리켜 사람들은 ‘불장난’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하지만 우리가 사랑에 반응하는 건 생각보다 과학적인 요소가 제법 많다.
<우리는 왜 위험한 것에 끌리는가>에서 사랑에 대해 연구한 사람들의 과학적 증명 요소를 읽어보면 다음과 같다.
낭만적인 사랑은 뇌의 ‘사랑’ 전용센터를 활성화하는 것이 아니라, 즐겁고 재미있는 다양한 쾌락 활동에 반응하는 보상경로를 활성화했다. 이는 무슨 뜻일까? 남녀 간의 사랑을 하나의 감정으로 생각하는 대신에 목적 지향적인 감정 상태로 이해하는 것이 더 정확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이것은 또 무슨 말일까? 무엇보다도 사랑을 이런 식으로 생각하면 훨씬 덜 낭만적이다. 가령 스킨십을 나누면서 연인 때문에 강렬한 목표지향적 감정 상태가 되었다고 말하면 어떻게 될까? 아마도 스킨십에 대한 감흥이 사라질 것이다. 한편으로는 사랑 그 자체가 궁극적인 목적이 아님을 뜻한다. 오히려 사랑은 출산과 종족 보존을 보장할 수 있는 특이한 방식으로 행동하라는 지령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여기에는 사랑이 정신적이 아니라 세속적이라는 의미가 함축되어 있다. 정말 확 깨지 않는가. (본문 196)
우리는 스스로 내가 누군가를 사랑하는 마음은 스킨십에 이끌린 게 아닌 그 사람에게 끌렸다고 자주 항변한다. 하지만 사랑하기 때문에 자연스러운 스킨십에서 섹스를 하게 되는 것과 마찬가지로 섹스를 하기 때문에 자연스러운 사랑을 하게 되는 경우도 있는 거다. 그래서 사랑과 섹스는 위험하다.
많은 사람이 사랑과 섹스는 인간의 원초적인 욕구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 그럼에도 우리가 이러한 두 가지 욕구에 끌리는 이유는 사랑과 섹스 두 가지가 우리에게 가져다주는 이점이 분명하게 있기 때문이다. 사랑과 섹스가 우리에게 주는 건 단순한 성적 만족을 넘어서 정신적인 안정과 건강이다.
<우리는 왜 위험한 것에 끌리는가>의 첫 장 ‘성생할의 이로움’ 장의 정리 부분에서 읽을 수 있는 섹스가 우리에게 주는 효과 총 세 가지를 옮겨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성적 흥분이 마약을 복용하거나 좋아하는 축구팀의 득점 장면을 볼 때와 마찬가지로 뇌의 보상경로를 활성화한다는 점이다. 즉, 섹스가 즐거운 행위라는 사실을 공식적으로 증명해준다. 하지만 그 사실을 알기 위해 굳이 공식적인 증거까지 필요한 사람이 있을지 의문이다.
둘째, 오르가즘을 느끼느 순간 뇌의 활동이 남성과 여성 모두 아주 비슷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즉 성적 반응의 절정기를 남성은 여성으로 사는 것이, 여성은 남성으로 사는 것이 어떤 기분일지 강장 잘 이해할 수 있는 순간으로 만든다.
셋째, 섹스는 젊고 탄력적인 외모를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되는 안면 운동을 할 기회가 될 수 있고, 통증과 불안에 대한 해독제일 수도 있다. 뿐만 아니라 섹스는 에너지 소모라는 신체적인 대가를 요구하지만, 이것은 새로운 파트너와 더 많은 섹스를 할 때 상쇄될 수도 있다. (본문 55)
즉, 다시 말해서 평범하게 연애를 하면서 섹스를 즐기는 사람이 그렇지 못한 사람보다 더 쾌활하고 건강하다는 뜬소문이 사실이라는 점을 알 수 있다. 이 정도면 돈을 주고 섹스를 정기적으로 하는 것도 나를 위한 선택이 되지 않을까 싶은데, 이는 서로에 대한 존중이 없는 행위이니 지양하고 싶다.
사랑과 섹스는 서로를 황홀하게 하는 만큼 간혹 남녀 모두의 의사 결정력을 극단적으로 손상하는 경우도 있어 위험한 것은 지명하다. 만약 당신이 돈을 주고 섹스를 하면서 ‘인위적인 사랑’을 하는 행위에 빠져 있다면 그것은 마약 중독과 같은 위험한 상황이다. 부디 정신과 도움을 받기를 바란다.
아무튼, 이렇게 <우리는 왜 위험한 것에 끌리는가>라는 책은 평소 우리가 위험한 것에 끌리는 욕구에 대해서 상세히 설명하고 있다. 내가 오늘 글에서 언급한 ‘사랑과 섹스’ 두 가지는 개인적으로 지대한 흥미가 있는 부분이기 때문에 책을 읽는 동안 유독 많은 클립을 끼우면서 표시한 부분이었다.
나는 아직 누군가를 사랑해본 적도 없고, 섹스를 통해서 황홀한 즐거움을 맛본 적도 없다. 더욱이 <우리는 왜 위험한 것에 끌리는가>의 제2장에서 말하는 음주에도 끌린 적이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에서 읽을 수 있는 요소 하나하나는 무척이나 흥미로워 매일 한 꼭지마다 책을 열심히 읽었다.
우리가 욕을 하면서 스트레스를 해소하거나 기쁨을 표현하는 이유, 운전을 잘한다고 자신할수록 사고가 빈번해지는 이유, 돈을 주더라도 섹스를 하고 싶어 하는 이유, 스스로 스트레스를 주며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이상한 행동을 하는 이유 등을 책을 통해 호기롭게 읽어볼 수 있어서 좋았다.
오늘 당신이 심리학에 다소 관심이 있고, 우리가 평소 끌리는 위험한 것에 대해 잘 대처할 수 있는 방법을 알고 싶다면, 나는 이 책 <우리는 왜 위험한 것에 끌리는가>의 일독을 권하고 싶다. 아마 집중해서 책을 읽기 시작한다면 금방 책에 빠져들어서 쉽게 책에서 헤어나오지 못할 것이다.
이 글을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