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7억의 시선으로 본 N번방 사건과 77억의 성교육
- 문화/문화와 방송
- 2020. 4. 14. 08:27
마치 <비정상회담>을 연상하게 하는 JTBC <77억의 사랑>은 매번 프로그램을 시작할 때마다 다양한 이슈를 가지고 각 나라의 이야기를 들어보는 시간을 갖고 있다. 지난 월요일(13일)에 방영된 제10회에서는 우리나라를 한동안 뜨겁게 하고 있는 ‘N번방 사건’을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었다.
N번방 사건은 일부라고 말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은 인원이 불법 성착취물을 공유할 뿐만 아니라 특정 여성들을 향해 성추행 혹은 성폭행을 가한 사건이다. 그 사건의 가해자들이 만든 텔레그램 방이 N번방으로, 그 방에서는 정말 상상조차 할 수 없을 정도의 말과 영상이 공유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N번방과 조금이라도 연루된 사람을 확실히 조사해서 처벌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한국에서는 그 모두를 처벌하기에 제도가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왜냐하면, 이번 N번방 사건에는 가해자에 미성년자도 다수 있을 뿐만 아니라 범죄 특정과 정리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77억의 사랑>을 통해 들을 수 있었던 미국 타일러의 의견에 따른다면, 미국에서는 만약 어떤 여성을 다른 곳으로 끌고 와서 성폭행할 경우 납치죄에 성폭행죄가 가중되어 처벌이 된다고 한다. 하나의 죄라도 그 죄를 저지르는 과정에 쌓았던 여러 죄를 하나하나 가중해서 처벌하는 방식이다.
그렇기 때문에 미국에서는 성폭행을 비롯한 무거운 범죄에 무거운 형벌이 내려진다. 하지만 이와 반대로 한국은 누군가를 끌고 와서 성폭행을 했다고 해도 성폭행죄 하나가 성립하기 어렵다. 왜냐하면, 함께 술을 마시다가 성폭행을 당했을 경우 ‘과연 의사가 어떻게 되었나’ 판단하기 때문이다.
어떻게 본다면 조금 더 문제를 객관적으로 본다고 말할 수 있다. 법은 어디까지 가해자를 처벌하는 목적인 동시에 억울한 사람이 나오지 않도록 하기 위한 목적을 가지고 있으니까. 하지만 그런 법의 허점을 이용해서 범죄를 저지르고 처벌을 받지 않거나 약한 처벌을 받는 사람이 문제가 되고 있다.
현재 N번방 사건은 범죄 조직으로 취급해 단체 처벌을 할 수 있을지 없을지 모르는 상황이다. 더욱이 통칭 ‘박사’로 불린 조주빈만 아니라 유포 혐의를 받는 부따는 만 18세로 올해 성인이 되는 청소년이라 처벌 수위가 논란이 되고 있다. 과연 부따를 성인으로 처벌할지 청소년으로 처벌할지.
N번방에는 ‘부따’ 한 명만 아니라 미성년자도 다수 포함이 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에 한국 사회에 큰 충격을 주었다. 물론, 한국은 겉으로는 아닌 척해도 성적 콘텐츠 소비 시장이 굉장히 큰 곳이기 때문에 이러한 문제가 발생했다고 볼 수 있다. 그저 우리는 고개를 돌리고 있을 뿐이었다.
‘일부 사람만 그렇지’, ‘설마 그런 사람이 있겠어?’, ‘그런 교육이 꼭 필요해?’, ‘나중에 해도 늦지 않아.’ 같은 의견으로 제대로 된 성교육이 이루어지지 않으면서 성이 존중과 배려가 아니라 착취와 오락을 위한 대상이 되어버린 거다. 그러한 가벼운 인식과 가벼운 처벌이 지금의 문제를 낳은 셈이다.
무엇보다 오늘날 일어나는 성폭행과 관련된 일은 스마트폰을 이용해 촬영되고, 스마트폰을 통해 N번방 같은 은밀한 SNS 단체 채팅방을 통해 공유되는 일이 잦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처벌 수위를 높이는 일만 아니라 제도적 보완과 한국이 취하지 못한 교육의 필요성도 크다.
<77억의 사랑 10회>에서는 각 나라의 피임과 성교육에 대한 이야기도 들어볼 수 있었다. 나는 청소년 시절에는 전형적인 한국의 성교육, 거의 성교육이 아니라 생물학적 시점에서 이야기한 성교육을 들었고, 사회복무요원으로 근무할 때 단체 교육 동안 피임과 성병과 관련된 교육을 들었다.
하지만 다른 나라들은 한국이 10대 청소년 시절이 되면 실시하는 생물학적 시점의 성교육을 유아부터 초등학생 시절에 했다. 그리고 사춘기를 겪으면서 성적 호기심이 커지고 2차 성징이 나타날 때는 차이에 대해 배우면서 피임 교육을 받는다. 이러한 교육이 필요하다는 걸 우리 모두 공감할 것이다.
그런데도 왜 한국에서는 적절한 시기에 적절한 성교육이 이루어지지 않는가?
그건 오랜 유교 문화의 영향으로 여전히 어른들이 청소년과 아이들에게 성과 관련해 이야기하는 것을 어렵게 느끼거나 불필요하다고 느끼기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지금도 중·고등학교에 콘돔과 피임약을 가지고 교육한다면 학부모들이 “애한테 무슨 짓이냐?”라면서 민원을 넣거나 따질 때가 많다.
아직 한국은 그 정도의 수준에서 머무르고 있는 거다. 그렇기 때문에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안일한 의식이 커질 수밖에 없다. 모두가 함께하니 죄책감은 더욱 옅어지고, 성도덕 교육부터 시작해서 피임과 관련된 교육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으니 문제는 반복되고 그 수위는 커질 수밖에 없는 거다.
오늘 시간이 된다면 클립 영상으로도 <77억의 사랑 10회>를 다시 볼 것을 추천하고 싶다. N번방 사건에 두고 벌인 처벌과 공개 수위에 대한 다양한 의견과 성교육에 대한 의견을 들으면 꽤 다양한 각도에서 생각해 볼 수 있다. 이 글을 읽는 당신은 우리 한국의 성교육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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