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 등등의 연애, 보통 사람들의 연애 이야기

 JTBC 수요일 예능 프로그램 <한끼줍쇼>를 보면 어떤 집에 띵동을 해서 밥을 함께 먹을 때마다 종종 문을 열어준 부부의 연애 이야기를 듣는 장면이 있다. 평범한 사람들의 오랜 추억이 담긴 연애 이야기를 볼 때마다 나는 무심코 생각한다. ‘과연 나도 살면서 저런 날이 오게 되는 걸까?’라고.


 아무리 상상 같은 생각을 해도 나는 좀처럼 내가 연애를 한다는 그림이 그려지지 않는다. 이런 내가 누군가를 좋아할 수 있을 것 같지도 않고, 또 누군가 좋아해 줄 것 같지도 않고, 사람과 관계가 서투른 내가 과연 연애를 통해 사람과 밀접한 관계를 맺을 수 있을 것 같지도 않다. 나는 그런 사람이었다.


 오늘 우연히 만나서 읽게 된 <기타 등등의 연애>는 나와 인연이 없을 것 같은 책이었다. 이 책은 제목 그대로 드라미탁한 주인공들의 연애 이야기가 아니라 기타 등등에 속하는 평범한 우리들의 연애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당연히 그 이야기의 소재는 저자와 저자의 가족이 된 두 사람의 이야기다.



 저자는 지금의 저자를 만나기 전에 약 100번에 달하는 소개팅을 했다고 말한다. 100번의 소개팅. 혼자만 하던 첫사랑에 실패하며 우울해하기도 하고, 어떻게 해서라도 좋은 사람 맞는 사람을 만나기 위해 100번이나 소개팅을 했다고 한다. 어떻게 소개팅을 100번이나 할 수 있는 건지 놀랍다.


 물론, 이건 어디까지 내가 그런 경험이 없기 때문에 놀랍다고 말한 거다. 낯선 사람과 100번이나 만나 그 사람이 나와 맞는지 알아보고, 그 사람과 시간을 보내며 사랑이라는 감정이 싹터서 연애라는 단계를 밟게 되는 게 신기하다. 사람의 마음이라는 건 그렇게 누군가를 갈구하게 되는 건가 싶었다.


 하지만 <기타 등등의 연애>의 저자가 지금의 인연을 만나게 해준 건 소개팅이 아니라 트위터였다. 트위터를 통해 같은 취미와 관심사를 가진 사람과 꾸준히 메시지를 주고받다가 용기를 내어서 만나자는 메시지를 보내면서 인연을 맺게 되었다. 참, 이 이야기를 읽으면서 대단히 놀랄 수밖에 없었다.



 ‘일기일회(一期一會)’라는 말이 있다. 그 사람과는 두 번 다시 만날 수 없을지도 모르니 한 번의 만남을 소중히 하라는 의미다. <기타 등등의 연애> 저자는 그 한 번의 만남을 소중히 여겼고, 작은 용기를 내면서 지금의 인연으로 이어올 수가 있었다. 어떻게 본다면 연애에는 용기가 정말 중요한 것 같다.


 책의 저자만 아니라 저자의 상대이자 지금은 가족이 된 사람도 그랬다. 아주 작은 용기를 내면서 두 사람은 트위터를 통해 메시지를 주고받은 온라인이 아니라 오프라인에서 만나게 되었고, 만나는 횟수를 늘려가며 오늘에 이를 수 있었다. 저자는 기타 등등의 연애라고 했지만, 나에겐 주인공의 이야기다.


 나는 과연 이렇게 작은 관심을 가진 상대에게 용기를 내어서 말을 걸 수 있을까?


 한번 상상을 해봤지만, 도무지 무리라는 생각이 든다. 대학에 다니던 시절에 연애해보고 싶다는 생각은 한 번도 해본 적은 없지만, 예쁘다고 생각하거나 혹은 우연히 어떤 사람의 취미를 알게 되어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고 생각한 사람이 있었다. 하지만 나는 단 한 번도 나서서 말을 걸어본 적이 없다.


 어떤 때는 우연히 마주 보는 자리에 앉았다가 눈이 마주쳐 3~5초 동안 서로 머무른 적이 있는데, 당연히 그때도 아무런 말도 할 수가 없었다. 그저 손에 들고 있는 곧 시작하는 번역 수업의 원고를 읽어보는 일이 내가 할 수 있는 전부에 해당했다. 그렇게 나는 한 번의 연애 없이 29년을 살아오고 있다.



 <기타 등등의 연애> 마지막 장에 가까워지면 ‘성장했어, 너와 함께’라는 소제목이 적힌 저자의 이야기와 저자를 만난 그의 이야기를 읽어볼 수 있다. 그를 만나 ‘을의 연애를 벗어날 수 있었다는 저자의 이야기와 그녀(저자)를 만나기 전 ‘나의 삶은 무채색이었다’고 말하는 그의 이야기.


 이 두 이야기를 읽으면서 연애라는 게 사람을 긍정적으로 바꿔놓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아니, 연애 그 이전에 좋은 사람과 좋은 인연을 맺게 된다면 사람은 크게 달라질 수 있는 법인 것 같았다. 서로에게 해가 되는 관계가 아니라 서로를 더욱 발전할 수 있게 되는 관계. 그게 이상적인 관계다.


 저자는 ‘기타 등등의 연애’라는 이름으로 자신이 겪은 연애 이야기와 지금의 그를 만나기 전까지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하지만 나는 책을 읽으면서 생각했다. 저자와 그의 이야기는 기타 등등의 이야기가 아니라 분명히 자신들만의 무대에서 너무나도 멋진 주인공과 히로인이었다고 생각한다.


 책을 읽으면서 언젠가 나도 이런 기타 등등의 연애를 할 수 있을까 상상도 해보았고, 이윽고 나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면서 ‘나는 그냥 이렇게 살래.’라는 체념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사람의 인연이라는 게 어떻게 될지 모르는 법이니 그저 만나는 인연을 조금 더 소중히 하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오늘 당신이 나와 같은 평범한 사람들의 연애 이야기를, 혹은 누군가의 살아가는 보통의 이야기를 읽어보고 싶다면 나는 이 책 <기타 등등의 연애>의 일독을 권하고 싶다. <기타 등등의 연애>는 평범해도 결국은 사랑할 수 있고 사랑받을 수 있다는 걸 넌지시 들려주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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