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우리는 유벤투스와 호날두 노쇼에 분노하나

 지난 서울 월드컵 경기장을 찾은 많은 사람이, 아니, 경기장을 찾은 사람만이 아니라 유벤투스와 K 리그 팀의 친선 경기를 기다린 많은 사람이 한결 같이 분노의 목소리를 드러냈다. 그 목소리의 표적인 된 건 유벤투스와 함께 단 한 차례 몸을 푸는 모습도 보여주지 않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다.


 사실 축구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사람도, 유벤투스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도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라는 이름은 알고 있다. 그는 리오넬 메시와 함께 세계적인 축구 선수 TOP 랭킹에 해당하는 선수이고, 평소 호날두는 한국을 찾은 적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우리 형'이라는 친근한 별명이 있었다.


 왜냐하면, 호날두는 다른 지역에서 보여주는 팬들을 향한 태도가 너무나 부드러웠기 때문이다. 물론, 언론에서 일부러 그런 장면을 중점적으로 보여주며 호날두의 가치를 높인 건지도 모르지만, 호날두가 팬을 대하는 자세는 여러 번 화제가 되면서 사람들 사이에서 '역시 우리 형이다!'라는 말을 낳았다.


 하지만 한국을 찾은 호날두의 모습에서는 '우리 형!'이라는 말에 어울리는 모습은 전혀 찾아볼 수가 없었다. 호날두는 한사코 팬들을 위한 어떤 제스쳐를 취하지도 않았고, 경기장에서는 가만히 앉아있기만 할 뿐이었다. 그런 그의 모습에서는 팬들을 대하는 프로로서 가져야 할 모습을 찾아볼 수 없었다.


 사람들이 분노하는 것도 당연한 일이었다.



 그런데 하나하나 살펴보면 일이 이렇게 될 수밖에 없는 것도 당연하다는 생각이 든다. 호날두가 소속된 유벤투스는 싱가포르 일정부터 시작해서 중국을 거치며 익숙하지 않은 고온 다습한 아시아의 날씨를 겪어야 했고, 장기간 이동을 하는 일정인데도 휴식 시간은 너무나 부족해 몸이 분명히 지칠 수밖에 없었다.


 육체적인 피로만 아니라 정신적인 피로도 상당했을 거라고 생각한다. 이렇게 불쾌지수가 높아지는 한국이 가진 특유의 날씨는 스케줄이 정상적으로 움직여지지 않는 데에 무척 스트레스가 심했을 거다. 더욱이 중국에서 비행기가 2시간이 연착되고, 한국에서 도착해 공항에서 호텔로 이동하는 데에도 지연이 되었다.


 또한, 호텔에서 경기장에 오는 데에도 지연이 되는 바람에 경시 시작 시간 자체가 50분이 더 늦었다. 이런 상황이 계속해서 겹치면 아무리 프로 정신을 강하게 가진 인물이라고 해도 짜증이 날 수밖에 없을 거다. 그래도 약속은 약속이기 때문에 팬 앞에서 최선을 다해 작은 행동이라도 보여줘야 하는 게 진정한 프로다.


 하지만 이번에는 그런 모습을 일절 볼 수가 없었다. 경기장에서 목이 빠져라 기다린 팬들은 앞으로 두 번 다시 볼 수도 없을 이벤트일 수도 있어서 자리를 떠나지 않았다. 비가 오고, 지연이 되더라도 일단은 기다렸다. 그런 팬들을 향해 벤치에만 앉아 있는 게 아니라 최소한의 제스처라도 해줄 수는 없었던 걸까?


 유벤투스의 다른 선수들은 피로한 몸으로 열심히 경기를 뛰면서 K 리그 팀을 상대했다. 하지만 유벤투스의 간판 스타이자 많은 한국 팬이 기다렸을 호날두는 어떤 모습도 볼 수가 없었다. 벤치에 앉아 팀원과 잡담을 나누고, 카메라가 비추면 잠시 행동을 멈추는 게 전부였다. 우리가 뉴스로 접한 호날두의 모습이 아니었다.


 주최사 측의 무리한 일정이 있었던 것도 이해하고, 한국의 고온다습한 날씨가 불쾌지수와 함께 몸에 이상 신호가 오게 했을 수도 있다는 것도 이해한다. 하지만 그래도 최소한 프로로서 기다린 팬들을 향해 최소한의 양해를 구하는 말을 직접 하거나 혹은 경기장에서 작은 행동을 취해줄 수는 없었던 걸까?


 너무나 실망스러웠던 유벤투스와 호날두.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유벤투스와 호날두의 노쇼에 분노할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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