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이 자극하는 일본 불매 운동에 대한 생각
- 시사/사회와 정치
- 2019. 7. 8. 10:13
일본의 아베 총리가 한국의 반도체를 비롯한 여러 제품에 규제를 부과한다고 밝히자, 몇 한국 시민들은 우리도 맞대응할 필요가 있다면서 일본 제품 불매 운동에 나서고 있다. 특히, 국내에서 커다란 영향력을 지니고 있는 유니클로와 ABC 마트, 다이소 등 여러 매장에 대한 불매 운동을 말하고 있다.
하지만 나는 이러한 운동이 그저 생색내기에 불과하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불매 운동을 한다고 해도 어디까지 소수의 시민이 참여할 뿐이고, 과거처럼 감정에 휘둘리지 않는 사람들은 ‘니들은 해라. 난 그냥 이용할래.’라는 형태로 여전히 자신이 소비하는 장소와 패턴을 바꾸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 이 글을 쓰는 나도 그렇다. 처음 일본에서 넘어오는 여러 제품에 대한 불매 운동을 한다는 말을 들었을 때 코웃음 치고 말았다. 무엇보다 아베 총리가 한국을 대상으로 규제하고자 하는 영역은 산업적으로 영향이 큰 분야이지, 일반 시민이 주요 이용하는 생활 혹은 식품에 대한 부분이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만약 한국에서 일본에 맞대응해서 불매 운동을 하고자 한다면, 유니클로 혹은 다이소 등에서 제품을 안 사는 게 아니라 미쓰비시 자재 불매 운동 혹은 도요타 닛산 등의 자동차 불매 운동 수준으로 이어져야 그 수준이 맞다. 겨우 일본 생활 제품을 사지 않는다고 그게 이치에 맞을까?
나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지금 한국에서 일어나는 소규모 일본 제품 불매 운동은 한때 마이클 샌델의 <정의란 무엇인가>를 읽으면 굉장히 인문학에 관심이 많은 사람처럼 보여서 너나 할 것 없이 일단 책을 사고 봤던 현상과 똑같다. 즉, 그저 보여주기 위한 생색내기에 해당할 뿐인 알맹이 없는 운동이다.
그래서 나는 이러한 소식을 들을 때마다 ‘별 쇼(SHOW)를 다 하네.’라는 말밖에 할 수 없었다. 지금도 유니클로 매장이나 ABC 매장은 사람들로 북적이고, 주말에 찾았던 다이소는 사람들이 발 디딜 틈을 찾기 어려울 정도로 사람들이 많았다. 그저 언론이 조금 자극적으로 불매 운동 소식을 전할 뿐이다.
언론은 이렇게 갈등이 심해질수록 취재할 거리가 생기고, 자극적으로 보도하면 할수록 크고 작은 반응을 이끌어낼 수 있기 때문에 지금의 상황을 이용하고 있을 뿐이다. 아무리 언론이 이렇게 짖어대도 일본산 제품을 사는 사람은 꾸준히 사고, 일본 여행을 가는 사람은 꾸준히 가는 게 우리의 현실이다.
만약 일본 불매 운동이 광범위하게 일어나고자 한다면, 내가 오는 7월 24일 영화관을 찾아볼 예정인 애니메이션 극장판 <명탐정 코난 감청의 관>도 상영을 철회해야 할 거다. 하지만 전혀 그런 움직임은 없을뿐더러 새로운 예고편이 이틀 전에 공개되면서 많은 팬이 설렘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웃음)
이게 바로 우리가 마주한 ‘현실’이다. 일본 불매 운동은 그저 뭔가 하나 관심을 받을 게 없나 찾아다니며 괜히 정당한 이유를 붙여 관심을 끌고자 할 뿐이다. 더욱이 우리는 이러한 불매 운동의 뒤에 어쩌면 그 사람이 숨기고 있는 ‘이익을 위한 전략’에 놀아나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니 괜히 혐오 조장에 휘둘리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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