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나지 못해도 잘 살아가고 싶다
- 문화/문화와 방송
- 2019. 6. 30. 09:19
지난 토요일 밤에 <보이스 3 15회>를 보고 나서 KBS 채널을 틀었더니 <대화의 희열>을 통해서 배우 이정은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이정은의 이야기를 처음부터 끝까지 들은 건 아니었지만, 근래에 화제가 되었던 드라마 <눈이 부시게>와 함께 사는 이야기를 다소나마 들을 수 있었다.
이야기를 전해 들으면서 배우 김혜자가 보여준 평소의 모습, 그리고 배우 이정은이 배우로 살아남기 위해서 어떤 배우가 되고자 했는지, 오늘날 작품을 선택하는 배우들의 경향에 숨은 뜻을 들으면서 상당히 큰 호기심이 생겼다. 왜냐하면, 그 이야기는 배우이기도 하지만 한 사람의 이야기라서.
배우 이정은은 이야기를 마무리하며 마지막에 이런 말을 했다.
“잘 난 건 타고나는 거지만, 잘 사는 건 나 하기 나름이다.”
어떻게 보면 그 메시지는 너무나 흔한 메시지다. 서점을 방문하면 자기계발 카테고리에 진열된 책 열 권 중 열 권이 하는 말이고, 에세이 카테고리에서 어느 한 책을 집어서 읽으면 열 권 중 다섯 권은 하는 말이다. 그렇게 가슴이 크게 울리는 메시지가 아닌데도 순간적으로 확 와 닿았다.
그 이유는 역시 <대화의 희열>을 통해 배우 이정은이 들려준 사는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긴 이야기를 듣지 못했지만, 잘난 사람들 사이에 비집고 들어가 “나는 여기에 있다!!”라며 당당히 나를 주장하기 위해서 갖은 노력을 아끼지 않았던 그녀의 이야기가 계기를 주었던 거다.
“잘 난 건 타고나는 거지만, 잘사는 건 하기 나름이다.”라는 말을 곱씹으며 지금 이 글을 쓰는 나는 다시금 생각해보았다. 과연 나는 잘 살기 위해서 똑바로 노력하고 있는지, 아니면, 그저 대충 애쓰며 노력하고 있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서 겉치레에 머무르고 있지는 않은지 스스로 물었다.
<대화의 희열>을 본 이후 잠시 나와 묻고 답한 결과, 솔직히 열심히는 하고 있어도 정말 뒤가 없다는 생각으로 열심히 하고 있지 않다는 걸 알 수 있었다.
흔히 성공한 많은 사람은 배수의 진을 치고 해야 진짜 절박하게 열심히 노력할 수 있고, 그 절박한 심정이 지금보다 더 나은 나를 만들어서 잘 살 수 있는 힘이 된다고 말한다. 책이나 강연을 들으면 너무나 흔히 들을 수 있는 말이다. 그리고 그 말은 하나의 원칙이 되어 일방적으로 강요를 받는다.
물론, 절박한 심정으로 노력해야 한다는 건 분명하다. 하지만 나는 여기서 ‘잘 사는 건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다시금 해보면서 우리가 ‘잘 살고 싶다’라는 말에 담긴 의미를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무작정 성공해서 부유하게 살고 싶은 건지, 오늘 하고 싶은 걸 하며 살고 싶은 건지 말이다.
절박하게 무언가를 해서 빠른 성공을 좇는 건 분명히 멋진 삶이고, 결과를 빠르게 이룰수록 멋진 잘난 삶을 살아가거나 잘 살 수 있는 가능성도 높을 거다. 하지만 굳이 그렇게 서두르지 않더라도 때때로 주변 풍경을 보며, 오늘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천천히 앞으로 나아가는 삶도 잘 사는 삶이 아닐까?
결국에는 나 하기 나름이다. 누구보다 앞장서서 성공이라는 목표 지점을 향해 달려가서 “나는 여기에 있다!”라고 외치는 삶은 멋지다. 하지만 그렇게 할 수 없다면, 조금 느리더라도 분명히 하고 싶은 일을 실천하며 “지금의 나는 여기에 있다!”라며 보여주는 삶도 다 나름대로 멋진 삶이 되리라 생각한다.
나는 서둘러 가기보다 천천히 걸어가고 싶다. 배수의 진을 친 것처럼 절박하게 살아가는 건 너무 힘들어서 못하겠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노력을 하지 않는 것도 아니고, 결과에 의미를 두지 않으면서 나태하게 지내는 것도 아니다. 나는 오늘 하루 내가 해야 할 일, 하고 싶은 일을 열심히 해내고 있다.
그거면 충분하지 않을까? 비록 잘 나지는 못했지만, 나는 잘 살아가고 있다.
오늘, 당신은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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