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내가 가는 길이 꽃길이다


 삶을 살아오면서 자주 ‘지금 이렇게 살아도 되는 걸까?’라는 고민을 한다. 특히 30대가 되어가는 시점에서 나는 남과 다르게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고자 했던 길 위에서 ‘지금 이렇게 살아도 되는 걸까?’라는 질문이 쉽게 떨어지지 않았다. 왜냐하면, 아직 결과를 충분히 만들어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어머니는 지금이라도 안 늦었으니 행정고시 공부를 하라고 종종 말씀하시고, 주변 친구들은 모두 늦게라도 크고 작은 기업에 취업하거나 고시에 합격해 일자리를 가지고 있고, 심지어 사촌 동생들도 모두 취업을 해서 잘 살아가고 있다. 그런데 나는 아직도 꿈을 좇아서 도전을 이어가고 있다.


 내가 잘할 수 있는 일, 내가 하고 싶은 일은 오늘처럼 이렇게 글을 쓰면서 내가 만난 이야기와 이야기를 만나면서 느낀 감정과 생각을 블로그와 유튜브, 나아가서 한 권의 책으로 만들어서 많은 사람과 함께 나누는 일이다. 이 일에 커다란 가치와 두근거림을 발견한 나는 지금까지 꾸준히 해오고 있다.


 하지만 좀처럼 원하는 결과가 만들어지지 않아 ‘이대로 괜찮을까?’라는 두려움이 든다. 그때마다 조금씩 성장하는 내 모습을 보면서 ‘괜찮아. 난 할 수 있어. 괜찮아! 노지!’라며 스스로 격려를 하기도 하지만, 사람이라는 게 다른 사람이 살아가는 모습을 보며 자신을 비교할 수밖에 없어서 참 힘들다.



 손미나의 자전적 에세이에 가까운 <내가 가는 길이 꽃길이다>라는 책을 읽으면 이런 글을 만날 수 있다.


“에이, 그러지 말고 힘을 좀 빼고 살아봐. 인생이 다 그렇지 뭐. 나만 힘든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니까? 속도는 중요하지 않아, 방향이 문제지.” (본문 67)


 이 글은 손미나가 만난 ‘다비드’라는 인물이 한 말로, 그는 척박한 환경 속에서도 웃음을 잃지 않으면서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서 끊임없이 도전을 한 사람이다. 도전한다고 해도 모든 걸 걸고 일발 역전의 벼락 같은 승부를 겨루는 게 아니라 온전히 마주하는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삶을 살아가며 가치를 추구했다.


 그는 오랫동안 조금 돌아가는 길을 걸었지만, 그래도 자신의 꿈을 포기하지 않은 덕분에 마침내 꿈을 이루면서 새로운 꿈을 향해 도전해나갔다. 그의 모습을 <내가 가는 길이 꽃길이다>를 통해 읽으면서 묵묵히 한 걸음씩 걸어 나가는 자세가 얼마나 중요한지, 그리고 또 얼마나 대단한지 새삼 느꼈다.


 결국에는 내가 얼마나 버티면서 해나갈 수 있는지, 힘든 상황 속에서도 웃음을 잃지 않고 방법을 찾으면서 해나갈 수 있는지가 온전히 내 삶을 살아가는 원동력이다. 그 원동력은 때때로 한 권의 책을 통해서 얻기도 하고, 때때로 누군가의 응원에서 얻기도 하고, 때때로 여행에서 얻기도 하는 힘이다.



 <내가 가는 꽃길이다>라는 책을 읽으면 저자 손미나(책에서는 ‘S’라 칭한다.)가 어디서 그런 힘을 얻었고, 때때로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삶의 전환점을 발견하는 이야기를 만날 수 있다. 그중에서도 나는 앞서 소개한 다비드의  이야기와 함께 그녀의 아버지가 보여준 모습이 무척이나 인상 깊었다.


 저자 손미나가 대학에 진학할 때 영어가 아니라 스페인어를 전공한 이유는 아버지의 조언 덕분이고, 대학 생활을 시작한 시기에 자신의 분명한 방향을 명확히 할 수 있었던 이유도 아버지가 직접 손으로 써서 그녀에게 보낸 손편지 덕분이었다. 손미나는 그 손편지가 인생을 송두리째 바꿨다고 말한다.


 책에서 읽은 아버지가 쓴 손편지의 일부와 손미나가 덧붙인 이야기를 짧게 옮기면 다음과 같다.


부모도 사람인지라 알게 되면 통제하고 싶어지는 법이란다. 우리에게 그런 짐을 지우지 말고 마음속으로 네 자신과 약속을 해서 어떤 상황에서도 꼭 지키기를 바란다.

무엇보다 아빠는 우리 딸을 믿는다는 말을 하고 싶구나. 앞으로 너의 인생에는 신나고 흥미로운 일도 있지만, 여러 고비들도 있을 거ㅅ이다. 그러나 어떤 사건이 닥치든 위에 언급한 것들을 명심하면서 네가 믿는 길을 따라 열심히 걸어간다면 후회 없는 삶을 살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매일 얼굴을 보며 살고 있지만 이렇게 편지를 쓰니 참 좋구나. 앞으로는 더 자주 너를 위해 글을 쓰기로 약속하마. 사랑한다. 딸아. (아빠가)


단언컨대, 이 편지는 내 인생을 송두리째 바꾸어 놓았다. 무엇을 어떻게 하라는 말씀 대신 나를 믿고 사랑한다는 걸 강조하신 점이나, 늦은 귀가 시간을 꾸짖으며 통제하는 대신 모든 결정권을 내게 주신 현명함은 따끔한 매보다 더 강력한 힘을 발휘했다.

그 뒤로도 이 편지를 얼마나 여러 번 읽었는지 모른다. 해외 유학 생활을 할 때도 편지는 내 책상머리에 놓여 있었고, 마음이 흐트러질 때마다 주문을 외듯 한 번씩 읽어보곤 했다. 단순히 귀가 시간에 대한 문제를 떠나 ‘자율적 책임’에 대한 화두를 던져 주셨기 때문이다. 덕분에 나는 자유를 얻기 위해 어떤 책이을 지고, 또 어떻게 절제할 것인가를 치열하게 고민하며 지금껏 살아왔다. (본문 61)


 누군가에게 전적으로 신뢰를 받고, 사랑을 받는다는 걸 확실히 알게 될 때만큼 사람이 행복해지거나 힘이 샘솟는 경우는 없다고 생각한다. 오늘날 많은 청춘 세대가 방황하며 아파하는 이유 중에는 이렇게 신뢰와 사랑이 없기 때문이 아닐까? 오늘날에는 늘 기준에 맞춘 평가가 지배하고 있기 때문에.


 그러한 기준에 맞춘 평가는 사람을 때때로 잔인하게 몰아붙이기도 하고, 잠시 쉬어서 갈 수 있는 틈조차 허용하지 않으면서 오늘의 나를 희생할 것을 강요한다. 더욱이 이러한 흐름에 반기를 들거나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그 순간 “네가 뭔데?”라는 차가운 말과 시선을 일순 한몸에 받게 된다.


 그 차가운 말과 시선을 견디며 다른 사람과 다른 길을 가기란 쉽지 않다. <내가 가는 길이 꽃길이다>의 저자 손미나 또한 마찬가지였을 거다. 하지만 그녀는 멈추고 포기하는 게 아니라, ‘나’를 위한 길을 가고자 성큼 발걸음을 내디뎠고, 그 발걸음에 따라 마치 꽃이 피듯이 무수한 사람과 이야기를 만났다.


나는 유달리 용감한 사람도, 불안을 모르는 사람도 아니다. 하지만 도전에는 두려움과 불안이 동반된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그것을 감내하기로 마음먹었을 뿐이다. 그렇다. 행복의 비결은 많은 것, 혹은 좋은 것을 손에 넣는 것이 아니라 포기할 것을 확실히 아는 것이다. 다시 말해 이미 잘 가꿔진 꽃길을 찾아 걷는 것이 아니라, 내 앞에 놓인 길에 꽃씨를 뿌리고, 가꾸고, 이따금 우연히 발견하는 꽃들에 감사하는 것, 바로 그것일 테다. (본문 175)


 오늘 읽은 손미나의 자전적 에세이 <내가 가는 길이 꽃길이다>라는 책은 손미나가 남과 조금 다른 길을 가면서 만난 많은 만남, 그리고 그 만남에서 꽃처럼 피어난 이야기를 담고 있다. 만약 이 글을 읽는 당신이 내 삶에 어떤 변화가 필요한지 알고 싶다면, 나는 <내가 가는 길이 꽃길이다>의 일독을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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