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토준지가 그린 인간실격 2권, 세상에 대한 고찰
- 문화/독서와 기록
- 2019. 1. 12. 07:30
이토 준지가 그리면 이렇게 섬뜩하다.
세상을 살아가면서 사람이 한두 번쯤 하게 되는 고민은 여러 가지가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많이 하게 되는 고민은 바로 우리가 세상을 살아가며 만나는 사람이 아닐까.
사람과 만남은 때때로 함께 웃으면서 즐거운 시간이 쌓이기도 하지만, 어떤 때는 기억하는 일조차 떠올리기 싫을 정도로 끔찍한 시간이 쌓이기도 한다. 우리가 사람과 만나는 계기는 무수히 많다. 사소한 모임에 참여했다가 만나고, 대학에서 만나고, 지나가다 만나고, 어떤 때는 돈을 주고 만나기도 한다.
사람은 그렇게 무수한 경우의 수로 만나고 얽힌다. 때로는 친구가 되고, 때로는 원수가 되고, 때로는 연인이 된다. 사람과 만남을 무서워하는 사람은 이 일을 잘 해내지 못해 그저 돈을 주고 여자를 사거나 심지어 결혼식 때도 돈을 주고 하객을 불러야 할지도 모른다. 세상은 사람에게 무엇보다 잔인하다.
우리가 처음 세상을 알아갈 때는 세상이 굉장히 알록달록하고, 착한 사람은 복을 받고 악한 사람을 벌을 받는 권선징악의 세상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조금씩 피폐한 세상을 살아가는 일이 익숙해질수록 우리는 ‘도대체 세상은 뭐지? 이렇게 살아가는 나는 도대체 뭐야?’라는 고민에 휩싸여 고뇌하게 된다.
오늘 만화 <인간 실격 2권>은 주인공 오다가 세상의 정의에 대해 고민하다 그 세상을 개인으로 정의하는 모습이 그려진다. 여태껏 오다가 두려움을 품고 지낸 세상을 개인으로 정의하며 ‘그렇다면, 그렇게까지 두려워할 것도 없지 않나?’라며 지금까지와 다르게 세상을 바라보며 또 어긋나게 된다.
아직도 <인간 실격>의 주제를 이해하는 일은 나에게 무척 어렵지만, 이토 준지가 그린 <인간 실격>을 통해 읽을 수 있는 오다의 어긋난 모습은 순간적으로 말을 잃어버리게 하기도 했다. 도대체 ‘오다’라는 인간을 통해서 다자이 오사무가 보여주려고 한 인간의 상은 무엇인지 내심 고민도 했다.
여자를 거치며 죄인으로서 삶을 살면서 정신은 너덜너덜 피폐해지고, 엉망진창이 된 정신으로 귀신 그림을 그리는 오다의 모습은 섬뜩하기도 하다. 그림을 그리면서 한때는 행복을 손에 넣을 것 같기도 했지만, 그를 붙잡고 있는 인간에 대한 두려움과 원초적인 공포는 이윽고 모든 걸 망가뜨린다.
<인간 실격 2권>은 수면제를 다량 복용해 자살을 기도한 오다가 죽음과 삶의 경계를 오가는 모습에서 ‘오다’라는 인간의 내면에 있는 ‘개인으로 구성된 세상 속 트라우마’를 적나라하게 그린다. 이토 준지가 그린 그림이라 더욱 섬뜩하게 느껴진 이 장면은 그야말로 사람의 원초적 공포이지 않을까.
사람은 누구나 자신과 관계를 맺는 사람 사이에서 작은 불신과 공포를 품고 있다. 가장 절친한 친구라고 해도 사소한 비틀림이 깊이를 헤아릴 수 없는 갈등을 낳기도 하는 법이다. 어쩌면 <인간 실격>이라는 작품은 그 갈등을 원만하게 해소하지 못하는 인간의 추락을 보여주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 이 작품은 대원씨아이로부터 제공받았습니다.
이 글을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