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SKY 캐슬, 공부의 부자유와 억압을 말하다
- 문화/문화와 방송
- 2018. 12. 10. 07:30
공부라는 건 도대체 뭘 위해서 하는 걸까?
아직도 대학에 다니면서 공부를 하고 있지만, 나는 공부에 많은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다. 대학에서 배우는 일본어 수업은 내가 평소 좋아하는 과목이라 성적에 상관하지 않고 재미있게 공부하고 있기 때문이다. 때때로 성적이 너무 안 나왔을 때는 살짝 스트레스를 받기도 하지만, 스트레스는 그게 전부다.
일본어 공부를 하면서 모르는 일본어를 배워가는 재미, 모르는 일본 문화를 배워가는 재미, 새로운 일본인 친구를 사귀는 재미, 고등학교 때는 해보지 못한 방식으로 공부를 하는 재미 등이 있어 공부 스트레스를 받는 게 아니라 대학에 와서는 정말 재미있게 공부했다. 왜냐하면, 이건 입시가 아니니까.
수능 시험을 치르기 위해서 공부할 때는 언어, 법과 사회, 정치 같은 과목을 공부할 때는 하나하나 흥미 있는 분야라 즐기며 공부했다. 하지만 수리와 외국어 영역 두 개는 아무리 해도 나아지지 않는 과목이라 재미를 가질 수 없었고, 애초에 수리는 난이도가 너무 높아 공부를 하면서도 포기에 가까웠다.
더욱이 하고 싶어서 하는 공부가 아니라 모두가 하기 때문에 나도 덩달아 해야 하는 공부라 스스로 의미 부여도 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그 당시 공부를 하는 건 재미와 보람이 하나도 없었고, 그저 졸업 외에 도망칠 방법조차 없는 출구 없는 미궁 같았다. 길을 찾으면서도 이 길이 맞는지 모르는 그런?
요즘 금요일과 토요일에 방영되는 JTBC 드라마 <SKY 캐슬>도 이런 모습을 잘 묘사한다. 공부에 중요한 건 모두가 동의하지만, 그 방법과 목적에 대해 견해가 다른 사람들의 충돌을 통해, 마치 드라마를 보는 시청자에게 ‘당신에게 입시 공부라는 무엇입니까?’라며 질문을 던지는 듯한 모습이다.
지난 드라마 <SKY 캐슬 6화>에서는 아이들을 위해서 남편과 대립하는 아내의 모습이 그려졌고, 주변 엄마들이 시키니까 따라서 시키고 있는데 막상 답을 모르겠다며 아이에게 사과하는 어머니의 모습이 그려지기도 했다. 우리가 드라마를 통해 볼 수 있는 이런 모습은 단순한 허구의 모습이 아니다.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어쩌면 ‘입시 지옥’이라는 지옥을 경험한, 혹은 경험하고 있는 사람들이 마주하는 현실의 모습이다. 대학 졸업을 앞두고서도 ‘취업 지옥’이라는 지옥을 향해 터벅터벅 걸어 들어가는 사람들이 겪는 수라장도 비슷하지 않을까? 출구 없는 미로를 헤매는 듯한 기분 말이다.
모두 똑같은 미로에 들어갈 필요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일단 주변에서 단단히 스펙으로 무장한 상태에서 충혈된 눈으로 뛰어드는 모습을 보며 ‘어라? 나도 이렇게 해야 하나?’라며 어쩌다 보니 따라가며 미로를 헤매는 거다. 때때로 이 미로를 헤매면서 만나는 스트레스는 다양한 형태로 마주한다.
어떤 사람은 우울증을 앓기도 하고, 어떤 사람은 인터넷에서 키보드 전쟁에 참여해 용병으로 뛰기도 하고, 어떤 사람은 술과 담배에 찌들어 건강을 잃어버리기도 한다. 끊임없이 진로를 결정하는 문제에서 오는 스트레스와 싸워야 하는 우리는 여전히 입시 지옥의 제2관문, 제3관문을 겪고 있는 거다.
문제는 이런 일이 너무나 당연하게 여겨지며 ‘과연 이대로 하는 게 좋은 걸까?’라는 질문을 하지 못한 상태에서 남을 따라간다는 거다. 남처럼 해야 해야 하니 스스로 생각하는 걸 멈추고 타인이 하는 대로 따라가기 바쁘다. 거기에는 내 꿈도, 내 생각이 없으니 점점 사람의 마음은 차갑고 날카로워졌다.
번번이 우리 사회에서 논란이 되는 갑질 문제가 상위 1%가 하위 99%에 하는 게 아니라 비슷비슷한 사람들 사이에서 빈번히 일어나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드라마 <SKY 캐슬>에서도 어른에게 함부로 대하는 아이의 모습과 그런 아이를 오히려 감싸는 부모의 모습이 적나라하게 묘사된 적이 있다.
이 모습을 보며 많은 사람이 ‘이래서 공부, 공부, 공부만 외치는 오늘날 교육과 부모가 문제다.’라며 공감했지만, 막상 실제로 우리는 다르게 행동하고 있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과연 우리는 아이들에게 공부말고 하고 싶은 일을 하라며 과감히 밀어줄 수 있는 부모가 될 수 있을까? 그 어려운 선택을?
부모로서 입장을 생각해보는 일이 어렵다면, ‘나는 지금 부모님이 시키는 대로 살고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져보기를 바란다. 이 질문에 대해 ‘나는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선택했다.’라는 대답과 ‘남들이 하는 것처럼 부모님이 시키는 대로 해왔다.’라는 대답에 따라 어떤 환경에서 살았는지 알 수 있다.
드라마 <SKY 캐슬 6화>에서 정준호와 함께 회식을 하는 자리에서 한 레지던트는 정준호의 “넌 왜 의사가 됐냐?”라는 물음에 “엄마가 하라고 해서요.”라고 멋쩍게 대답하자, “어휴, 불쌍한 놈.”이라며 어깨를 토닥여주는 정준호의 모습이 그려졌다. 이 모습이 바로 오늘날 우리 사회의 단면이 아닐까?
선택의 자유도 우리는 공부의 부자유와 억압에서 벗어나지 못한 거다. ‘누구나 치르는 경쟁이라는 이름으로 펼쳐진 입시 지옥에서 잃어버린 선택의 자유와 자유로운 생각은 어른이 되어서도 쉽게 되찾기 어렵다. 드라마 <SKY 캐슬>은 부자유와 억압에 저항해 자유를 되찾고자 하는 이야기를 다룬다.
그래서 입시 지옥에서 살아가는 10대, 아이를 통해 꿈을 이루고자 하는 이기적인 부모와 사리사욕을 그린 것 같았던 드라마 <SKY 캐슬>은 좀 더 넓은 의미로 바라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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