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혼밥 문화는 어떻게 변해왔을까
- 시사/사회와 정치
- 2018. 11. 3. 07:30
혼자서 먹는 게 낯설었던 시대에서 이제는 혼자 먹는 게 일상이 된 시대, 그리고 다음 시대는?
얼마 전에 대학에서 듣는 한일 원격 강의에서 한국의 혼밥 문화에 대해 발표를 했다. 한일 원격 강의는 일본 오차노미즈 여자 대학과 원격 화상으로 연결해 수업하는 방식의 강의로, 한국 대학에서도 일본 대학의 학생과 실시간으로 소통할 수 있다는 게 큰 매력인 수업이다.
이번에 내가 발표한 한국의 혼밥 문화는 최근 한국 사회에서 볼 수 있는 내용이었다. 아마 많은 사람이 오늘날 한국 사회에서 혼밥 문화가 굉장히 흔해진 문화가 되었다는 사실을 실감하고 있을 것이다. 주변을 둘러보면 상당히 낯설었던 식당에서 혼자 밥 먹는 풍경에 모두 익숙해졌다.
과거 어떤 TV 프로그램에서는 혼자 먹는 사람을 위해서 깜짝 선물하는 프로그램도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워낙 익숙해져 먹방 문화와 함께 한국의 혼밥 문화는 문화적인 부분만 아니라 우리가 생활하는 생활 문화 자체를 바꾸고 있다. 특히 가장 대표적인 예는 회사에서 일어나는 변화다.
보통 한국 회사에서는 점심시간이 되면 부서 단위로 함께 먹는 경우가 많았다. 내가 공익 근무를 했던 법원만 하더라도 당시 직원들이 모두 함께 먹었고(공익은 예외), <한끼줍쇼>를 보더라도 ‘공무원들이 점심 식사를 가는 곳이 맛집’이라고 말할 정도로 함께 우르르 몰려다니는 경우가 흔했다.
그 탓에 한국 점심 특선 메뉴와 가게의 메뉴도 2인 이상 시킬 수 있는 메뉴가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보통 한국에서 밥을 먹는 일은 2인 이상이 모여서 함께 이야기하며 먹는 것을 뜻한다. 그리고 회사에서 점심을 먹는다는 건 휴식 시간겸 일의 연장선으로 취급하는 경우가 일상다반사다.
하지만 최근에는 이런 문화가 바뀌고 있다. 혼밥 문화가 흔해지면서 회사 내에서도 점심시간에 ‘점심시간은 내 시간이니까 온전히 나를 위해서 보내고 싶다.’는 젊은 세대가 늘어나면서 점심시간도 팀 혹은 부서 전체가 움직이는 게 아니라 혼자 먹는 경우가 빠르게 늘어나면서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았다.
대학에서 하기 위한 발표에 사용하기 위해 수집한 설문 조사에서도 많은 사람이 ‘혼자서 먹는다’고 답을 했고, 과거처럼 부서 전체로 먹는 게 아니라 일에 따라서 따로 먹는 경우도 많다고 했다. 특히, 요즘은 여성 사원과 조금 불미스러운 일이 일어나면서 오히려 혼밥 문화가 회사에서도 퍼진 것 같다.
결국 이런 문화는 식당가의 풍경도 빠르게 바꾸고 있다. 일본의 ‘이치란 라멘’이라는 가게처럼 혼자서 다른 사람을 신경 쓰지 않고 먹을 수 있도록 칸막이를 한 가게도 늘었고, 하나의 냄비나 큰 그릇에 먹는 경우를 떠나 개인 그릇을 준비해서 먹을 수 있도록 한 가게가 우리 일상으로 들어오고 있는 거다.
<한끼줍쇼> 같은 프로그램을 보면 원룸 가가 형성되어 있는 곳에는 1인 메뉴를 대대적으로 판매하는 가게가 많고, 노량진 같은 장소에서는 컵밥을 비롯해 다양한 형태로 1인 메뉴가 개발되어 새로운 트렌드 맛집으로 인기를 얻고 있다. 혼밥 문화는 1인 문화의 다양성의 출발점이라고 말할 수 있다.
비록 혼자 먹을 수 있는 가게가 늘어났다고 해도 아직 한국에서는 ‘혼자서 도저히 무리’라고 말하는 음식점도 여전히 많다. 위 그래프는 인터넷 설문 조사 홈페이지 <패널나우(링크)>에서 찾은 자료 중 일부로, 혼자서 밥을 먹는 사람들이 어디까지 혼자서 먹어보았는지 물은 질문에 대한 대답이다.
이 자료 또한 대학 발표에서 인용했다. 한국 사람들이 가기 어렵다고 하는 패밀리레스토랑과 고깃집은 일본에서 흔히 혼자서 가는 음식점이다. 한국에서 패밀리레스토랑은 고급 식당이라는 이미지가 강하고, 고깃집에 혼자 가서 고기를 구워 먹는 일은 여전히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로 여겨지고 있다.
보통 고깃집은 첫 주문이 3~4인분 이상을 먹는 경우가 대부분인 데다, 반찬의 양도 2인 이상을 기준으로 나온다. 고깃집만 아니라 옛날부터 있었던 많은 음식점이 보통 2인 이상 반찬을 준비해 1인을 거부할 때가 종종 있다. 그래서 지난번에 고깃집에 혼자 갔다가 가게 측에서 거절한 사례가 있었다.
이런 한국과 달리 일본에서는 대체로 혼자서 어디든 먹을 수 있다. <고독한 미식가>를 보면 알 수 있듯이 혼자서 고깃집을 가서 먹는 경우가 많고, 패밀리레스토랑은 성인 혼자 혹은 학생도 쉽게 가서 먹을 수 있게 되어있다. 두 나라가 서로 닮았지만 서로 다르게 발전한 문화의 결과라고 생각한다.
일본에서 인턴십을 할 때 나는 담당 한국 직원분과 함께 일본 패밀리레스토랑에 가서 먹었는데, 그때 이용한 ‘사이제리아’라는 곳은 정말 대중적인 패밀리레스토랑이었다. 점심 특선은 한국 돈으로 5000원으로 먹을 수 있었다. 이 정도의 가격은 한국의 평범한 가게에서도 체험할 수 없는 가격이었다.
한국의 혼밥 문화에 대해 발표하면서 마지막으로 내가 다룬 주제는 ‘먹방’이라는 주제다. 위 사진의 주인공인 유튜버 밴쯔를 기준점으로 하여 한국에서는 먹방이 굉장히 넓게 퍼진 상태다. 혼자서 먹는 사람이 뭔가 조금 더 재미있게 다른 사람과 소통하며 먹고 싶다는 욕구가 먹방 콘텐츠를 낳았다.
먹방은 이제 한국 음식 문화 혹은 대중문화 중 하나로서 세계에 알려졌고, 밴쯔의 먹방은 한국 사람만 아니라 다양한 국적의 사람이 시청하는 인기 방송이 되었다. 혼자 먹는 게 익숙해지더라도 조금이라도 사람과 소통하고 싶다는 욕구 혹은 외로움을 달래고 싶은 욕구가 먹방을 이끈 게 아닐까?
나는 이러한 이야기를 하면서 ‘한국은 이렇게 여러 명이 함께 먹는 문화에서 혼자 먹는 문화로, 또다시 다른 방식으로 함께 먹는 문화로 되어가고 있다. 앞으로는 어떻게 될까?’라는 정리로 발표를 마무리했다. 마지막 정리대로 한국은 지금 혼밥 문화가 상당히 다양한 형태로 변화하는 중이다.
JTBC 인기 예능 프로그램 <한끼줍쇼>는 혼밥 문화가 익숙한 오늘날 세대에 함께 식사하면서 소통하는 게 무엇인지 보여주고 있다. 그동안 삭막해진 식탁 위의 분위기를 특별한 손님, 어떻게 보면 갑작스러운 손님과 함께하며 이야기를 풀어가는 <한끼줍쇼>. 그래서 무척 인기가 있는 게 아닐까?
이 글을 읽는 여러분은 어떤 식으로 한 끼 식사를 하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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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발표한 내용에 대해 많은 일본인 학생이 감상 코멘트를 남겨주었다. 혼밥 문화가 일상인 일본에서도 혼자 먹기를 꺼리는 사람이 있고, 다른 누군가와 함께 먹어야 즐거워서 함께 먹는 선호하는 사람도 있었고, 일부 학생은 가족끼리 꼭 저녁에 모여 식사하는 규칙을 가지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역시 사람이 사는 곳은 어디나 비슷한 법인 것 같다. 혼밥 문화가 익숙해도 역시 친한 사람과 함께 먹을 때는 조금 더 기분 좋게 먹을 수 있어 혼밥보다 함께 먹는 걸 선호하고, 혼자 들어가서 먹기에 꺼려지는 가게도 있었다. 한국과 일본은 닮았지만 다르고, 또 다르지만 닮았다는 게 흥미롭다.
오늘날에도 여전히 일본이 싫다고 하는 사람이 있지만, 일본과 사이좋게 지내기 위해서 노력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일본도 마찬가지다. 한국이 싫다고 하는 사람도 있지만, 양국의 교류 증진을 위해 노력하는 사람도 많다. 이 글을 쓰는 나는 후자로, 늘 일본과 함께 하는 교류 행사에 참여하고 있다.
인턴십을 갔던 기타큐슈에서, 혹은 홈스테이를 했던 후쿠오카에서 1년 정도 살아보고 싶다. 아키하바라가 있는 도쿄도 매력적이지만, 역시 나는 지나치게 서울 같은 도시보다 지금 내가 사는 김해 같은 규모의 도시가 딱 좋다. 이런 것도 아마 혼밥 문화를 대하는 사람들의 태도와 닮아있지 않을까?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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