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센 한화 준플레이오프 승부 포인트는 바로 여기
- 문화/문화와 방송
- 2018. 10. 19. 07:30
넥센 한화 준플레이오프에서 내가 생각한 승부 포인트
내가 응원하는 NC 다이노스가 구단 역사상 처음 꼴찌로 시즌을 마무리한 탓에 가을 야구는 LA 다저스에서 활약하는 류현진 경기만 챙겨볼 생각이었다. 하지만 저녁을 먹으면서 우연히 본 넥센과 KIA 두 팀의 시합은 LA 다저스 시합보다 긴장감은 떨어져도 역시 또 야구를 보는 재미가 있어 끝까지 보았다.
와일드카드 전을 보면서 ‘아, 우리 NC가 막판에 연승을 좀 더 길게 해줬으면 좋았을 텐데.’라는 아쉬움이 들기도 했지만, 그래도 넥센과 KIA 두 팀이 펼치는 전형적인 한국 야구 시합은 야구팬을 당기는 매력이 있었다. 그중에서도 넥센의 이정후의 명품 수비가 KIA 수비와 너무나 대조되었다.
정말 넥센이 이기는 건 이 수비 하나에서 차이가 났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정후의 활약에 힘입어 넥센은 샌즈의 홈런과 함께 KIA를 거뜬히 누르고 한화와 만났다. 솔직히 나는 한화보다 넥센을 응원하고 싶다. 왜냐하면, 초특급 신인 이정후만 아니라 전 NC 투수 해커도 함께 있기 때문이다.
해커를 내친 NC는 탈락하고, 해커를 받아들인 넥센은 준플레이오프까지 오르는 모습을 보며 ‘사필귀정’이라는 말이 떠오르기도 했다. 그만큼 해커는 안정적인 마운드 운영으로 팀에 힘이 되어주는 투수다. 더욱이 해커는 NC에서 가을 야구 경험을 많이 했기 때문에 넥센 투수진에 큰 힘이 될 것이다.
나는 이번 넥센과 한화 두 팀의 포스트 시즌 대결에는 세 가지 정도 승부 포인트가 있다고 생각한다.
첫 번째는 리드오프 타자들의 대결이다. 보통 리드오프 타자들이 얼마나 시합을 잘 풀어가는지에 따라 시합의 행방이 정해질 때가 많은데, 넥센의 이정후와 서건창 두 타자는 중심타자와 연결해주는 타자로서 거의 국내 최상급이라고 말할 수 있다. 욕심부리지 않는 타격과 빠른 발이 정말 매력적이다.
한화의 리드오프는 아마 늘 그렇듯이 이용규와 정근우 두 선수 중 한 명이 리드오프, 한 명이 테이블 세터로 나서지 않을까 싶다. 이 두 선수는 이전만큼 활발한 타격은 아니지만, 세월만큼 축적된 경험이 노련한 승부를 가져가며 큰 경기에서 활약할 확률이 높다. 두 타자 모두 전 국가대표급이기도 하고.
그야말로 한화와 넥센의 리드오프 타자 대결은 국가대표 리드오프 타자 세대교체의 완성을 볼 시합이다. 과연 넥센의 이정후와 서건창 두 사람이 한화의 이용규와 정근우 두 사람을 상대로 어떤 모습을 보여줄 것인지 무척 기대된다. 야구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당연히 흥미가 생길 수밖에 없다.
그리고 두 번째 포인트는 외국인 타자 샌즈와 호잉의 대결이다. 샌즈는 시즌 중에 한화를 만나지 못해 아직 한화를 상대로 어느 정도 모습을 보여줄지 미지수이지만, 마지막 경기에서 홈런을 비롯해 꾸준한 장타력을 보여주고 있다. 와일드카드전에서도 샌즈는 필요할 때마다 제 역할을 해주며 무척 빛났다.
한화의 호잉은 그야말로 ‘한화의 믿을맨’, ‘한화의 부동의 에이스 4번 타자’라는 수식어가 아깝지 활약을 하며 한화의 타선을 이끈 타자다. 한화에서 오죽하면 ‘김태균은 못 믿어도 호잉은 믿는다.’라는 말이 있겠는가. 그만큼 호잉에 대한 한화의 신뢰는 두텁고, KBO 리그에서 보여준 활약은 인상적이었다.
이 두 타자가 팀에서 어떤 활약을 하는지에 따라 승부는 크게 달라질 수 있다. 리드오프 타자들이 경기의 흐름을 주도하는 공격형 타자라고 한다면, 호잉과 샌즈 두 타자는 경기의 흐름을 뒤집을 수 있는 공격형 타자이기 때문이다. 하물며 김태균과 박병호가 부진할 때는 역시 이 두 타자가 중심이다.
먼저 올라가 있는 두산은 외국인 타자를 없는 셈 치고 시즌을 치렀고, SK의 로맥은 홈런을 펑펑 터뜨리며 KBO 리그 2018 시즌 외국인 타자 중 가장 강한 힘을 자랑했다. 호잉과 샌즈 두 사람도 올해 외국인 타자에서 상위 랭크에 속할 수 있는 활약이 가능한 선수들이라 두 선수의 플레이가 무척 기대된다.
ⓒ넥센 공식 홈페이지 프로필 사진
세 번째 포인트는 경험이다. 과거 LG와 NC도 그랬지만, 오랜만에 포스트시즌에 진출하거나 처음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팀은 중요한 순간에 실수가 나오며 패배를 안았다. 넥센은 그래도 꾸준히 포스트시즌을 경험한 팀이고, NC 출신 선발투수 해커도 포스트시즌에서 활약한 선수라 제법 안정적이다.
하지만 한화는 정말 오랜만에 출전한 포스트시즌이라 승부처에서 흔들릴 수가 있다. 큰 거 한 방을 노리는 타자들이 크게 붕붕 휘두르다 찬스를 잡지 못할 확률이 높고, 무조건 막아야 하는 상황에서 긴장한 수비수들이 실수할 수도 있다. 실제로 한화는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그런 팀에 머무르기도 했다.
올해 모두의 활약을 뒤엎고 놀라운 활약을 보여준 한화이지만, 포스트시즌에서 그 기량이 어디까지 통할지는 미지수다. 시즌 막판에도 잘 풀리지 않는 경기에 고심해야 했고, 불펜진이 강하다고 해도 아직 선발의 힘은 조금 밀리는 편이라 어떤 식으로 경기를 운영해 나갈 수 있는지가 포인트다.
비록 한화에 베테랑 선수들이 많다고 하지만, 다른 말로 하면 체력적 한계가 있다는 약점이 되기도 한다. 와일드카드전에서 전력 소모를 줄이고, 일찍 휴식을 취하며 재충전한 젊은 피로 구성된 넥센과 시합에서 베테랑 선수들이 십분 경험을 발휘해 어느 정도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지 궁금하다.
넥센과 한화의 불꽃 튀는 시합은 오늘 저녁 6시 30분부터 중계된다. 비록 준플레이오프에서 맞붙는 두 팀의 팬이 아니더라도 야구팬이라면 그래도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시합이 되리라 생각한다. 나는 NC 출신 해커의 승리와 이정후의 활약을 기대하며 오늘도 야구 중계를 챙겨볼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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