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에서 먹힐까 이연복 멘보샤 실패를 대하는 태도에서 본 진짜 장사
- 문화/문화와 방송
- 2018. 10. 14. 07:30
현지에서 먹힐까 중국편, 이연복 셰프를 통해 본 진짜 장사
요즘 자영업자는 참 어렵다고 말한다. 많은 사람이 은퇴자금을 투자해서 운영하는 치킨집을 비롯한 카페는 이미 과포화 상태를 넘어서 함께 망해가는 길로 접어들고 있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 집 건너서 같은 분야의 집이 있고, 프랜차이즈 가입자가 늘어나면서 초기 투자 비용도 늘어나고 있다.
이 상황에서 이익을 챙기는 건 가맹점비를 올리고, 인테리어 비용과 브랜드 비용 등 자질구레한 비용을 가맹 업주에게 청구하는 본사뿐이다. 본사 외에는 모두 이익을 내기 어려워 최저임금을 후려치거나 음식에 장난을 치기도 한다. 치킨집의 대표적인 장난은 기름을 오래 사용하거나 재활용하는 일이다.
닭고기의 재활용은 정말 말도 안 되지만, 먹고사는 데에 급급한 사람들은 당장 비용을 줄이는 데에 급급해 유통기한이 지난 고기를 사용하거나 기름 재활용을 서슴지 않고 벌인다. 그로 인해 문제가 생긴다면 ‘끝장’이지만, 들키지 않으면 그런 일을 반복한다. 당연히 그런 가게가 입소문을 탈 리가 없다.
이연복 셰프가 <현지에서 먹힐까 중국편 5회>에서 한 “항상 그걸 알아야 해. 업주들이 재료비를 조금이라도 아끼려고 막 그러는데, 백날 그렇게 눈 가리고 아웅 아끼려 해도 소비자들은 그걸 알아!” 말처럼 소비자들은 다 알게 되는 법이다. 재료비를 아끼려고 장난을 치면 오히려 더 목을 조르는 거다.
지난 토요일(13일)에 방송된 <현지에서 먹힐까 중국편 6회>에서도 이연복 셰프는 장사의 기본 중의 기본이 무엇인지 확실히 말하는 장면이 비쳤다.
중국 유원지에서 멘보샤가 도저히 장사가 되지 않고, 시간이 지나면서 새우의 수분을 빵이 흡수해서 젖어버리자 “버리자.”라며 과감한 결정을 한다. 은수는 이연복 셰프의 이 결정에 자신도 모르게 ’아까운데….’라고 중얼거렸다. 아마 보통 장사를 하는 사람들의 심정이 다 은수와 같을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팔지 못해 남은 음식이 아깝다고 맛을 보장할 수 없는 음식을 손님에게 파는 건 절대 옳지 못한 일이다. 이연복 셰프는 “일단 매출보다는 먹는 사람이 걱정이니까.”라고 말하며 멘보샤를 과감히 버리기로 한 이유를 전했다. 사소해 보여도 이런 게 진짜 프로의 모습이라고 생각한다.
어떤 사람들은 ‘이연복은 그럴 수도 있지. 이미 쌓아놓은 게 많고, TV 프로그램이니까.’라고 말할 수도 있다. 그런데 <냉장고를 부탁해>를 보거나 평소 이연복 셰프의 철저한 원칙을 엿본 사람들은 이연복 셰프가 결코 멋 부린 게 아니라, 정말 철저하게 자신의 원칙을 고수하는 셰프라는 걸 알고 있을 것이다.
그렇게 자신의 원칙을 지키면서 음식이 실패했다고 생각할 경우 과감히 버리고, 미련을 두지 않는 태도가 오늘의 이연복 셰프를 만드는 데에 크게 기여했다고 생각한다. 특히 음식점은 맛이 장사에서 가장 큰 포인트인데, 재료비를 아끼거나 투자 비용이 아깝다고 맛을 포기하는 건 최악의 선택이다.
사람들은 신선한 재료로 만들어진 음식에 항상 끌리는 법이다. 야채와 기름 등을 재활용하기 시작하는 순간 이미 음식점 장사는 끝났다고 봐야 한다. 며칠 혹은 몇 주는 손님들을 속이며 ‘다 이렇게 아껴가며 장사하는 거지.’라고 말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가게에 파리만 날리는 건 시간문제다.
진짜 장사를 한다는 건 이연복 셰프처럼 결코 손님을 속이지 않는 원칙을 철두철미하게 지키는 일이다. 그렇게 해야 처음에는 조금 손해를 보더라도 손님의 신뢰를 얻을 수 있고, 그 신뢰는 곧 입소문으로 이어져 지난날의 손해를 만회할 수 있는 이익으로 돌아온다. 그래서 원칙을 지키는 게 중요하다.
이나모리 가즈오는 그의 저서 <일심일언>에서 이렇게 말한다.
결과를 내기 위해서라면 웬만큼 부정한 행위도 마다하지 않는 사람이 되어서는 안 된다. 그랬다가는 언젠가 자신도 그와 같은 방법으로 피해를 보게 될 것이다. 일을 진행해가는 과정 역시 ‘사람의 길을 벗어나서는 안 된다.’고 나는 믿는다. (본문 169)
정신적으로 자기 자신을 궁지로 몰아넣을 수 있는 사람, 나태해지려는 자신에게 엄격한 과제를 부과할 만큼 견실한 사람, 자신에게 진지하게 자문하고 성찰할 수 있는 사람.
이런 리더에게는 뒤처지지 않고 새로운 활로를 개척해나갈 힘이 있다. (본문 171)
성공한 사람들은 다들 자신만의 원칙이 있고, 그 원칙은 전혀 다른 분야에 있더라도 서로 비슷하기 마련이다. 일본에서 살아있는 경영의 신으로 불리는 이나모리 가즈오의 원칙과 중화요리의 대가 이연복 셰프의 원칙. 분야는 전혀 다르더라도 두 사람이 고집한 원칙은 무척 닮았다는 걸 알 수 있다.
지난 <현지에서 먹힐까 중국편 6회> 막바지에 새우 장사가 워낙 되지 않자, 이연복 셰프가 무언가를 하려는 장면에서 마무리되었다. 과연 이연복 셰프가 개척할 새로운 활로는 무엇일지 무척 기대된다. 단순히 이연복 셰프의 요리를 보고 싶어 보기 시작한 <현지에서 먹힐까>에서 많은 걸 배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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