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립 유치원 비리, 과연 근절될 수 있을까?
- 시사/사회와 정치
- 2018. 10. 18. 07:30
사립 유치원 비리 문제는 늘 제기되어왔다. 하지만 한 번도 바뀌지 못했다.
얼마 전부터 사립 유치원이 교육부의 지원금을 사리사욕을 위해 남용한 사실이 밝혀지며 논란이 되고 있다. 사립 유치원 일부 원장은 “내 돈 내가 쓰는데, 뭐가 잘못이냐?”라며 말해 파문이 일었고, 어느 유치원에서는 “좌파의 노이즈 마케팅.”이라며 학부모에게 편지를 돌린 사실이 알려지기도 했다.
그동안 한국 사회에서 유치원 교사의 아이들을 대하는 비상식적인 태도, 혹은 급식비 비리 문제가 자주 논란거리가 되며 문제로 제기된 적은 많았다. 하지만 이렇게 사립 유치원 중 상당수가 지원금을 남용해 사리사욕을 채웠다는 사실이 밝혀지고, 명단이 공개된 적은 처음이라 큰 충격을 안겨주었다.
사실 이런 모습은 드문 예가 아니라 우리 한국 사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비리 중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나라에서 주는 지원금을 이용해서 자신의 사리사욕을 채우는 사람은 국회에도 버젓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국회의원의 특수활동비는 사립유치원의 지원금과 같은 이유로 많은 비판을 받았었다.
하지만 비판을 받을 때는 고개를 숙여 사과했지만, 막상 국회에서 내놓은 대책은 눈 가리고 아웅 하는 형국에 불과했다. 그만큼 사람들은 자신에게 굴러들어오는 ‘이익’이라는 걸 포기하는 게 쉽지 않다. 투명해야 하는 국회에서도 이러한 상황인데, 개인이 운영하는 사립유치원 같은 기관에서는 오죽할까?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사립 유치원 비리에 대한 의견
이렇게 조금만 제대로 조사를 하면 드러나는 비리를 해결하기 위해서 문재인 정부는 ‘적폐 척결’을 내세우며 실시하고자 노력해왔다. 그런데 그때마다 좌파 정치인들이 표를 올리기 위한 꼼수라거나, 과거 참여 정부 때도 이 문제는 있었다며 입에 거품을 물고 항의하는 모 정당 때문에 제자리걸음이었다.
그 모 정당은 지금 유치원 비리에 자신들이 좋아하는 막말을 하며 문재인 대통령을 까던 것처럼 하지 않고, 마치 이 사실을 모르는 듯이 침묵을 지키고 있다. 어쩌면 그 정당에 새로 들어온 인물이 또 어처구니없는 말을 하고 있어, 내부 싸움을 하느라 다른 데에 신경 쓸 겨를이 없는 건지도 모른다.
덕분에 사립 유치원의 비리 문제에 대해서는 민주당이 주도하고 있는데, 당연히 이는 시민들의 관심을 받을 수밖에 없다. 사립 유치원 측은 지원금만 아니라 교사 처우 개선비도 빼돌린 정황이 드러나며 거센 비판을 받고 있다. 그동안 교사 처우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그들은 악용했던 거다.
하지만 사립 유치원 단체는 자신들은 한사코 잘못한 게 없다며 오히려 비리 유치원 명단을 공개한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소송을 제기했다. ‘적반하장’이라는 말은 바로 이럴 때 쓰는 말이 아닌가 싶다. 아이들의 급식비로 써야 할 돈을 빼돌리고, 교사를 위해 써야 할 돈도 빼돌리고… 끝이 없다.
문득 이번 사건을 보면서 드라마 <동네 변호사 조들호>에서 본 유치원의 비리 사건이 떠오른다. 당시 드라마를 보면서 많은 사람이 ‘현실에 저런 유치원이 있으면, 당장 문을 닫게 해야 한다!’라며 분노했었다. 그야말로 오늘날 터진 사립 유치원 비리 사건은 드라마만큼 드라마틱한 비리 사건이었다.
당시 조들호 변호사를 연기한 박신양은 방송에서 이렇게 말했다.
"진실을 알고 있는 사람들에게 증인 출석을 부탁했지만 오지 않았습니다. 이번 사건이 쓰레기 죽 사건임을 잘 알고 있는 사람들이 사건의 진실을 덮기 위해서 침묵을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본 변호인은 아무것도 밝힐 수가 없습니다. 우리는 불과 몇 년 전 침묵을 하면 모두 함께 가라앉는다는 사실을 함께 겪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침묵하는 여러분께 진심으로 호소하고 싶습니다. 침묵은 세상을 바꾸지 못합니다."
이 대사는 시청률이 낮아도 큰 화제가 되었던 대사이기도 하다. 침묵하면 세상을 바꾸지 못한다는 사실을 우리는 몇 년 사이에 직접 몸으로 체감했다. 이번 사립 유치원의 비리 척결은 오늘 우리가 다시금 마주한 새로운 문제다. 이 문제에 대해서 우리는 침묵할 것인가, 진실을 강하게 요구할 것인가.
이미 많은 사람이 청와대 홈페이지 ‘국민 청원’ 게시판에 사립 유치원 비리를 전수조사해, 엄중히 처벌해야 한다며 강한 의사를 밝히고 있다. 이러한 시민들의 적극적인 지지를 바탕으로 과연 사립 유치원 비리 문제는 어떻게 흘러갈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 부디 이번에 뿌리를 뽑을 수 있기를 바란다.
또한, 나는 이번 문제가 비단 사립 유치원 전수조사에서 그치는 게 아니라, 그동안 부실 급식으로 많은 논란을 겪었어도 확실한 처벌과 진상 조사가 공개적으로 이루어지지 않은 초·중·고등학교에도 엄격한 감사가 실시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아이들을 상대하는 기관의 허튼 장난은 이제 끝을 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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