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의 사랑과 만날 때까지, 사랑은 기적을 일으킨다

일본 서점 직원이 뽑은 '한 번 더 읽고 싶은 책' 연애 소설 부분 1위


 사랑을 소재로 다루는 일본 소설은 한국 소설과 달리 상당히 감성적일 때가 많다. 한국 로맨스 소설은 어두운 사건을 다루면서 사랑이라는 감정을 키우지만, 일본 소설은 어두운 사건 없이 아주 평범해 보이는 사건을 다루며 사랑이라는 감정을 키운다. 그래서 일본 소설은 사랑이라는 감정이 정말 순수하다.


 보통 사랑이라는 감정은 자신보다 더 소중히 여길 수 있는 사람을 만나는 일이라고 말한다. 내가 맛있고 배부르게 먹기보다 사랑하는 사람이 맛있고 배부르게 먹기를 바라고, 나보다 사랑하는 사람이 더 웃기를 바라는 마음이 바로 사랑이다. 사랑은 굉장히 헌신적이고, 박애주의에 가까운 그런 감정이다.


 아쉽게도 나는 누군가를 진심으로 사랑하는 감정은 느껴보지 못했다. 평소 생활을 하면서 좋아한다는 감정을 가지기도 어려웠고, 때때로 가슴을 설레게 하는 이성을 만나더라도 ‘와아’라는 감탄을 남몰래 할 뿐이었다. 누군가와 관계를 맺고, 서로 좋아하고, 감정이 깊어져 사랑이 되는 건 상상 속의 일이었다.


 어쩌면 그렇기 때문에 ‘사랑’을 소재로 한 소설을 즐기는 건지도 모른다. 현실에서 내가 하지 못하는 사랑을 소설 속에서 활약하는 주인공에 빗대어 보며 ‘이런 게 바로 사랑이구나!’라는 걸 느끼는 거다. 오늘 소개할 일본 로맨스 소설 <9월의 사랑과 만날 때까지> 또한 그런 감상을 하게 해준 소설이었다.



 <9월의 사랑과 만날 때까지>는 평범한 로맨스 소설과 조금 다른 로맨스 소설이다. 이 소설의 주인공은 히로인 역할을 하는 키타무라 시오리로, 그녀는 필름 카메라로 사진을 찍어 직접 현상을 하는 독특한 취미를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이 취미 때문에 그녀는 살던 곳에서 벗어나 새로 집을 구해야 했다.


 부동산 업자의 소개로 발이 닿은 곳은 예술을 하는 사람만 받아들인다고 하는 집주인이 있는 한 다세대 빌라. 이 빌라에서 살게 된 키타무라 시오리는 자신의 방에서 독특한 체험을 하게 된다. 방에 유령 같은 존재를 만나는 것과 같은 레벨로, 에어컨 파이프 구멍을 통해서 한 남성의 목소리를 듣게 되었다.


 그 인물은 자신을 가리켜 스스로 ‘히라노’라고 소개한다. 히라노는 시오리와 같은 빌라에 사는 1층의 주민 중 한 명이었다. 그런데 이 히라노는 현재 시오리의 아랫층에 사는 히라노가 아니었다. 에어컨 파이프 구멍을 통해 이야기를 하는 히라노는 시오리 입장에서 자신은 '1년 후의 미래인'이라고 말한다.


“간단히 말하자면 저는 기타무라 씨와 다른 시간에 살고 있습니다. 그쪽은 2004년이지요? 9월…….”

“1일인데요.”

덩달아 말하고 나서 후회했다. 오늘은 2004년 9월 1일인 게 분명하다. 일본에서 밤 9시라는 것은 전 세계 대부분이 같은 날짜라는 것이다.

“역시 그렇군요.” 하지만 상대는 그렇게 말했다. “그렇다면 딱 1년이 차이 나는 거군요. 이쪽은 2005년 9월 1일이니까요.”

“뭐라고요?”

내가 황당하다는 목소리를 내자 상대가,

“잠시 실례할게요.”

동시에 조금 전과 같은 말을 남기고 어딘가로 가버렸다. 그리고 1분인가 그쯤 지나서 다시 돌아왔다.

“맞아요. 지금 이야기하고 있는 저는 기타무라 씨 입장에서 보면 미래인입니다.” (본문 53)


 평범한 로맨스 소설에서 느닷없이 미래인이라고 자처하는 인물의 등장에 나는 잠시 얼이 빠졌다. 이윽고 정신을 차리고, 소설에서 이어지는 이야기를 천천히 읽어내려갔다. 미래의 히라노라고 소개한 인물은 몇 가지 실험을 거쳐 자신이 미래인이라는 사실을 믿을 수 있게 된 기타무라에게 한 가지 부탁을 한다.


 그 부탁은 과거의 자신을 미행해달라는 일이었다. 그러면서도 자세한 사항은 지금 설명할 수 없고, 일주일에 한 번인 수요일에 과거의 자신을 미행해달라고 부탁한다. 뭔가 석연치 않은 부탁이지만, 기타무라 시오리는 무언가를 증명하는 일이라고 생각해 일단 히라노의 부탁을 따라 수요일마다 미행했다.



 그렇게 본격적으로 이야기 막을 올린 <9월의 사랑과 만날 때까지>는 한참 동안 시오리는 과거의 히라노를 미행한다. 이 일련의 과정이 매듭지어지는 부분은 <9월의 사랑과 만날 때까지> 마지막에 이르러 그려진다. 시오리에게 과거의 히라노를 미행하도록 부탁한 히라노의 이름을 댄 인물의 정체도 함께.


 누군가를 좋아하게 되는 일은 단순히 첫눈에 반하는 일만 아니라 오랫동안 한두 번의 만남이 쌓이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9월의 사랑과 만날 때까지>에서 히라노의 과거를 미행한 탓에 시오리가 현재의 히라노와 접점을 갖게 되고, 그 접점에서 조금씩 피어나기 시작한 마음이 바로 9월의 사랑으로 싹튼다.


 미래의 히라노, 편의상 ‘시라노’로 부르기로 한 인물이 시오리에게 부탁한 일의 의미와 그녀가 떠나고 나서 현재의 히라노가 찾은 해피엔딩으로 가기 위한 길. 그 끝에 기다리는 시오리와 히라노 두 사람의 엔딩은 <9월의 사랑과 만날 때까지>의 마지막을 인상적으로 장식하며 긴 여운을 남겼다.


 누군가를 사랑하는 마음이 일으킨 작은 기적을 다룬 소설 <9월의 사랑과 만날 때까지>. 비록 9월은 이제 막 끝이 나고 10월이 시작하는 계절이지만, 지나간 9월과 가을이 지나가는 오늘 읽기 좋은 소설이었다. 가을을 맞아 로맨스 소설을 읽고 싶은 사람에게 <9월의 사랑과 만날 때까지>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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