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애하는 10년 후의 너에게 전하는 마음을 그린 소설
- 문화/독서와 기록
- 2018. 9. 13. 07:30
10년 전의 나는 10년 후의 나에게 어떤 편지를 썼을까?
초등학교에 다니던 시절에 10년 후의 내 모습, 혹은 20년 후의 내 모습을 상상하며 그림을 그리거나 글을 써보라는 과제를 받은 적이 있다. 당시에 나는 도저히 10년 후의 내 모습을 떠올릴 수가 없었다. 중학교 시절에 다시 받은 그 과제에서 나는 20년 후의 내 모습을 묘지 하나로 그려서 제출했다.
하루하루가 너무 힘들었던 중학교 초기 시절에 나는 20년 후의 내 모습을 다른 의미로 상상할 수가 없었다. 그때까지 살아있을 확신도 없었고, 살고자 하는 마음도 없었다. 만약 그 전에 내가 불치병에 걸려서 죽는다면 “얏호!”라고 소리치면서 즐거운 마음으로 죽을 자신도 있었다. 옛날의 나는 그랬다.
지금 생각하면 사춘기를 심하게 겪었다고 여길 수도 있고, 중2병을 겪었다고 여길 수도 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10년이 지난 지금은 초·중·고등학교 시절은 기억에서도 흐릿하다. 고등학교 시절은 내가 무엇을 하고 싶어했는 지도 모르겠다. 그때도 나는 하루하루를 살기 위해 버티느라 안간힘을 썼다.
그렇게 오늘 나는 29살의 어른이 되었다. 어른이 된 지금도 막연히 어떻게 살아야 할지 고민할 때가 많지만, 철없던 그 시절과 달리 죽고 싶은 마음은 품고 있지 않다. 만약 10년 전의 나에게 말한 마디를 전해줄 수 있다면, 나는 “괜찮아. 이윽고 너는 잘 해낼 수 있어.”라면서 토닥여주고 싶다.
오늘 이렇게 어린 시절의 이야기를 한 이유는 오늘 소개할 책이 다름 아닌 10년 전의 ‘타임캡슐’을 소재로 한 소설이기 때문이다. 오해하지 말자. 소설의 타임캡슐은 시간 여행을 하는 타임캡슐이 아니다. 그 당시의 추억이 담긴 물건 혹은 편지를 시간이 지난 이후 친구들과 함께 파헤치는 타임캡슐이다.
소설 <친애하는 10년 후의 너에게>는 택배를 통해 10년 전 초등학교 시절에 묻었던 타임캡슐을 전해 받는 총 여섯 명의 이야기가 짧게 그려진다. 각 이야기는 모두 가슴이 따뜻해지는 이야기였다. 어떤 인물은 10년 동안 가슴에 묻고 있던 일을 떠올리고, 어떤 인물은 10년 전의 나에게 용기를 얻기도 했다.
책을 통해 읽을 수 있는 여섯 명의 이야기 중에서 실질적인 주연이라고 말할 수 있는 인물은 첫 번째로 타임캡슐을 받은 아사이 치히로와 마지막으로 타임캡슐을 받은 야가미 아키라 두 사람이다. 두 사람은 초등학교 시절에 서로가 좋아하는 색의 크레용을 돌려주지 못한 상태에서 갑작스레 헤어졌다.
언뜻 보면 단순히 빌린 크레용을 돌려주지 못했을 뿐인 일이 10년이나 길게 가슴에 둘 정도로큰 일로 보이지 않는다. 여기에는 조금 특별한 사정이 있다. 바로, 치히로와 아키라 두 사람은 이성으로 서로를 좋아하는 사이였다는 점, 아키라가 이사를 하기 전에 두 사람이 싸우고 화해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절친 이상의 친구, 이성으로 좋아하는 친구와 화해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치히로는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코발트블루 색을 빌려준 채 헤어지고 말았던 거다. 이 일로 코발트블루 색을 영구 결색으로 취급하던 치히로는 10년 전에 아키라와 약속한 미대에 가는 일도 어중간한 자세로 대하고 있었다.
타임캡슐이 도착해 10년이 지난 자신의 모습에 고민하다 무심코 10년 전의 아키라가 쓴 편지를 멋대로 뜯어 읽어버리고 말았다. 처음 편지에 손을 댔을 때는 최악이라고 생각했지만, 그 편지에는 자신과 똑같이 후회하는 마음이 담긴 10년 전의 아키라의 편지가 있었다. 이때 치히로는 반환점을 찾았다.
소설 <친애하는 10년 후의 너에게>의 첫 번째 주인공인 치히로의 이야기는 차가운 겨울을 이겨내고, 따스한 봄 햇볕이 쏟아지는 날에 피기 시작한 벚꽃을 보는 듯한 멜로 이야기다. 치히로 이후에 타임캡슐을 받는 인물들의 이야기도 어쩌면 멜로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는데, 뒤의 이야기는 약간 달랐다.
치히로 다음으로 타임캡슐을 받은 키리하라 토야의 이야기는 ‘멜로’보다 ‘청춘’이라는 단어가 더 어울리는 이야기였다. 축구를 좋아하고, 자신에게 축구의 재능이 있다고 생각한 토야는 축구 강호 사립고교에 들어간다. 그런데 거기서 진짜 재능을 가진 친구를 만나면서 토야는 축구를 피하게 되어버렸다.
유령부원이 되어 방황하던 토야가 다시 축구를 마주하게 해준 계기는 10년 전의 자신이 쓴 편지가 담긴 타임캡슐이다. 그 타임캡슐에는 정말 철없이 축구를 좋아했던 자신이 10년 후의 자신에게 쓴 편지가 적혀 있었다. 토야를 바꾼 건 편지가 결정적인 계기가 아니지만, 중요한 인연의 교차점이 된다.
<친애하는 10년 후의 너에게>는 이렇게 타임캡슐에 담긴 10년 전의 내가 10년 후의 나에게 보낸 편지를 매개로 앞을 향해 나아가는 청춘의 이야기를 그린다. 10년 전의 편지로 다시 들여다본 자신이 가장 순수했던 시절에 꿈꿨던 꿈. 10년이 흐른 시간 속에서 재회한 10년 전의 특별했던 누군가.
책을 통해 ‘재능이 없으면 좋아하는 것도 안 되나요?’, ‘네가 하고 싶은 일을 너 자신이 비웃지 마.’, ‘뭔가 소중한 것을 발견한다면 그것을 위해 열심히 노력해주세요.’ 등 좋은 문장을 표현하기 위한 좋은 이야기를 읽을 수 있었다. 만약 10년 전의 내가 10년 후의 나에게 편지를 썼다면 뭐라고 썼을까?
소설 <친애하는 10년 후의 너에게>를 읽으며 잠시 잊고 지냈을지도 모르는 10년 전의 내가 가진 꿈 혹은 소중하게 여긴 마음, 사람을 떠올려볼 수 있기를 바란다. 이 소설은 책을 읽는 사람에게 괜스레 가슴을 뭉클하게 하는 그런 소설이었다. 오늘 잔잔한 여운을 느끼고 싶은 사람에게 이 소설을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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