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수 작가가 말하는 소설을 쓰는 방법

김해 독서대전 김연수 작가와 만남, '한 줄의 문장은 어떻게 소설이 되는가?'


 오랫동안 블로그를 운영하면서 글을 쓰다 보면 종종 “도대체 어떻게 매일 글을 쓰세요?”라는 질문을 자주 받는다. 블로그를 운영하려고 해도 매일 어떤 글을 써야 할지 몰라 답답해하는 사람이 많다. 그런데 나는 거기에 해줄 수 있는 특별한 말이 없다. 그냥 내가 경험한 이야기를 전부 쓴다고 말한다.


 나는 블로그에 책을 읽고 글을 쓰는 일을 시작으로, 내가 본 정치 뉴스와 사건에 대한 개인적인 시선으로 본 글, 내가 학교에서 겪었던 이야기를 차례로 풀어가면서 일상의 모든 걸 글로 표현하고 있다. 덕분에 2009년에 시작한 블로그는 어느덧 9년의 세월을 맞이해 총 3196편의 글을 쓰게 되었다.


 <노지의 소박한 이야기>와 함께 운영하는 <미우의 소박한 이야기> 블로그에 발행한 2206편의 글까지 합치면 총 5412편의 글을 쓴 셈이다. 9년 동안 5412편의 글을 쓴다는 건 1년 동안 602편씩, 하루에 약 1.65편의 글을 쓴 꼴이 된다. 솔직히 지금 나도 내가 이렇게 글을 썼다는 사실이 놀랍다.


 내가 이렇게 오랫동안 글을 쓸 수 있었던 이유는 특별하지 않다. 내가 글을 잘 써서도 아니고, 주변에 이야깃거리가 풍부해서 그런 것도 아니다. 그냥 매일 같이 습관처럼 글을 쓴 덕분에 호기심이 가는 분야에 대해 글을 쓸 수 있었고, 내가 좋아하는 분야에 대해 글을 쓸 수 있었던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지난 토요일(1일)에는 2018 김해 독서대전에서 열리는 소설가 김연수의 강연을 들을 기회가 있었다. 김해 문화의 전당 누리홀에서 진행된 김연수 강연은 역시 인기 있는 작가인 만큼, 제법 긴 시간 동안 줄을 서 있다가 들어가야 할 정도로 많은 사람이 왔었다. 그때 들은 이야기는 딱 이 주제다.


 ‘한 줄의 문장은 어떻게 소설이 되는가?’





 한 줄의 문장으로 시작해 소설을 집필한다는 게 솔직히 일반인으로서는 쉽게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꾸준히 블로그에 글을 쓴 나도 시나리오 공모전에 응모하고자 글을 쓸 때면, 늘 ‘아, 도대체 어떻게 이야기를 길게 적어야 하지?’라며 벽에 부딪히며 단편만 써온 나의 한계에 부딪혀 괴로워한다.


 그런데 막상 김연수 작가의 강연을 들어보니 소설을 쓰는 작가의 방식은 특별하지 않았다. 김연수 작가는 제일 먼저 자기가 쓰고 싶은 문장은 일단 기록해뒀다가 두고두고 기억에 남으면, 그 문장을 글로 옮기면서 ‘이 문장으로 어떻게 이야기를 만들 수 있을까?’라는 문제를 고민한다고 말한다.


 또한, 어떤 책을 읽다가 문득 호기심이 생기거나 의문이 드는 장면 혹은 인물을 알게 되면, 그 사람을 조사하면서 ‘만약 그 사람이 다른 상황이라면 어땠을까?’라고 상상하며 글을 쓰기 시작한다고 말한다. 즉, 아예 처음부터 없던 걸 창조하는 게 아니라 하나의 문장 혹은 인물에서 출발했던 거다.


 독서 강연 당시 김연수 작가는 어느 신부의 이름을 언급하며 일본 대마도에서 조선인 형제 두 명을 거둔 이야기를 했다. 그 신부의 이야기를 다룬 책을 읽어보면, 조선인 형제 두 명 중 장남의 이야기는 세례명부터 시작해 다양하게 소개가 되는데, 동생의 이야기는 어디를 찾아도 나오지 않았다고 한다.


 그래서 김연수 작가는 동생은 어떻게 되었을까 상상하며 글을 쓰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신부가 된 형은 조선에 다시 돌아오려고 하지 않았을까, 동생은 형과 달리 상인으로 길을 걸으면서 형과 나중에 만나지 않았을까, 그런 상상을 하면서 자료를 수집해서 지금 쓰는 소설이 ‘두 형제’라고 소개했다.



 크게 특별한 게 무언가 있을 것 같아도 알고 보면 굉장히 단순한 이야기다. 책을 읽거나 우연히 알게 된 어떤 문장, 어떤 인물에 대해 호기심이 생겨서 조사하다 ‘만약 ~ 했다면?’라는 사소한 호기심에서 시작해 이야기를 쓰기 시작하는 것. 단순해 보여도 이 일은 절대 누구나 할 수 없는 일이다.


 왜냐하면, 호기심으로 ‘만약 ~ 했다면?’이라는 의문 하나로 글을 쓰기 시작하는 건 쉬워도, 글의 매듭을 짓는 일은 결코 쉽지 않기 때문이다. 굳이 소설이 아니라 이렇게 강연에서 들었던 이야기를 정리해서 글을 쓰는 일도 시작을 고민하고, 끝을 어떻게 맺어야 할지 고민하며 지웠다 쓰기를 반복한다.


 하물며 가정법을 통해서 떠올린 이야기를 단순한 흥미 위주 소개가 아니라 한 편의 소설로 완성하기 위해서는 많은 작업이 필요하다. 그 인물 혹은 문장에 대해 자세히 조사하는 일은 물론, 소설에 필수적인 갈등과 화해라는 작업을 하기 위해서는 탄탄한 구성이 필요하다. 그래서 소설가가 대단한 거다.


 김연수 작가는 항상 꼬리에 꼬리를 무는 방식으로 관심을 가지면서 알게 된 문장과 사람이 소설이 된다고 말한다. 즉, 그가 말하는 소설을 쓰는 방법은 ‘호기심을 가지고, ‘만약 그때 그 인물이 ~ 했다면 어땠을까?’라는 상상을 해보며 이야기를 적는 거다. 실제로 우리 주변엔 그렇게 탄생한 작품이 많다.


 내가 자주 읽는 라이트 노벨 장르에서 유명한 <페이트 제로>이라는 작품은, <페이트 스테이 나이트>라는 원작에서 언급한 10년 전 사건을 상상하며 적은 팬픽 소설이 정식 소설로 발매된 소설이다. 그렇게 소설은 내가 우연히 만난 문장, 우연히 흥미를 품은 인물의 이야기를 상상하면서 시작한다.


 오늘 당신은 어떤 이야기를 쓰고 싶은가? 한 문장을 이용해서 소설을 쓰고 싶다면, 그 문장에 도달하기 위한 이야기를 상상해보자. 한 인물의 밝혀지지 않은 이야기를 상상해서 소설을 쓰고 싶다면, 그 인물에 대해 자세히 공부해보자. 그렇게 함으로써 우리는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작가가 될 수 있다.


 블로그에 글을 쓰는 일도 이와 다르지 않다. 평소 읽은 책을, 평소 본 영화를, 평소 본 예능을, 평소 본 하늘을, 평소 먹은 음식을, 평소 생각한 일을 ’나는 이렇게 생각했다.’라고 솔직하게 적어서 일단 업로드하면 된다. 그 글이 완벽하지 않아도 우리는 그렇게 시작해서 또 다음 글을 쓸 수 있게 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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