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정치를 했던 노회찬 의원 사망, 정치의 별이 지다
- 시사/사회와 정치
- 2018. 7. 23. 15:30
모두가 "예"라고 대답할 때 "아니오."라고 대답했던 노회찬 의원, 진정한 의미로 정치의 별이 지다
국회의원 특수 활동비 폐지를 주장하고, 최저임금 상승 및 깨끗한 정치를 하는 데에 앞장섰던 정치인 정의당 노회찬 의원이 유명을 달리했다. 지하철을 타고 서면으로 향하던 중에 비보를 접하고, 나는 "미친, 이게 무슨 일이야?"이라는 말을 나도 모르게 내뱉을 정도로 믿을 수 없는 충격적인 소식이었다.
노회찬 의원을 직접 만난 적은 없지만, 그가 늘 정치계에서 보여주는 소신은 많은 사람에게 사이다 같은 언행이었다. 어떤 집단처럼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서 특활비 내역에 입을 다물지 않고, 가장 먼저 나서서 국회가 가진 잘못된 관행을 고치려고 했다. 그렇기 때문에 노회찬 의원은 적이 많기도 했다.
무엇보다 노회찬 의원이 몸담은 정의당은 그렇게 너무나 진보적인, 어떻게 보면 너무나 상식적인 요구를 한결같이 주장했다. 그 탓에 스스로 진보라고 말해도 너무 성급하게 움직이는 걸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지나치게 이상을 추구한다.’라는 비판도 받았다. 사실은 나도 그런 사람 중 한 명이었다.
노회찬 의원을 비롯해 정의당이 추구하는 사회의 모습은 분명히 한국에 필요하지만, 아직 한국 정치와 사회에서는 실천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았다. 지금 당장 논란을 겪는 최저임금제도만 하더라도 갑만 아니라 을과 병, 정이 서로 싸우고 있다. 싸우지 않고 크는 아이 없듯, 정치와 사회도 그럴 거다.
그래서 노회찬 의원처럼 한결같이 소신 있는 발언을 하는 사람은 소중했다. 비록 우리 사회와 정치는 노회찬 의원의 이상을 받아들이기 어려워해도, 노회찬 의원처럼 한결같은 목소리를 내는 사람이 있어야 내일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들어주지 않는다고 목소리를 내지 않으면 그때는 정말 끝이다.
노회찬 의원의 죽음은 앞으로 ‘국회는 노회찬 의원의 사망 전과 사망 후’로 나누어지는 경계점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노회찬 의원이 드루킹과 관련해 뇌물 수수 혐의를 받으며 조사를 받았다고 하지만, 노회찬 의원을 처음부터 끝까지 청탁과 관계가 없음을 주장했고, 특검 측도 확증을 잡지 못했었다.
하지만 이렇게 갑작스러운 죽음을 택한 노회찬 의원을 두고 많은 사람이 수군거리고 있다. 물론, 고인이 되어버린 노회찬 의원의 명복을 비는 사람이 많지만, 일부 사람들은 “떳떳하면 죽지 말지. 왜 죽어? 지가 찔리는 게 있으니 죽었지.”라는 말부터 시작해 정치와 이념 싸움으로 몰며 비아냥거린다.
그렇게 주장하는 댓글 혹은 SNS상에 올린 사람들의 이유를 모르지 않는다. 확실히 떳떳하다면 대중 앞에 서서 자신의 결백을 밝히면 될 일이다. 그런데 한국은 이미 사실이 밝혀지기 전부터 몇 언론이 신나게 ‘이미 범인 확정!’이라는 식으로 보도하고, 물타기가 필요한 정치인들은 물어뜯기 바빴다.
기무사 계엄령 문건에 대해서 입을 싹 닫고 있는 어떤 정당의 정치인들처럼 얼굴에 철판을 깔고 지내면 노회찬 의원도 그냥 지낼 수 있었다. ‘내가 하면 로맨스고, 남이 하면 불륜이다.’라는 이념 하나를 가지고 사는 자유로운 어느 정당처럼 뻔뻔하게 살아갈 수 있으면, 한국에서 정치하는 일은 대단히 쉽다.
하지만 노회찬 의원은 누구보다 소신을 굽히지 않는 의원이었고, 하늘을 우러러 한 점의 부끄럼 없이 살아가고자 했던 인물이다. 그런 인물이 자신이 연관된 문제에서 자신이 놓쳤던 실수를 통감하고, 스스로 가진 기준을 지키지 못했기 때문에 이처럼 안타까운 선택을 했다고 생각한다. 무척 유감이다.
더한 사람들도 고개를 떳떳하게 들고 살아가는 한국 정치 사회에서 한 점의 부끄럼 때문에 자신을 죽음으로 몰아야 했던 노회찬 의원. 이제는 고인이 되어버린 그를 위해 명복을 빌고 싶다. 부디 노회찬 의원이 남긴 진정한 정치의 길이 왜곡되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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