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냉면은 9천 원으로 올라야 했을까
- 시사/사회와 정치
- 2018. 6. 8. 07:30
치킨은 2만 원이 넘고, 냉면은 만 원에 다가서는 시대에 서다
여름의 이른 더위가 기승을 부리면서 여름 별미인 냉면과 밀면이 불티나게 팔리기 시작하고 있다. 얼마 전에 뉴스를 보니 냉면의 한 그릇의 가격이 일부 가게에서 9천 원에 이른다는 사실을 전해 들었다. 냉면 한 그릇이 9천 원. 과거 냉면 한 그릇이 5~6천 원 했던 시절과 비교하면 정말 놀라운 가격이다.
물론, 9천 원 냉면 가격이 물가가 유독 비싸기로 유명한 서울이 그렇기 때문에 지방에 사는 사람은 아직 그 가격이 현실적으로 다가오지 않는다. 내가 사는 김해는 밀면을 주로 먹는데, 밀면 한 그릇 가격은 아직 7천 원대를 유지하고 있다. 7천 원 정도면 요즘 시대에서는 착한 가격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지방도 조금씩 음식 가격이라고 해야 할까, 물가가 올라가는 추세라 얼마 지나지 않아 9천 원 밀면을 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 정말 내 월급 빼고 뭐든지 다 올라가는 듯한 상황은 ‘앞으로 도대체 뭘 어떻게 살아야 할까?’라며 깊은 한숨을 쉬게 한다. 한 번 생각해보자. 왜 물가는 계속 상승할까?
나는 경제 전문가가 아니라서 솔직히 그 이유를 경제적 관점에서 자세히 설명할 수 없다. 미국이 세계의 다른 나라와 관세 전쟁을 벌이면서 수출입을 주로 하는 한국이 영향을 받은 것, 중국의 빠른 성장이 국내 기업의 이익을 둔화시킨 것 등 경제적 관점으로 있어 보이는 이유는 고작 이 정도에 불과하다.
그런데 나는 굳이 이렇게 우리가 어렵게 생각할 필요가 있나 싶다. 조금 더 간단하게 물가 상승 원인을 생각해보고 싶은데, 내가 가장 꺼내고 싶은 이유는 ‘임대료 상승’이다.
김해와 부산에서 먹을 수 있는 밀면
보통 자영업자들은 건물을 임대해서 가게를 내는데, 건물을 임대하기 위한 임대료가 계속 올라가면서 자영업자들도 임대료를 부담하기 위해서 상품의 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다. 임대료가 5천에서 5천 5백으로 올라가는 게 아니라 5천에서 1억 혹은 2억까지 올라가 버리니 다른 방도를 찾을 수 없는 거다.
도대체 임대료는 왜 이렇게 급격한 상승 곡선을 그리면서 올라가는 걸까?
그 이유도 경제적 관점에서 설명하면 어려운 단어를 들면서 설명할 수 있겠지만, 나는 간단히 건물주가 가진 부채, 즉, 빚 때문이라고 말하고 싶다. 통상 대기업 재벌이 아닌 이상, 아니, 심지어 대기업 재벌도 건물을 살 때는 대출을 껴서 건물을 산다. 그리고 건물에서 뭘 하든 거기서 본전을 뽑아낸다.
본전을 뽑고도 남기기 위해서는 역시 건물에 들어온 기업이 승승장구하는 것이 중요하다. 당연히 자영업자에 임대를 한 사람들은 입소문을 타서 사람들이 가게를 찾아와 많은 소비를 할수록, 가게 건물이 가진 가치가 상승해 계약 갱신을 할 때 임대료를 높여 부를 수 있다. 비로소 이익이 있는 거다.
대출로 부동산을 산 사람들은 부동산을 유지하기 위해서 관리비만 아니라 대출 이자까지 내기 때문에 그 마이너스를 만회하려고 한다. 당연히 그 마이너스를 만회하고 본전을 뽑기 위해서는 그만큼의 높은 가격의 임대료를 책정할 수밖에 없다. 자연스럽게 거리가 유명해지면 부동산 가격을 올려 받는다.
부동산 소유주는 대출 이자와 대출금을 갚고 남기기 위해서 임대료를 올리니, 당연히 그 건물을 임대해서 장사하는 자영업자들은 임대료를 내고 남기기 위해서 또 상품의 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다. 한국에서 빚 없는 부동산이 수도권과 지방 구분 없이 드물기 때문에 물가 상승은 따라올 수밖에 없다.
쉽게 말해서 이렇다. 부동산을 사면 돈이 된다고 하니 빚을 내서 부동산을 샀는데, 대출이자와 대출금을 갚는 게 생각보다 어렵다. 그러니 부동산 소유주는 먹고살기 위해서라도 임대료를 높일 수밖에 없고, 소유주에게 건물을 임대해 장사하는 사람도 먹고살아야 하니 상품의 가격을 올린 거다.
딱 세 줄로 우리는 9천 원 냉면의 이유를 알 수 있다. 최근에도 무슨 길로 거리가 이름이 뜨면, 부동산 시세가 가장 빠르게 올라간다. 자연스럽게 부동산을 구매하거나 임대하는 사람들은 이익을 내기 위해 상품의 가격을 올리게 되고, 이 가격은 자연스레 물가 상승으로 이어져 ‘헐’ 하는 소리가 나온다.
과연 이런 게 정상적인 걸까. 유명세를 치르며 임대료가 상승한 부동산은 기존 세입자가 계약 유지를 포기할 수밖에 없게 하고, 새롭게 들어온 세입자는 투자한 만큼 거두기 위해서 제품의 가격을 올리거나 치고 빠지기 전략을 취한다. 그렇게 거품이 형성된 시장 속에서 손해는 늘 없는 사람만 본다.
유명세가 지나가면 텅텅 빈 점포가 즐비 하는 부동산은 마치 유령 도시를 연상시킨다. 권리금 5천에서 1억을 받던 곳이 이제는 무권리금을 외치는 거리가 되어버린다. 흔히 말해 지나치게 욕심을 부리다 폭삭 망해버린 것이고,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알에 만족하지 못해 거위의 배를 가른 격이다.
우리가 어디서든 쉽게 목격할 수 있는 이러한 흐름은 한순간에 생긴 게 아니다. 부동산 시장을 감히 건드리지 못한 참여 정부 시절부터 부동산 시장이 곧 경제의 지표로 여기며 부동산 시장 거품을 위해 정책을 완화한 MB 정부와 박근혜 정부에 큰 책임이 있다. 너무나 물가 상승은 그렇게 시작했다.
자칭 보수 논객이라고 말하며 만화를 그리는 한 인물은 문재인 대통령의 정책 때문에 물가가 끊임없이 상승한다고 말한다. 그런 건 상식적으로 생각해보아도 ‘헛소리’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조금만 더 쉽게 생각하면서 우리 문제를 바라보자. 그렇게 하면, 우리는 더 많은 문제를 쉽게 이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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