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C 김경문 감독 도중 사퇴, 꼭 그래야만 했나
- 문화/문화와 방송
- 2018. 6. 4. 08:02
엔씨 다이노스의 달 김경문 감독 사퇴, 달이 진다고 해가 뜨진 않는다
엔씨 다이노스 창단 시절부터 함께 한 김경문 감독이 감독직을 사퇴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야구팬들은 충격에 빠졌다. 비록 이번 시즌 엔씨가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지만, 신생팀 엔씨를 꾸준히 가을 야구를 하는 강팀으로 키워내는 데에 지대한 역할을 한 김경문 감독이라 이번 사퇴 소식이 무척 안타까웠다.
올해 엔씨는 하나부터 열까지 되는 게 없었다. 주전 포수의 공백과 주전 선수들의 부진, 그리고 새로운 외국인 투수들의 약한 모습이 팀의 추락을 일으키는 요소였다. 특히 김태군 포수의 부재는 마운드 안정성에서 큰 차이가 나타났는데, 대체 포수를 찾아도 안정적으로 투수를 이끌어주지 못했다.
더욱이 한화에서 데려온 정범모는 처음에 약간 살아나는 듯한 모습을 보여줬지만, 이윽고 한화에서 보여주던 흔들리는 모습을 똑같이 보여주면서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시즌 시작 전에는 신진호를 주축으로 밀고 나간다고 했었지만, 너무나 안 좋은 신진호의 모습은 포수 딜레마의 시작이었다.
포수가 흔들리니 자연스럽게 투수도 흔들렸다. 마운드에서 안정감 있게 던질 수 있는 투수는 몇 명이 되지 않았고, 연이어 포스트시즌을 거치며 소모가 심했던 불펜진은 한계에 다다른 듯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선발이 흔들리니 일찍 불펜을 당겨쓰고, 불펜이 흔들리니 선발진을 불펜진으로 내렸다.
이러한 상황에서 야구가 제대로 될 리가 없었다. 시즌을 시작할 때는 그래도 뭔가 조금 되는 듯한 모습을 보여주며 ‘올해도 가을야구를 하겠다.’라고 생각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우려했던 부분이 터졌다. 기어코 엔씨는 최하위까지 떨어져 점점 경기차가 벌어졌고, '감독 해임'이라는 초강수를 꺼내 들었다.
ⓒ오아미뉴스-NC다이노스
개인적으로 나는 엔씨 구단의 선택이 너무 아쉽다. 소속팀이 매일 이기면서 야구를 잘하기를 바라는 건 팬심으로서 당연하지만, 창단 때부터 지금까지 어려운 상황 속에서 팀을 이끌며 강팀으로 만든 감독을 시즌 중, 그것도 아직 초반이라고 말할 수 있는 시기에 사퇴하도록 하는 건 보기 좋지 않았다.
2019 시즌까지 계약을 한 상태이니 조금 더 두고 보았으면 했다. 이렇게 급하게 한다고 해서 선수단이 하루아침에 바뀌면서 반등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부진한 투수와 타자들은 맥이 빠져 오히려 쉽게 올라오지 못할 수도 있다. 구단의 분위기가 어수선해지는 것도 경기력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특히 엔씨에는 김경문 감독의 애제자인 베테랑 선수들이 있고, 그 베테랑 선수들은 창단 시절부터 ‘엔씨 다이노스’라는 야구팀을 지탱하는 기둥으로서 역할을 해왔다. 그런데 그런 선수들의 중심이라고 말할 수 있는 감독을 지금 이 시기에 해임한다는 건 말도 안 된다. 어쩌면 올 시즌을 포기한 건 아닐까?
그런 의구심을 들 정도로 갑작스러운 김경문 감독의 사퇴는 충격적이었다. 6월이 되면서 외국인 선수의 퇴출 문제도 조금씩 말이 나오는 시기이지만, 그래도 조금 더 믿고 가보는 시기다. 이 와중에 팀의 사령탑을 해임한다는 건 구단 자체에 문제가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엔씨는 꼭 이래야만 했던 걸까.
엔씨가 올 시즌 이렇게 부진한 이유에는 전력 분석팀의 불화와 내부의 문제, 그리고 공백이 된 포지션의 선수를 제대로 키워내지 못한 부분에서 문제가 있다. 이건 시간을 들여 천천히 해결해야 하는 문제다. 감독 한 명 교체한다고 확 뒤집어질 거라면, 우리나라 축구는 열 번도 넘게 뒤집어졌을 거다.
부디 김경문 감독님이 짧은 재충전 시간을 가지신 이후 다시 엔씨로 돌아오셨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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