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센 박동우 조상우 성폭행 논란, 프로의식 부재
- 문화/문화와 방송
- 2018. 5. 24. 07:30
프로 선수로서 의식이 없었던 넥센 박동우 선수와 조상우 성폭행 논란
어제 프로야구를 즐겨보는 사람으로서 도저히 간과할 수 없는 충격적인 소식을 전해 들었다. 넥슨 히어로즈의 박동우 포수와 조상우 마무리 투수 두 사람이 원정 경기를 온 인천에서 야밤에 술을 마시고, 모텔에서 여성을 성폭행한 혐의로 고소를 당했다는 소식이다. 이 소식에 아연실색할 수밖에 없었다.
두 선수 중 한 명은 성관계를 갖기 전에 돌아갔다고 말하기도 하고, 한 명은 합의 하에 성관계를 했다고 말하기도 한다. 모텔에서 술을 마시다가 논란의 그 일을 해버렸으니 사실 여성도 어느 정도 의도가 있었다고 볼 수밖에 없다. 그래서 이 사건은 확실한 조사 없이 ‘성폭행’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문제의 진위와 상관없이 당일 경기를 치른 두 선수가 다음날 시합을 앞둔 상태에서 야밤에 모텔에서 여성과 술을 마시면서 시간을 보냈다는 사실 자체도 문제다. 이 모습은 프로야구 선수로서 지녀야 할 프로의식이 없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운 일로, 어떠한 변명도 할 수 없는 일이기도 하다.
과거에도 한국 프로야구에서는 프로야구 선수가 원정을 가면 룸살롱을 가거나 늦게까지 술을 마시면서 다음날 컨디션을 관리하지 못한 일이 비판을 받은 적도 있었다. 이러한 모습은 프로의식을 가진 선수라면 보여서는 안 되는 모습이다. 그런데도 왜 이렇게 프로선수들은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걸까?
더욱이 나는 이번 성폭핵 논란이 ‘넥센’이라는 사실에서 무척 참담하다. 왜냐하면, 현재 피츠버그에서 복귀를 준비하고 있는 넥센 출신 괴물 유격수 강정호도 여자 문제와 음주 문제로 큰 곤욕을 치렀기 때문이다. 같은 넥센 출신 선수가 그런 곤욕을 치르는 걸 보았는데도 같은 실수를 하는 게 너무 어리석다.
아마 같은 일을 반복한 넥센의 박동우 포수와 조상우 투수 두 선수 사이에는 ‘나는 걸리지 않을 거야.’ 같은 안일한 착각이 있었는지도 모른다. 범죄 심리학을 살펴보면, 범죄자는 대체로 ‘나는 괜찮다.’라는 자만에 가까운 의식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그러니 경각심을 옅게 가지며 잘못을 일으키고 만다.
한국 스포츠 선수의 인성 문제가 논란이 된 건 하루 이틀의 문제가 아니다. 넥센의 두 선수 사건이 터진 당일에는 빙상의 금메달리스트 이승훈 선수의 후배 폭행 사건과 심석희 선수가 코치로부터 폭행을 당한 사건이 함께 보도되기도 했다. 많은 사람이 이러한 사건을 접하면서 ‘인성’ 문제를 제기했다.
한국 스포츠는 대체로 생활형 스포츠가 아니라 어릴 때부터 스포츠 하나만 꾸준히 해서 인재를 키우는 ‘엘리트형 스포츠’ 제도다. 덕분에 성적이 좋은 선수가 나오기도 하지만, 그만큼 10대 시절에 필요한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해 사람이 되지 못한 선수가 많다. 오로지 ‘스포츠 군기’ 하나뿐인 거다.
군대식 상명하복 문화가 강한 스포츠계에서 볼 수 있는 고질병은 뻔하다. 선배가 후배를 폭행하는 일은 일종의 문화처럼 반복되면서 선배가 코치가 되고, 후배가 다시 선배가 되어도 똑같은 일이 더 위와 밑에서 반복된다. 이러한 대물림 속에서 스포츠 선수들이 무엇을 배울지 말하지 않아도 뻔하다.
넥센은 다른 팀보다 젊은 선수가 더 많은 팀이다. 특히 차기 국가대표 에이스 외야수로 주목받는 이정후 또한 소속되어 있다. 그 정도의 선수가 넥센 선배 야구 선수들의 행동을 보면서 무슨 생각을 할지를 상상하는 것으로도 기분이 뭐라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참담하다. 선배가 모범을 보이지 못할망정….
이름 있는 선수가 되면 ‘유명세’ 때문에 편하게 할 수 있는 취미 생활이 적다는 건 안다. 어디를 가더라도 사람들의 주목을 받을 수 있고, 무엇보다 야구 하나만 하니 마땅한 취미 생활이 없어 밤에 선수들끼리 모여서 술을 마시는 일이 취미일 수도 있다. 하지만 술이 취미라 하더라도 ‘정도’는 지켜야 한다.
시합이 끝난 이후 한 잔을 하는 일은 기분 좋은 일일 수도 있다. 가볍게 선수들끼리 한두 잔 약주로 하면서 사기를 도취시키는 일은 아무도 뭐라고 하지 않는다. 하지만 ‘정도’를 넘었을 때는, 다음 날에 시합이 잡혀있는데도 불구하고 새벽 밤 늦게까지 술을 마시며 일탈 행위를 한다면 ‘문제’가 된다.
부디 이번 사건을 통해 다시 한번 더 선수들 사이에서 ‘음주 문제’와 ‘여자 문제’에 대한 경각심이 생겨 한층 더 행동에 조심하라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또한, 이 사건을 한 선수의 일탈로 여기는 게 아니라 ‘엘리트 체육’ 제도 자체에 문제가 있다는 자각을 우리 사회가 했으면 한다.
넥센은 박동우 포수와 조상우 투수 두 선수의 충격적인 사고가 보도된 날 치러진 시합에서 SK에게 13:2로 대패를 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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