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 함무라비, 상쾌함과 따뜻함을 담은 드라마
- 문화/문화와 방송
- 2018. 5. 23. 07:30
기대 이상의 좋은 작품으로 만들어진 드라마 '미스 함무라비'
드라마 <미스 함무라비>는 방송 첫날부터 많은 사람의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다음과 네이버 양 포털에서 모두 실시간 검색어에서 쉽게 내려오지 않았고, 소설 <미스 함무라비>를 읽고 후기를 쓴 덕분에 나도 제법 유입이 늘어나기도 했다. 설마 법정 드라마가 이렇게 인기가 많을 줄은 미처 알지 못했다.
소설로 읽으면서 ‘조금만 더 몇 가지 부분을 강조하면 굉장히 좋은 드라마가 될 것 같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뚜껑을 연 드라마 <미스 함무라비>는 기대 이상으로 좋은 작품으로 만들어져 있었다. 박차오름 판사가 가진 특유의 기질도 잘 표현되어 있었고, 임바른 판사와 한세상 판사도 마찬가지였다.
아마 많은 사람이 박차오름 판사를 연기한 고아라의 모습을 굉장히 인상 깊게 보지 않았을까 싶다. 드라마 첫 화에서 그려진 박차오름 판사가 지하철 쩍벌남과 제집 거실인 듯 통화하는 아주머니를 대응하는 모습을 비롯해, 여학생을 성추행한 대학교수의 사타구니를 니킥으로 가격하는 장면은 특히 더 그랬다.
이 부분만 보고서도 많은 사람이 ‘캬, 사이다!’라며 청량한 시원함을 느꼈을 것이다. 하지만 드라마 <미스 함무라비>에서 박차오름 판사가 보여준 것은 이게 전부가 아니었다. 여성의 옷차림을 문제 삼은 한세상 부장 판사에 대항하여 미니스커트와 히잡을 입으며 복수하는 장면은 배꼽 잡고 웃게 했다.
약간은 보수적인 한세상 부장 판사를 연기하는 성동일의 모습과 당돌하게 부딪히는 박차오름 판사를 연기하는 고아라의 모습이 무척 잘 어울렸다. 그동안 법정 드라마는 사건을 진지하게 고민하면서 커다란 적과 싸우는 이야기가 많았지만, 이렇게 민사를 주제로 하니 대중과 훨씬 쉽게 교감할 수 있었다.
또한, 드라마 <미스 함무라비>는 법정 에피소드만 아니라 ‘사랑’이라는 에피소드에서도 임바른 판사와 박차오름 두 판사의 관계에 충분한 흥미를 품을 수 있도록 해주었다. 임바른 판사가 고등학교 시절의 박차오름을 추억하는 모습과 변해버린 박차오름 판사를 보는 모습은 멜로의 향기가 가득했다.
소설 <미스 함무라비>에는 추신으로 ‘주폭 노인 에피소드 초고 마지막에는 주인공들의 사이가 좀 더 진전되는 씬이 있었다. 고민 끝에 빼고 말았다. 일에 더 집중하라고 벙커 부장 노릇을 한 셈이다. 두 주인공에게 미안하다.’라는 글을 읽을 수 있다. 아마 드라마에서는 이 부분이 제대로 그려지지 않을까?
임바른 판사와 박차오름 판사 두 사람의 관계 구도 또한 드라마 <미스 함무라비>에서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다. 그러나 <미스 함무라비>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민사 재판’이다. 사람들의 사는 이야기를 통해 시청자와 공감하고, 누구나 놓일 수 있는 사건의 피해자 입장에서 사건을 볼 수 있다.
지난 드라마 <미스 함무라비 1화>에서 볼 수 있었던 병원에서 수술을 받던 아들이 싸늘한 주검이 되어 돌아온 할머니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임바른 판사는 오로지 규칙대로 대응하며 “저 할머니 이상한 분이에요.”라고 말했지만, 박차오름 판사는 “자식이 죽었는데 어떻게 멀쩡해요!?”라며 따져 물었다.
이 부분에서도 박차오름 판사의 모습에 많은 시청자가 고개를 끄덕이지 않았을까. 실제로 우리 사회에서 의료 과실로 인한 의문사에 대한 문제는 항상 제기된다. 하지만 의료 과실 문제의 과실을 밝히는 책임은 일반인에게 있는 데가 힘없는 사람은 병원에 대해 제대로 진상조사 요구조차 하기 어렵다.
얼마 지나지 않은 과거에 한 유명 연예인이 병원에서 수술을 받다 의료과실을 당했다고 SNS에 올리자, 병원에서 곧바로 사과하는 일이 있었다. 이 일은 굉장히 이례적인 일이라고 볼 수 있다. 당시에도 많은 사람이 힘 있는 연예인이라서 금방 사과를 받을 수 있었다면서 불만의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드라마 <미스 함무라비>에서 다루는 사건은 이렇게 우리가 평소 판결과 관련된 이야기를 통해서 쉽게 공감할 수 있는 사건이 많다. 드라마 <미스 함무라비 2회>에서는 고깃집에서 불판을 떨어뜨린 사건으로 원고 어머니와 피고 사장님과 종업원의 에피소드였다. 그런 일은 살면서 한두 번쯤 겪지 않는가.
물론, 드라마에서 본 것처럼 조금 깊은 사정이 있는 경우는 드물겠지만, 우리가 미처 사람의 속을 보지 못해 벌어지는 갈등은 적지 않다. 법원에서 공익으로 일하며 조정 날짜가 있을 때와 재판이 있을 때마다 정말 그런 모습을 많이 보았다. 어쩌면 진심 어린 사과 하나로 해결할 수 있는 일인데도….
사람이 살아가는 건 그런 것 같다. 앞으로 드라마 <미스 함무라비>에서 보여줄 이야기는 바로 그렇게 살아가는 우리의 이야기다. 소설 <미스 함무라비>와 달리 더 깊이 사람의 사는 모습으로 들어간 드라마 <미스 함무라비>. 앞으로 원작 소설을 중심으로 또 어떤 이야기를 만들어갈지 기대된다.
유명 로펌에서 고액 스카웃 제의가 들어와도 자신의 믿는 올바른 가치를 선택한 임바른 판사. 오기 하나로 부장 판사에 대드는 일도 거부하지 않는 박차오름 판사. 이 두 판사를 이끌어나갈 한세상 판사의 법정 이야기는 이제 시작되었을 뿐이다. 어떻게 될지 알 수 없어도 감동과 재미는 확실하다!
아직 드라마 <미스 함무라비>를 보지 않았다면, 꼭 월화 밤 11시에 JTBC 본방 사수를 하기를 바란다. 혹 드라마를 보면서 원작 소설 <미스 함무라비>가 궁금하다면, 가까운 서점을 방문해보기를 바란다. <미스 함무라비>는 ‘법’을 소재로 하는 작품이라도 어렵지 않아 누구나 읽을 수 있는 작품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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