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팔이 하상욱 작가가 말하는 팔리는 글
- 문화/문화와 방송
- 2017. 12. 23. 07:30
시(詩)에 해학와 풍자를 담은 하상욱 작가가 말하는 글
지난 21일(목요일)에 김해 창업 카페에서 시(詩)팔이 하상욱 작가의 강의가 있었다. 사실 ‘강의’라고 말하는 것보다 글의 표현을 가지고 재미있게 놀았던 시간이었다. 나는 사실 ‘허상욱’이라는 작가를 잘 몰랐지만, 페이스북을 통해 공유된 <어쩌다 어른>을 통해 어쩌다 우연히 그의 이름을 알고 있었다.
페이스북에 올라온 <어쩌다 어른>의 짧은 동영상에서 본 하상욱 작가의 글은 굉장히 간결하고도 분명한 임팩트가 있었다. 그의 글에 나는 내심 감탄을 했었는데, 우연히 또 페이스북을 통해서 김해에서 하상욱 작가의 강연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마침 기말고사 마지막 날이라 사전 신청을 했다.
김해 시외버스터미널 3층에 위치한 김해 창업 카페를 이번에 처음 방문했는데, 생각보다 여러모로 시설을 잘 갖춘 장소였다. 비록 <어쩌다 어른>에서 본 커다란 무대는 아니었지만, 소박한 무대에서 들은 하상욱 작가의 강연은 딱 강연 주제가 작은 규모의 사람들과 대화하듯 나누기 좋은 주제였다.
하상욱 작가가 강연장에서 들려준 이야기는 ‘열정을 가지고 노력하면 된다’ 같은 이야기가 아니다. 그가 어떻게 지금의 시를 쓰게 되었고, 사실 남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직장에서 자신 있게 박차고 나가지 않았고, 정말 오랫동안 걱정을 하다가 직장에서 나온 이야기를 유머를 섞어 재미있게 들려주었다.
제일 먼저 하상욱 작가는 자신의 프로필을 소개하면서 실제로 책에 삽입된 프로필을 소개했다. ‘작가 소개’에 ‘이 작가는 어느 대학교를 졸업하여 무슨 책을 썼는지 이야기를 하는 게 아니라 본인의 사진과 소 사진, 개 사진을 배열한 모습과 함께 ‘작가의 말’에는 말 사진을 넣은 모습이 대단히 놀라웠다.
당시 이 프로필 사진은 인터넷에서 공유되어 굉장히 화제가 되었다고 한다. 이제야 처음 그의 프로필 소개를 본 나는 확실히 그럴 수 있겠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고정관념에서 이렇게 벗어날 수도 있다는 점이 무척 놀라웠다. 나라면 절대 이런 생각을 하지도 않고, 절대 할 수도 없었을 것이다.
하상욱 작가가 가진 기묘한 아이디어가 어디서 나오는지 엿볼 수 있었던 프로필 소개를 시작점으로, 허상욱 작가의 강연은 그가 적은 짧은 시와 함께 사는 이야기를 나누었다. 하상욱작가의 시가 이렇게 큰 공감을 얻을 수 있었던 것은 ‘짧아도 확실히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가 담겨있기 때문이었다.
단순히 어설프게 풍자를 하는 게 아니라 짧은 글에 위로가 담길 때가 있고, 날카로운 지적이 담길 때도 있었다. 어떻게 보면 ‘천재’라는 말이 어울릴 정도로 허상욱 작가의 글은 놀라웠다. ‘선행학습보다 먼저 선행을 학습했으면’이라는 글은 이 짧은 길이로 우리가 모두 고개를 끄덕일 수 있는 글이었다.
하상욱 작가는 강연에서 여러 글을 많이 소개해주었는데, 여기서 미처 다 소개하지 못해 아쉽다. 만약 기회가 있으면 구글 검색을 통해 ‘허상욱’을 검색해보기를 바란다. 작가가 운영하는 인스타그램 계정을 통해서 ‘피식’하고 웃을 수 있는 글을 읽을 수 있다. 그의 글은 유병재의 블랙 코미디와 또 달랐다.
사실, 어떻게 보면 하상욱 작가의 글은 누구나 한 번쯤 써보았을 글이기도 하다. 내가 블로그에 적은 적이 있던 “계단은 올라가는 것보다 내려오는 게 더 어렵다.”라는 글처럼, 우리가 흔히 ‘필을 받았다’ 고 말할 때 종종 적는 재치와 해학이 담긴 글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조금 간단해 보이기도 한다.
실제로 그는 강연에서 “사이런 글은 다른 사람도 많이 썼습니다. 저도 재미있게 읽었어요. 하지만 저처럼 이렇게 시리즈로 만들 정도로 적은 사람은 없었습니다.”라고 말했다. 확실히 한순간의 기분으로 적은 글을 꾸준히 모아서 시리즈를 만들거나 꾸준히 엉뚱한 시선으로 글을 쓰는 건 드물었을 거다.
하상욱 작가는 강연을 통해 ‘여행’을 주제로 인터넷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글들을 소개해주었다. 우리가 인터넷을 하는 동안 페이스북, 트위터를 통해 몇 번 정도는 우연히 읽으면서 ‘ㅋㅋㅋㅋㅋ 대박’이라며 ‘좋아요’를 누르거나 공유했을 그 글들을 통해 틀을 벗어난 생각 방식을 보여주었다.
결국, 팔리는 글은 우리가 대중적으로 공감할 수 있는 글이다. 과거 이연복 셰프 또한 요리의 성공 비결로 “정말 대중적인 맛을 공략해야 한다.”고 말했는데, 하상욱 작가의 글은 대중적인 맛을 아주 제대로 저격한 글이다. 긴 글 울렁증이 있는 현대인에게 짧은 글에 담긴 해학과 풍자는 최고다.
이번에 처음으로 하상욱 작가의 강연을 들으면서 ‘글’이라는 것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다. 늘 열심히 블로그에 글을 쓰면서 서평집 같은 책을 염두에 두고 있지만, 글을 쓰는 데에 필요한 것은 열정만 아니라 다른 시각에서 보는 공감과 웃음이라고 생각한다. 그게 잘 팔리는 글이자 좋은 글일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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