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로지 수능일 한국에서만 볼 수 있는 이색 대책
- 일상/일상 다반사
- 2017. 11. 14. 07:30
수능시험을 준비하는 수험생을 위한 한국의 이색 대책
이제 올해 가장 중요한 수능시험이 고작 이틀밖에 남지 않았다. 벌써 수능을 치고 8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는 게 놀랍지만, 수능을 치고 나서도 시험과 전쟁은 끝날 낌새가 없어 답답한 마음이기도 하다. 대학을 졸업하기 위해 대학이 요구하는 토익 점수와 자격증을 얻기 위해서 시험을 치러야만 한다.
더욱이 졸업에서 시험을 요구하는 것만이 아니라 취업을 하는 데에도 시험을 요구받는다. 그야말로 한국 사회는 시험으로 시작해서 시험으로 끝나는 것 같다. 지금도 여의도에서는 각종 시험을 치르는 정치인들이 고성을 높이고 있고, 시민들은 그 모습을 보며 긴 한숨을 내쉬면서 고개를 돌린다.
‘시험을 소재로 계속 이야기하면 끊임없이 부정적인 그림이 그려질 것 같다. 그래서 오늘은 조금은 재미있는 이야기로 글을 적고자 한다. 이 글을 적게 된 계기는 지난 토요일에 지역 신문에서 우연히 읽은 한 기사다. 그 기사에는 수능일을 맞아 경전철을 감속 운행한다는 상세한 안내가 적혀있었다.
보통 경전철이 역에 정차하거나 출발할 때 나는 브레이크 소음과 가속 소음이 무척 시끄럽다. 그래서 수능시험이 치러지는 당일 외국어 영역 듣기평가 시간인 오후 1시 5분부터 1시 40분까지 35분 동안 고등학교 인근 역에서 시속 70km에서 시속 25km로 감속 운행을 한다고 한다. 놀랍지 않은가?
김해 경전철
이러한 모습은 오로지 한국에서만 볼 수 있는 모습이다. 다른 나라에서도 중요한 시험이 있는 날에는 많은 사람이 관심을 기울이기는 하겠지만, 한국처럼 지방 자치 단체만 아니라 각 산하 기관이 나서서 시험에 응시하는 수험생을 챙기는 모습은 드물다. 해마다 겪으면서도 나는 늘 신기하게 느껴졌다.
심지어 듣기 평가 시간에는 행여나 방해될까 비행기마저 뜨지 않는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겨우 시험 하나 때문에 비행기까지 뜨지 않는 건 무척 이례적인 일이다. 수능 시험을 ‘겨우 시험 하나’로 취급하기에 수능 시험이 가진 무게가 보통이 아니라는 걸 나 또한 수험생이었기에 잘 알고 있다.
그런데 반대로 생각해보면, 한국 사회는 여전히 대학에 가지 않으면 안 되는 족쇄 사회에서 도무지 벗어나지 못한다고 볼 수 있다. 대학 진학률이 80%를 넘는 시점에서 이미 과열 경쟁이 되어버렸고, ‘이 시험 하나로 인생이 결정된다.’는 말이 아직도 흔할 정도로 수능 시험에 거는 무게가 무겁다.
단순히 무거운 게 아니라 지나치게 무겁기 때문에 수험생들의 어깨도 무겁다. 행여나 잘못하면 어쩌나 싶어 발을 동동 구르며 불안해하고, 때로는 시험이 끝난 후에 안타까운 선택을 하는 경우도 있다. 부디, 이번에는 그런 일이 없었으면 하는 마음이기에 모든 단체가 나서서 이색 대책을 내놓는 것일 테니까.
어쩌면 이러한 대책 안에는 ‘아직도 수능 시험으로 인생을 결정하는 구조를 바꾸지 못한 어른들의 미안함’이 잡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다음 자식 세대에는 이렇게 시험 하나에 인생 전체를 쩔쩔매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하고 싶은 일에 맞춰 ‘삶을 찾아가는 일’로 시험이 치러질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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