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 바랜 장현식 호투, 일본에 끝내기 역전패
- 일상/일상 다반사
- 2017. 11. 17. 07:30
아시아 프로야구 챔피언십 한일전, 치열한 접전 끝에 끝내개 패배를 당하다
어제 목요일(16일) 도쿄돔에서 아시아 프로야구 챔피언십 한일전이 열렸다. 야구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다른 일은 다 제쳐두더라도 꼭 봐야 할 경기고, 야구를 좋아하지 않더라도 ‘한일전’이라는 타이틀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무조건 볼 경기였다. 당연히 야구를 좋아하는 나는 바로 야구를 시청했다.
16일, 도쿄돔에서 열린 부담스러운 한일전에 맞서 한국 선발투수로 올라온 투수는 NC 다이노스의 장현식 투수였다. ‘긁히면 선동열’이라는 별명이 있을 정도로 장현식은 제구가 흔들리지 않을 때는 정말 대단한 투구를 보여줬다. 지난 포스트시즌에서도 장현식의 피칭은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NC 팬인 나는 당연히 장현식이 잘하리라 믿고 응원을 했는데, 장현식은 기대 이상으로 호투를 이어가면서 일본 타선을 1실점으로 5회 말까지 완벽히 틀어막았다. 5회 말에 들어가기 전까지는 제구와 구속 모두 굉장히 안정적이었다. 비록 볼넷을 내주며 불안해도 5회 말도 큰 실점없이 잘 막았다.
이때까지 나는 우리 한국의 승리를 의심치 않았다. 장현식의 투구와 함께 빛난 타자들의 높은 집중력과 일본 타자들과 비교할 수 없는 ‘한 방의 잠재력’이 우위에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박민우는 볼넷을 연거푸 골라내며 투수진을 괴롭혔고, 이정후의 행운의 안타로 승기를 잡았기 때문이다.
ⓒNC 다이노스 페이스북
하지만 6회 말에 올라온 구창모는 직구 3개 만에 홈런을 허용하면서 고개를 숙여야 했다. 정규시즌과 포스트시즌에서도 구창모는 불펜 투수로 올라와 안정적인 투구를 보여주었기 때문에 기대했는데, 이번에 그의 공은 구속도 낮은 데다가 공도 밋밋하게 들어가는 바람에 너무나 쉽게 공략당했다.
비록 야마카와에게 홈런을 맞아 4:3이 되었지만, 이후 구창모의 뒤를 올라온 박진형이 컨트롤로 일본 타자를 상대하며 실점 없이 이닝을 막았다. 롯데와 NC 두 팀이 승부할 때도 박진형은 무표정한 얼굴로 아주 덤덤하게 투구를 했었는데, 한일전이라는 큰 무대에서도 박진형은 역시 냉정한 투구를 했다.
경기는 잠시 정체를 맞이했는데 그사이에 눈에 띈 일본 투수는 희귀한 폼으로 공을 던지는 이시자키 였다. 그는 임창용 투구폼 영상을 매일 2시간씩 보며 연구를 했다고 허구연 해설위원이 말하는 것을 들었는데, 실제로 투구 자세를 보니 임창용과 비슷한 부분이 있었다. 그런데 폼이 더욱 까다로웠다.
임창용의 투구폼은 사이드암임에도 구속이 제법 나와 쉽게 공략하기 어려운데, 이시자키는 자신의 독특한 습관까지 더해 처음 한국 타자들이 공략을 어려워했다. 연속 2안타 이후 번트 실패로 추가 득점을 올리지 못한 게 너무 컸다. 이 장면에서 오늘 시합이 그냥 끝나지 않을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역시 우려는 현실이 되어 9회 말에 올라온 김윤동 투수가 첫 타자는 공 3개 삼진으로 깔끔히 막았는데, 그 이후 계속 볼넷을 연속으로 허용하며 위기에 몰렸다. 김윤동은 안 맞으려고 조금씩 유인하려는 공을 던지다 보니 볼이 되고, 다시 스트라이크를 넣으려고 어깨에 힘이 들어가면서 제구도 흔들렸다.
김윤동은 결국 1사 만루 상황에서 함덕주와 교체되고 말았다. 처음 공 3개를 던져 삼진을 잡은 만큼의 기백만 있어도 하위 타선을 상대로 고전하지 않았을 텐데 무척 아쉬웠다. 김윤동의 아쉬운 투구 속에 살아난 일본의 꺾기 위해 올라온 함덕주는 긴장감 속에 밀어내기 볼넷으로 동점을 허용하고 말았다.
다행히 후속타를 맞지 않아 끝내기 패배를 당하지 않았지만, 다음 투수를 어떻게 끌어가야 할지 심히 걱정되는 순간이었다. 그런데 이 걱정을 덜어버리는 듯이 승부치기 상황으로 들어간 10회 초 연장에서 대타로 들어온 류지혁의 1타점 적시타와 하주석의 2타점 적시타로 7:4로 다시 점수를 벌렸다.
한일전에서 스타가 탄생하는 것은 바로 극적인 순간에 이렇게 잘 치는 게 필요했다. 7:4로 역전한 상황 속에서 한승택의 볼넷과 박민우의 안타로 만루 찬스가 이어졌다. 일본도 10회 말 승부치기 상황에서 시작하기 때문에 적어도 2점은 더 내주기를 바랐지만, 후속타는 아쉽게도 터지지 못했다.
그렇게 시작한 10회 말에서 함덕주는 첫 타자를 플라이 아웃으로 잡으면서 긴장이 풀린 모습을 보여주는 듯했지만, 곧바로 다시 제구가 불안정하게 흔들리며 카운트를 잡으려고 들어간 밋밋한 직구에 홈런을 맞으면서 다시 7:7 동점이 되어버리고 말았다. 정말 최악에 가까운 한방이었다.
한국은 이민호로 투수를 바꾸어 다시 아웃 카운트를 한 개 잡으면서 11회 연장으로 가는 듯했는데, 이후 안타를 허용한 이후 다무라에게 끝내기 안타를 허용하며 이민호는 패배하고 말았다. 외야수를 ‘당기지 않은 상태’였으면 잡을 가능성도 있었는데, 당긴 수비를 하는 바람에 끝이었다.
승부치기 상황에서 어쩔 수 없는 수비 상황에서 터진 안타는 무척 아쉬웠다. 이민호는 정규시즌과 포스트시즌에서도 밋밋한 공이 제법 있어 안타 위험이 있는 투수였는데, 결국 마지막 상황에서 딱 한 개의 밋밋한 공이 승부를 결정짓고 말았다. 참, 한일전이라는 건 쉽게 끝나는 게 하나도 없었다.
이번 일본 팀을 보면서 인상적이었던 것은 나이지리아 아버지와 일본인 어머니의 혼혈 선수가 있다는 점과 그 이외에도 ‘일본 순수 태생’이 아니라 제법 하프 선수들이 보였다는 점이다. 혼혈 선수가 함께하는 일본의 모습을 보면서 무척 신기했다. 만약 한국이라면 일본처럼 혼혈 선수를 인정했을까?
한일전의 치열한 승부와 결과의 허탈함을 받아들이면서도 유독 눈에 들어온 혼혈 선수들. 점점 다문화 사회가 되어가는 우리 사회에서도 조만간에 이런 모습을 보게 될지도 모르겠다. 뭐, 상관없는 이야기다. 아직 한국 사회는 다문화로 향하고 있지만, 사람들은 이를 거부하고 있어 아직 멀었다.
비록 굉장히 치열한 한일전에서 패배하고 말았지만, 남은 시합에서 승리를 거두며 최후에는 웃을 수 있기를 응원한다! 한국이라면 그렇게 할 수 있다.
이 글을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