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버스 파업을 직접 겪으면서 비로소 알게 된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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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뉴스로만 들었던 버스 파업에 처음 직접 영향을 받아보니


 지난 금요일(3일) 새벽 4시 30분부터 경남지역 시외버스가 파업으로 인해 운행 중지가 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버스 파업을 할 수도 있다는 짤막한 기사를 목요일(2일)에 읽으면서 ‘어, 내일 조금 위험할 수도 있겠는데?’라고 생각만 했지, 설마 내가 타는 버스가 당일에 운행을 멈추리라곤 상상도 못 했다.


 금요일(3일) 아침에 나는 언제나처럼 대학에 가기 위해서 부산 동래로 가는 버스를 타기 위해서 김해 버스 터미널로 향했다. 오전 8시 30분 버스라 13분 정도에 여유 있게 나갔는데, 횡단보도를 건너는 와중에 동래로 가는 해운대 버스가 눈앞으로 지나갔다. 순간 ‘어, 뭐지?’라며 얼어붙을 정도로 당황했다.


 해운대-동래-김해를 오가는 버스는 해운대에서 워낙 사고 혹은 공사가 많아 조금씩 밀릴 때가 있어서 처음에는 버스가 밀린 거로 생각했다. 하지만 김해 버스 터미널에 붙은 운행 중단 노선에는 ‘김해-동래-해운대’ 노선이 포함되어 있었다. 그래도 눈앞에서 버스가 간 걸 본 터라 설마설마하고 있었다.


 다행히 처음 표를 구매할 때는 “동래 가는 8시 30분 버스는 있어요.”라고 전해 들었다. 비록 8시 30분까지 5분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아직 버스는 오지 않았지만, 그래도 30분 혹은 32분 정도가 되면 버스가 오지 않을까 싶었다. 그런데 시간이 되어도 오지 않자 관계자분이 분주히 전화를 걸었다.


 관계자분은 자초지종 확인을 하시더니 곧바로 나를 포함해 버스를 기다리는 손님들을 향해 “8시 30분 버스 기사님이 파업에 동참하셔서 버스가 없다고 합니다. 9시도 없을 것 같습니다. 경전철 타고 가셔야 하겠습니다.”라고 말씀하셨다. 얼이 빠진 것도 잠시, 표를 환불하고 서둘러 경전철로 향했다.




 김해 터미널에서 동래까지 가고, 동래에서 남산까지 가는 데에는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린다. 경전철과 지하철을 이용하면 환승 시간까지 계산해서 약 2시간 가까이 잡아야 했다. 하지만 곧바로 고속도로를 통해 동래로 가는 해운대 버스는 그 시간을 줄일 수 있는 최적의 교통수단이었다. 이걸 못 탄다니!


 시외버스 파업이라 고속버스는 해당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던 나는 무척 당황했다. 오전 10시 수업이 있는 터라 어쩔 수 없이 급하게 경전철을 탔는데, 오랜만에 탄 경전철의 흔들림은 고소공포증이 있는 나에게 작은 불안감을 심어줬다. ‘혹시 가다가 사고가 나면 어쩌지?’라는 바보 같은 생각이 들었다.


 불과 목요일에 창원 터널에서 유조차가 폭발한 사건이 있었던 터라 남몰래 혼자 쩔쩔맸다. 그런데 경전철을 탄 다른 사람들은 그런 걱정은 하지 않는 듯 보였다. 아무래도 워낙 오랜만에 경전철을 탄 덕분에 내가 조금 오버를 한 것 같았다. 다행히 경전철은 사고 없이 대저역에 무사히 도착했다. :D


 보통 오전 8시 30분 차를 타면 오전 9시 30분 정도에는 학교에 도착하는데, 경전철과 지하철을 환승을 통해 갔더니 역시 시간이 늦고 말았다. 오전 10시 수업에 10시 3분쯤에 교실에 겨우겨우 교실에 도착할 수 있었다. 설마 뉴스로만 듣던 버스 파업의 영향을 내가 직접 겪게 될 줄은….



 학교에 가는 것도 경전철과 지하철을 통해 갔으니 당연히 돌아오는 길도 경전철과 지하철을 환승을 통해 돌아와야 했다. 중간에 혹시나 해서 동래 지하철역에서 내려 버스터미널로 가봤는데, 오후에는 버스가 아예 한 대도 없다고 했다. 역시 내가 아침 8시 13분경에 본 버스가 금요일 마지막 버스였었다.


 하는 수 없이 다시 일말의 불안감을 가진 채로 지하철과 경전철을 환승해서 집으로 돌아와야 했다. 갈 때는 학교에 도착해야 한다는 생각에 정신이 없는 데다 워낙 오랜만에 탄 경전철의 흔들림에 불안감을 느껴 주변 풍경을 제대로 보지 못했다. 집으로 돌아올 때는 그래도 조금은 여유를 가질 수 있었다.



 위 사진은 경전철에서 바라볼 수 있는 낙동강 풍경이다. 조금 더 사진이 깨끗하게 나왔으면 좋았겠지만, 그런 아쉬움을 달랠 정도로 직접 본 풍경은 좋았다. 가을이라고 생각하기 어려울 정도로 낮 기온이 높아 점퍼를 벗고 반소매로 있었는데, 바깥 풍경을 바라보는 동안 쌓인 스트레스가 녹는 듯했다.


 그동안 버스를 타면 항상 앉아서 오기 때문에 김해에 도착할 때까지 늘 잠을 잤다. 경전철과 지하철 환승은 사람이 많아 거짓 서 있어야 해서 불편을 느낄 수밖에 없었지만, 그래도 오랜만에 본 바라보는 풍경은 무척 좋았다. 대저역으로 오는 동안 본 풍경과 경전철을 타고 본 풍경은 딱 가을 풍경이었다.


 버스 파업 덕분에 이동 시간은 1.5배 더 걸리고, 피로는 3배는 더 느껴야 했지만, 이 풍경을 보면서 잠시 잊고 지낸 여유를 찾을 수 있어서 좋았다. 그래도 다음에는 역시 버스를 타고 편하게 이동하고 싶다. (웃음) 부디 오늘(3일) 저녁에 협상이 잘 매듭지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제발, 부탁이야!!)


 페이스북에 이 상황을 올렸을 때 친구는 “호주인가 뉴질랜드는 버스 파업하면 무료 운행한다던데. 유류비, 정비비, 수익부담이 다 회사한테 가서 장기간 파업해도 손해보는 게 없고, 시민들이 특히 더 좋아한다고.”라고 말했는데, 아마 그런 식으로 한국 노동자가 파업을 하면 발칵 뒤집어지지 않을까?


 한국 기업은 가뜩이나 노동자의 권리를 곱지 않게 보는 경향이 짙은데, 버스 기사들이 무료 운행을 해버리면 해당 버스 기사의 월급에서 차출하거나 노조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를 할 확률이 200%다. 무엇보다 아직 우리 시민 의식은 파업을 비롯해 그러한 모습을 받아들일 정도로 높지 않으니까.


 금요일 수업에서 교수님을 통해 들은 “아직 한국 시민 의식은 일본과 비교하면 한참 멀었다.”라는 말이 떠오른다. 분명히 아직은 부족하지만, 그래도 시민 의식이 다음을 향해 점차 성장하고 있다고 믿는다. 물에 빠진 시민을 구하기 위해 물에 뛰어든 고등학생들이 있는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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