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스데이 혜리를 걸쳐 EXID 하니, 아이유, 그리고 트와이스까지
- 문화/문화와 방송
- 2017. 11. 9. 07:30
아이돌에 일절 관심없던 내가 아이돌의 이름을 기억하며 환호할 때까지
보통 10대 시절에는 누구나 좋아하는 연예인이 한두 명 정도 있기 마련이다. 특히 남중, 남고를 졸업한 남학생들은 누구나 팬으로서 응원하는 여자 아이돌 한두 팀이 있는 게 당연했다. 하지만 나는 그런 당연한 일을 아주 또 당연하게 거스르는 사람 중 한 명이었다. 나는 아이돌에게 일절 관심이 없었다.
오죽하면 내가 아는 아이돌이 아니면 전국적인 지지도가 없다는 말이 친구들 사이에서 나올 정도로 나는 여성 아이돌 그룹은 고사하고, 연예인의 이름을 아는 게 무척 생소했다. 문제는 10대 시절에만 그랬던 것이 아니라 20대 초반이 되었을 때도 그랬다. 아이돌 가수의 세계는 늘 다른 세계였다.
매일 일요일 밤마다 시청하는 <1박 2일>에 게스트로 출연하지 않는 이상 내가 아이돌을 비롯하여 연예인의 이름은 기억하는 건 드물었다. 그런 내 인생에 ‘아이돌’과 ‘연예인’ 에 관심을 두기 시작한 것은 지스타 행사에 참여하여 본 ‘걸스데이’, ‘오렌지 캬라멜’ 등의 걸그룹 공연이 그 시작점이다.
직접 눈앞에서 인기 걸그룹의 공연을 보면서 살짝 관심이 커지기 시작했다. <응답하라 1994> 이후 선풍적인 인기를 끈 걸스데이의 혜리를 가까이서 본 사건을 계기로, 내가 이름을 외우기 시작하는 걸 그룹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특히 김해 신세계 백화점에서 본 EXID 하니의 모습도 대박이었다.
그동안 나와 다른 세계로 느껴진 아이돌 걸그룹을 직접 눈으로 보거나 사인을 받고, 악수까지 할 기회마저 생기니 관심을 두지 않을 수가 없었다. 더욱이 이런 관심이 서서히 커지기 시작한 20대 중반쯤에 예능 트렌드가 점점 생활형 예능으로 바뀌기 시작하면서 새롭게 아이돌을 보는 시각이 생겼다.
내가 본 방송 중 대표적인 방송은 <효리네 민박>이라는 프로그램이다. <효리네 민박>을 통해 본 아이유의 모습은 무척 인상적이었다. 이전에도 ‘아이유’라는 이름을 <런닝맨>과 어떤 드라마를 통해서 알고 있었는데, 역시 본격적으로 ‘아이유’라는 이름을 기억하게 된 건 <효리네 민박>이었다.
보통 아이돌 그룹을 좋아하는 사람은 무대 위의 모습을 보고 좋아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나는 무대 위의 모습이 아니라 평범한 일상 속 모습에 담긴 매력에 반했다. 아마 <효리네 민박>을 본 사람들은 아이유가 더는 ‘아이유’가 아니라 ‘이지은’으로 사람들에게 자리 잡은 걸 알고 있을 것이다.
어머니는 나보다 더 아이유를 좋아하시는데, 매번 <효리네 민박>에서 아이유를 볼 때마다 “아이유는 어쩌면 저렇게 예쁘냐? 너도 아이유 같은 여자친구 좀 데리고 와봐라.”라고 농담으로 말한다. 어머니의 아이유 사랑은 무대 위 아이유의 모습을 모르더라도 평범한 팬 수준에 해당한다고 생각한다.
최근에는 <뭉쳐야 뜬다>에서 본 트와이스의 매력에 빠져있다. 내가 처음 ‘트와이스’의 이름을 알게 된 것은 평소 단골집인 가마로 강정의 메인 모델이 트와이스였는데, 당시 가마로 강정집에서 나눠준 트와이스 사인 포스터 복사본을 통해서 트와이스를 알게 되었다. 참, 계기라는 건 사소한 법이다.
그냥 이름만 알고 있던 트와이스를 <뭉쳐야 뜬다> 베트남 다낭 여행을 통해서 본 트와이스의 모습은 무척 신선했다. 무대 위의 트와이스를 본 적은 없었지만, 베트남 여행을 하는 동안 항상 밝게 웃으면서 즐기는 모습이 매력적이었다. 그런 트와이스의 모습을 보면서 왜 그렇게 인기가 있는지 알 수 있었다.
역시 사람은 경험에 따라 보이고 느끼는 것이 변하는 법이다. 만약 내가 지스타를 통해서 걸스데이의 공연을 직접 보지 못했다면, 내가 직접 EXID 하니와 악수를 하며 사인을 받는 일이 없었다면, 방송을 통해 아이유와 트와이스를 보지 못했다면, 지금처럼 아이돌에 대한 좋은 인식을 가질 수 있었을까?
이번에 티스토리에서 진행하는 MMA 멜론 뮤직 어워드에 초청받아 무대 위에서 그들의 모습을 보고 싶다. 만약 또 새롭게 아이돌 그룹의 모습을 엿볼 수 있으면, 또 어떤 감상이 내 안에서 그려질지 무척 궁금하다. 역시 글을 쓰는 입장에서는 평소 할 수 없는 경험이 표현을 넓혀가는 법이다.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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