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까지도 전설이 된 이승엽 은퇴 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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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있는 한국 야구의 역사 이승엽, 은퇴 경기에서 전설이 되다


 내가 프로야구 선수 이승엽의 이름을 처음 알게 된 것은 고등학교 시절이다. 내가 고등학교에 다니고 있을 때 한창 베이징 올림픽이 치러지고 있었다. 한일전 준결승 시합이 열리던 날에 학교에서 아이들과 선생님이 함께 마지막 각 반에 배치된 대형 TV로 야구 시합을 지켜보고 있었다.


 솔직히 당시에 이승엽이라는 타자를 잘 알지 못했지만, 베이징 올림픽에서 제대로 활약을 하지 못해 큰 비난을 받는 건 뜬소문으로 알고 있었다. 당시에도 이승엽이 8회 중요한 상황에서 올라왔을 때 아이들이 “아, 마 그냥 들어가라.”라는 말을 했었다. 하지만 홈런이 터지자 한순간에 열광으로 바뀌었다.


 야구를 좀 아는 아이들은 이승엽을 부정적으로 보고 있었는데, 이승엽이 홈런을 치자 “역시 이승엽!”이라며 감탄을 쏟아냈다. 나는 그때 뭣도 모르고 분위기에 휩쓸려 한국이 일본을 이겼다는 사실에만 기뻐했던 기억이 난다. 2008년까지 야구를 알지 못한 내가 이승엽의 이름을 알게 된 순간이었다.


 베이징 올림픽 이후 한국 야구를 꾸준히 보았다면 조금 더 이승엽을 알았겠지만, 2008년은 수능을 치르던 해라 야구에 관심을 둘 겨를이 없었다. 하지만 다음 해에 치러진 WBC를 통해 이승엽을 비롯한 몇 야구 선수의 이름을 알게 되었고, 일본에서 활약하는 이승엽과 임창용의 경기를 지켜보았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나는 NC 다이노스의 창단과 정규 리그 합류와 함께 한국 야구 시합을 챙겨보게 되었고, 일본에서 한국으로 돌아와 삼성에서 다시 활약하는 이승엽의 모습도 보게 되었다. 뭐, 야구를 좋아하는 팬이기는 하지만, 열정적인 팬은 아니라 고만고만한 수준으로 야구를 즐기는 게 전부였다.


 하지만 어머니가 삼성 팬이기도 하고, 일본에서 활약하던 이승엽의 경기를 꾸준히 보기도 해서 NC 시합이 없거나 끝난 날에는 자주 삼성 경기를 지켜봤다. 2017년 은퇴를 결정한 이승엽의 은퇴 경기도 당연히 삼성 팬이 아니라 야구팬으로서 처음부터 끝까지 보았다. (중간중간 NC 시합을 봤지만)


 이승엽이 첫 타석에서 홈런포를 가동하고, 두 번째 타석에서 연타석 홈런을 쳤을 때 나와 어머니는 이구동성으로 “와, 진짜 이승엽 대단하다!”라며 감탄했다. 당시 해설을 하던 양준혁이 “이승엽 선수하면 ‘역시’라는 말이 저절로 나옵니다.”라는 취지의 발언을 했는데, 그야말로 ‘역시’가 어울렸다.


 은퇴 경기에서 연타석 홈런을 치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다. 은퇴 경기를 해설한 양준혁은 은퇴 시합에서 단 한 개의 안타도 치지 못했다. 왠지 양준혁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기도 하지만, 그만큼 이승엽이 은퇴시합에서 보여준 활약은 놀라웠다. 이미 살아있는 역사인 이승엽이 진정한 의미로 전설이 된 순간이었다.


ⓒ조선일보


 이승엽의 은퇴를 기념하면서 대구 라이온즈 파크의 담장에는 이승엽 선수의 그림이 최초로 그려졌고, 대구 구장은 추석 연휴임에도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자리를 비우는 사람이 없어 보였다. 당연하다. 당시 대구 라이온즈 파크를 찾은 팬들은 이승엽의 마지막 모습을 보기 위해서 야구장을 찾았을 테니까.


 평소 이승엽의 절친으로 불리던 연예인 김제동이 직접 은퇴식 사회를 보는 장면도 인상적이었다. "아, 아아아~ 홈런의 이승엽!"이라는 이승엽 응원가가 지금도 귓가에 맴도는 것 같다. 일본 리그에서 활약하며 야구의 ‘야’자도 몰랐던 내가 야구를 알게 해준 이승엽의 경기와 한국에서의 멋진 모습들.


 앞으로도 나는 삼성이 아니라 내 연고 지역인 NC를 응원하겠지만, 이승엽이라는 이름은 영원히 잊을 수 없을 것이다. 뭐, 말은 이렇게 하더라도 사는 게 바쁘면 역시 또 잊고 지내는 일도 있는 법이다. (笑) 그래도 이승엽이라는 단어가 나오면 오늘 우리가 보낸 이승엽과 함께 한 시간을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만약 내년에 삼성이 한국 시리즈 혹은 플레이오프에 진출한다면 이승엽이 시구를 하지 않을까? 아니, 어쩌면 내년 첫 경기 시구는 이승엽이 할지도 모른다. 올해는 너무나 부진한 삼성이지만, 내년에는 절치부심해서 반등을 노릴 테니까. 그 기세의 시작으로 이승엽의 시구는 가장 멋진 아이템이다.


 정말 내년에 내가 말한 대로 진행되면 재미있을 것이다. 글이 발행되는 오늘은 NC 다이노스와 SK 와이번스의 와일드카드전이 열리는 날인데, 부디 이승엽이 은퇴 경기에서 화려하게 쳐올린 연타석 홈런 같은 홈런을 NC에서 터뜨릴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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