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캔 스피크 후기, 유머스러움에 깊은 감동이 감춰진 영화
- 문화/문화와 방송
- 2017. 10. 3. 07:30
영화 <아이 캔 스피크>, 웃음 속에 헤아릴 수 없는 가족의 애정을 담은 영화
추석 연휴라고 하더라도 어디 가는 일 없이 집에서 책을 읽거나 게임을 하거나 대학 과제를 하면서 시간을 보내고 있다. 누구는 황금연휴라고 해서 비행기를 타고 저 멀리 떠나지만, 현실적으로 우리에게 황금연휴가 황금연휴가 되지는 못한다. 그래도 평소 할 수 없었던 일을 하는 건 다행일까?
어제 2일은 1일 아침과 마찬가지로 조조 영화를 보기 위해서 영화관을 찾았다. 이번에 선택한 영화는 현재 사람들로부터 호평을 받는 <아이 캔스피크>라는 영화였다. <아이 캔 스피크>는 우리에게 너무나 익숙한 노년 배우 나문희 씨와 조연 배우 박철민 씨 등이 출연했으며, 감동적인 영화로 알려져 있었다.
그래서 나는 가족 영화라는 느낌으로 영화 <아이 캔 스피크>를 어머니와 보았는데, 설마 영화 마지막 장면에 이르러 그렇게 놀라운 이야기가 숨겨져 있을 줄은 몰랐다. 이미 영화 후기가 블로그나 페이스북을 통해서 퍼져 있어도 하나도 읽지 않고 간 게 정답이었다. 미리 알았다면 놀람이 반감되었을 거다.
<아이 캔 스피크> 영화의 시작은 마치 살인 사건이 다루어지는 영화의 첫 장면에 도는 비장함이 가득 했다. 하지만 곧 스크린에 비치는 화면은 구청에 출근하는 주인공 박민재(이제훈 역)가 구청에 들어가는 장면으로 바뀌었고, 도깨비 할머니의 등장과 함께 웃을 수 있는 형태로 이야기가 전개되었다.
‘도깨비 할머니’로 불리는 나옥분 할머니는 상가 내에서 일어나는 각종 상황에 대해 민원을 끊임없이 제기했고, 구청 공무원들은 나옥분 할머니의 오기에 못 이겨 힘들어하는 상황이었다. 그 와중에 상가 건물 재개발을 위해서 건물주가 꼼수를 반복해서 쓰고 있었으니 할머니가 분노할 이유가 충분했다.
영화 <아이 캔 스피크>는 이렇게 상가의 도깨비 할머니와 구청에서 9급 공무원으로 일하는 박민재가 그의 동생 박영재를 통해 할머니와 사이가 좋아지는 가족 영화라고 생각했다. 무언가 사정으로 미국에서 생활하는 가족과 대화하기 위해서 영어를 박민재로부터 배우는 이야기가 최초의 시발점이었다.
그런데 영어를 배우는 이유는 겉으로 보기에 가족과 대화하기 위해서였지만, 그 안에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커다란 사정이 있었다. 천천히 웃거나 가족의 정에 잔잔한 감동의 물결을 느끼는 와중에 공개된 이야기는 커다란 충격을 줬다. 평범한 가족 영화라고 생각한 작품에서 위안부 이야기가 나오다니!
<아이 캔 스피크>의 나옥분 할머니는 과거 위안부 피해자 중 한 분이셨다. 그 사건으로 인해 가족과 거의 함께 시간을 보내지 못한 상태로 외롭게 살아오셨다. 하지만 누구보다 정이 많아 상가 사람들을 챙기고자 했고, 할머니가 진득이처럼 느껴질 정도로 민원을 제기한 이유도 거기에 있었다.
영화 <아이 캔 스피크>는 느린 템포로 전개를 하다가 나옥분 할머니의 과거가 언급되기 시작하자 빠른 템포로 바뀐다. 나옥분 할머니가 미국에서 위안부 발언을 위한 준비를 하는 과정에서 사람들의 따뜻함이 그려졌다. 그동안 모진 할머니라고 생각한 나옥분 할머니의 헤아릴 수 없는 아픔을 봤기 때문이다.
박민재를 중심으로 나옥분 할머니를 돕기 위한 움직임이 일어나고, 할머니가 미국 의회장에서 발언하기 위해 무대가 섰을 때가 영화 <아이 캔 스피크>의 하이라이트라고 말할 수 있다. 이 장면에서 할머니가 한 발언은 현실과 겹쳐서 볼 수 있었으며, 그토록 애절하게 가슴에 숨겼던 아픔을 느낄 수 있었다.
평범한 가족 영화라고 생각했던 <아이 캔 스피크>는 단순히 영어를 배우고 싶은 할머니와 가족이 되어가는 이야기가 아니라 남이었던 ‘위안부 할머니’를 우리가 가족으로 품게 하는 영화다. 아직도 위안부 문제는 제대로 해결되지 못했으며, 박근혜 정부가 치른 졸속 협상은 여전히 우리의 과제다.
오늘 만약 당신이 평범히 흘러가는 연휴 일상 속에서 특별함을 찾고 싶다면, 이 영화 <아이 캔 스피크>를 추천하고 싶다. 영화가 그리는 이야기는 단순하지만, 오히려 단순함에 깊이가 있어 우리가 너무나 크게 가족의 의미를 되새기게 한다. 가족과 함께 모이는 추석에 보기 좋은 이야기라고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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