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학교 2017 라은호를 통해 본 꿈의 무게
- 문화/문화와 방송
- 2017. 8. 23. 07:30
언제나 꿈을 가슴에 품고 노력하지만, 꿈은 너무나도 멀고 무겁다.
요즘 인기 있는 드라마 <학교 2017>을 보고 있으면, 유독 우리 사회의 모습이 자주 그려져 가슴이 답답할 때가 있다. 특히 <학교 2017>의 주인공인 라은호와 현태운, 송대회 세 명이 그리는 가슴에 있는 꿈을 두고 방황하는 모습이 너무 안타깝다. 이번 주에 방영된 <학교 2017>은 유독 두드려졌다.
여기서는 라은호에 대해 집중적으로 이야기해보고 싶다.
공부 못하는 문제아로 찍힌 라은호이지만, 그녀는 어느 캐릭터보다 가슴이 따뜻한 캐릭터였다. 라은호는 웹툰 작가의 꿈을 꾸면서 학교에서 활약하는 X를 소재로 웹툰을 그린다. 하지만 경제력이 부족한 집 사정 때문에 늘 힘겨워하고 있었는데, 설상가상으로 아버지와 오빠가 사기를 당해버린다.
라은호는 늦은 밤에 어머니가 열심히 전화를 돌리면서 돈을 빌릴 수 있는 곳을 알아보거나 짧게 일할 수 있는 곳을 찾는 모습을 본다. 결국, 그녀는 웹툰을 그리는 일을 잠시 멈추기로 했다. 멈추는 것보다 포기에 가까운 상태였는데, 어머니를 위해서 할 수 있는 일은 아르바이트가 최선이라고 생각했다.
학원에서도 잠시 쉬겠다고 나올 때의 표정은 뭐라 말할 수 없었고, 현태운과 함께 있는 비밀 아지트에서 웹툰 도구를 가지고 나올 때는 어깨가 너무나 무거워보였다. 당연히 현태운은 그녀를 걱정하면서 왜 그러냐고 다그치며 물었지만, 라은호는 슬픈 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돌리는 수밖에 없었다.
나는 이 모습이 낯설지 않았다. 라은호의 모습은 오늘 열심히 살아가는 우리 청년의 모습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미 슬픈 어른이 되어버린 우리는 꿈을 이루는 데에는 대가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종종 경제력이 없는 집안에서 꿈을 이루고 싶다고 말하면 이기적인 사람이 된다.
라은호의 친구 오사랑이 대표적인 사례다. 오사랑은 학교에서 청소 일을 하는 어머니의 모습을 보면서 공무원이 되고자 한다. 자신의 꿈을 말하거나 이루는 게 먼저가 아니라 어머니가 조금 더 여유있게 살 수 있게 해드리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녀는 어머니와 갈등을 겪기도 했다.
오사랑과 그녀의 어머니 모습 또한 우리 사회의 대표적인 모습이라고 생각한다. 흙수저와 금수저 계급으로 나누어지는 우리 사회에서 힘든 것은 청소년과 청년만 아니라 뒷바라지를 해줄 수 없는 부모님 또한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어디에 가더라도 기죽지 않기를 바라는 게 바로 부모의 마음이다.
하지만 "내가 어떻게 꿈을 좇아!?"라고 하는 말에 가슴이 울컥하는 마음은 어쩔 도리가 없다. 부모님은 한사코 죄인처럼 자식에게 미안해하고, 자식은 자신 때문에 고생하는 부모님을 보면서 또 미안해한다. 늘 서로에 대해 미안한 마음만 가득해 행복해질 수가 없다. 대체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그 답을 찾아 아무리 헤매더라도 우리는 답을 찾을 수가 없다. 답은 바깥에 있는 것이 아니라 바로 우리 안에 있기 때문이다. 어제 드라마 <학교 2017>에서는 방황하는 라은호를 위해서 현태운이 컴퓨터를 가져다주려고 하거나 라은호가 꿈을 포기하지 않게 하려고 갖은 노력을 하는 모습을 보았다.
즉, 행복하기 위한 답은 단순하다. 바로, 절대 꿈을 포기하지 않는 것이다. 분명히 경제적 어려움은 우리가 꿈을 포기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몰고 간다. 하지만 그 최악에 가까운 상황 속에서도 우리는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 꿈과 다른 길에 있다고 생각했는데, 어느새 꿈이 길 앞에서 기다리고 있다.
세상만사 그렇게 편하면 아무도 고생하지 않는다고 말할지도 모른다. 그런데 정말 우리는 지금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가? 일본에서 경영의 신으로 불리는 이나모리 가즈오는 <왜 일하는가>라는 자신의 저서에서 이렇게 말하고 있다.
인생을 행복하게 보내려면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해야 한다고 말하는 사람이 많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해야 능률이 오르고 집중할 수 있다고 말이다. 그러나 처음부터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를 선택해 평생 자신의 직업으로 삼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애석하게도 그런 사람은 1,000명 중 한 명이 될까 말까다. 더구나 자신이 좋아하는 회사에 들어 갔더라도 본인이 희망하는 부서에 배치되고, 자신이 원하는 일을 하는 사람은 1만 명 중 한 명도 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1,000명 중 999명, 1만 명 중 9,999명은 불행하고, 좋아하지도 않는 일을 억지로 해야 하기 때문에 능률이 떨어진다고 봐야 할까? 그렇지 않다. 오히려 자신이 좋아하지 않는 분야에서 출발햇지만 그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사람이 크게 성공할 수 있다.
문제는 많은 사람이 '내가 좋아하지도 않는 일'을 하고 있다며 스스로를 비하하고 불만스러워한다는 점이다. 주어진 일에 불평불만을 갖고 원망만 한다면. 그 일은 마주하는 것 자체에 짜증이 날 뿐만 아니라 그 일을 해야 하는 자신이 너무 초라하게 여겨진다. 그럴수록 자신을 더 무능력한 사람으로 몰아세운다. 왜 자신의 능력이 얼마나 위대한지 시험해보지도 않은 채 달아나려고만 하는가?
...
지금 하고 있는 일이 좋아지도록, 사랑하도록 끝없이 노력하라. 다른 방법은 없다. 그러면 자신도 모르게 인생이 풍요로워질 것이다. 그리고 그 일을 더없이 사랑하게 될 것이다. (본문 58)
3페이지에 걸쳐 이나모리 가즈오가 일에 대해 말하는 부분을 짧게 발췌한 글이다. 이 글을 읽으면서 당신은 어떻게 생각했는가? 우리는 모두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고자 하지만, 좋아하는 일을 처음부터 할 수 있는 사람은 적다. 즉, 우리의 꿈과 멀리 있는 길에서 시작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만약 자신이 꿈과 멀리 있다고 해서 꿈을 포기해버리고, 지금 마주한 일에도 최선을 다할 줄 모르는 사람은 그저 비참하게 살 뿐이다. 하지만 이나모리 가즈오의 말대로 지금 하는 일이 좋아지도록, 사랑하도록 끝없이 노력하면 달라질 수 있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눈앞에 기회가 나타난다.
꿈의 무게는 절대 가볍지 않다. 꿈을 꾸기 위해서는 그 무게를 견뎌야 한다. 단지, 꿈을 꾸는 것만으로도 힘든데, 꿈을 이루는 과정이 얼마나 힘들지 상상할 수 없다. 그럼에도 그 길을 가고자 한다면, 오늘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지금 하고 있는 일이 좋아지도록, 사랑하도록 끝없이 노력하는 일이다.
드라마, 소설, 과거의 영광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학교 2017>이 보여주고 있는 것은 적나라한 우리의 현실이다. 그리고 그 현실 속에서도 꿈을 포기하지 않고자, 돌아가더라도 반드시 도달하고자 하는 우리가 숨기고 있는 열정이다. 오늘 당신은 눈앞에 놓인 일을 어떻게 대하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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