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애니메이션 덕후가 책장 정리를 해봤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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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책장 정리를 했더니 수수께끼처럼 많은 책이 나왔다.


 월요일(19일) 대학 기말고사가 끝난 이후 방학이 시작했다. 방학을 맞아 여러 가지 해야 할 일을 하면서 바쁘게 보내야 했지만, 한동안 어머니 일을 돕느라 방학이라도 방학이 아닌 시간을 보냈다. 여름은 행사가 가장 많은 시기라 인쇄소를 하시는 어머니의 일이 일순 늘어났기 때문이다.


 금요일(23일)이 되어서야 겨우 자유로운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나는 독하게 마음을 먹고 책장 정리를 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동안 계속 책이 쌓이면서 이제는 책을 보관할 조그마한 틈도 찾을 수 없는 상태에 이르러 '읽은 후 눈길 한 번 주지 않은 책'으로 분류할 수 있는 책을 모조리 빼기로 했다.


 중학교 시절부터 써온 오래된 책장을 새롭게 바꾸는 김에 책을 모조리 다 빼내서 카테고리, 읽는 횟수로 정리하기 위해서 본격적으로 일을 시작했다. 이때 나는 힘든 일이 되리라고 예상은 했었지만, 이 작업이 밥 11시가 되어서야 끝날 줄은 미처 예상하지 못했다. 책장 정리는 끝없는 노동이었다.



▲ 중학생 시절부터 써온 오래된 책장. 망치질을 다시 해도 자꾸 쳐졌다.



▲ 새롭게 주문한 책장은 바로 여기서 조립!



 오래된 책장에 있던 책을 모조리 다 꺼내서 거실 바닥에 정리하고 있을 때, 새로운 책장이 비로소 도착했다. 신기하게도 완성된 책장을 가지고 오시는 게 아니라 부품을 가지고 오셔서 바로 조립을 해주셨다. 책장마다 홈이 나 있어서 끼워서 맞춘 후에 전기 드라이버로 나사를 박으면 됐었다.


 기사 아저씨께 "좀 더 큰 책장이나 책상을 시켜도 이렇게 와서 조립하시나요?"라고 여쭈었더니 다른 책장이나 책상도 그렇다고 말씀해주셨다. 다음에 이곳에서 좀 더 큰 책장을 시키거나 책상을 바꿀 때 엘리베이터 크기가 적어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좁은 엘리베이터는 참 괴롭다.


 계속 쓰던 책상에 붙은 책장 색깔과 무늬가 같다고 생각해서 시켰었는데, 완성되고 나서 보니 서로 색깔과 무늬가 달랐다. 책상에 붙은 책장은 '옹이'라는 이름으로 불린 디자인이었고, 이번에 주문한 책장은 '월넛 콤비'였다. 기존에 가지고 있던 다른 책장도 옹이가 두 개, 월넛이 한 개 있었다.


 디자인을 제대로 알아보지 않은 점에서 혀를 차고 말았지만, 이런 생각을 하는 시간마저 아깝게 느껴졌기에 서둘러서 책장을 정리했다. 오래된 책장에서 책을 꺼내다 보니 좀처럼 정리가 되지 않았다. 처음에는 차곡차곡 쌓으면서 중고서점에 팔 책과 나눌 책을 분류했지만, 엉망진창이 되어버리고 말았다.



▲ 책장 한 개를 비웠을 뿐인데 무슨 이렇게 많은 책이….



▲ 책장을 정리하기 위해서 책을 빼는 동안 점점 카오스가 되어갔다.



 점점 엉망이 되어가는 동안 시간이 계속 흘렀고, 끝이 보이지 않는 책의 바다에 '아, 책장 정리를 하려고 한 나를 때려주고 싶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정처 없이 흐르는 시간 속에서 피아노 레슨 시간이 되어 잠시 피아노 레슨을 다녀오고, 어머니 사무실에서 저녁을 해결하고 돌아오니 9시가 넘었다.


 피아노 레슨을 가기 전에 동생에게 집으로 돌아오면 '박스에 있는 책들만 좀 밖에 꺼내둬라.'고 부탁을 했었는데, 동생 덕분에 한 부분은 제법 정리가 되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여전히 책의 산은 줄어들 낌새가 보이지 않았고, 어머니는 "버리거나 팔지 말고 그냥 냅둬라."라고 몰아붙이셨다.


 덕분에 어머니 방에 있는 빈 책장에 억지로 책을 쑤셔 넣기 시작했다. 또한, 동생방에 오랫동안 방치된 책장에 있던 책들도 모조리 폐기처분을 하기로 하고, 빈 곳에 내 방에서 나온 책들을 억지로 쑤셔 넣기 시작했다. 어머니는 책을 정리하다가 "이 많은 게 어찌 니 방에 다 있었노?"라고 어이없어하셨다.


 동생도 "무슨 해리포터의 비밀의 방아니가?"라면서 줄어들지 않은 책의 양에 놀라워했다. 정작 당사자인 나도 '무슨 내 방에 이렇게 책이 많이 있지?'라며 어이가 없을 정도였다. 책을 빼고 정리하면서 책장을 조금씩 채워 넣기 시작했는데도 줄어들지 않았다. 이 좁은 방에 도대체 얼마나 있었던 걸까.



▲ 그래도 이렇게 깔끔하게 정리를 하면 기분이 좋았다.



▲ 크게 쓸 필요가 없는 박스는 구석 책장에 넣었다.



▲ 그리고 앞 책장에는 종종 읽는 책들을 배치했다.



▲ 나름 완성되어가는 책장. 좀 더 깔끔하게 하고 싶었는데….



▲ 할 수 있는 것은 이게 최선이었다.



▲ 이쪽도 최선을 다해서 정리를 했다.



 과정은 무척 힘들어서 내팽개치고 싶은 마음도 들었지만, 제법 마음에 드는 완성도로 책장 정리를 끝마칠 수 있었다. 위 사진을 보면 깔끔하게 내가 읽는 라이트 노벨이 잘 정리된 걸 알 수 있다. 또한, 인문학 도서와 경제 도서를 비롯한 책은 피아노 뒤 책장에 깔끔하게 잘 정리를 해두었다.


 조금 더 여유가 있으면 책장을 더 넓게 사용하면서 책을 좀 더 잘 분류하고 싶었는데, 아쉽게도 그렇게 하지는 못했다. 어머니 방 책장과 동생 방 책장에 억지로 책을 쑤셔 넣었어도 집 밖 복도는 아래의 사진처럼 많은 책이 놓여 있는 상태다. 이제는 한 달에 한 번은 꼭 정리해야 할 것 같다.



▲ 어머니 방에 있는 대로 다 쑤셔 넣은 책들. 모조리 팔거나 버리려고 했었는데….



▲ 동생 방에도 제법 많은 책이 꽂히게 되었다.



▲ 하지만 문밖에는 여전히 이 정도의 책이 쌓여있다.



 <나는 단순하게 살기로 했다>의 저자는 우리의 공간을 물품에 내주지 말라고 말한다. 그만큼 물품을 줄여서 최소한의 공간만 물품에 사용하고, 삶의 질을 높이는 일이 우리에게 필요하다고 말한다. 이번에 책장 정리를 하면서 확실히 미니멀 라이프의 필요성을 느꼈다. 이토록 많은 책이 있었다니….


 그런데도 아직 책은 위 두 번째 사진처럼 여전히 책상 옆에 쌓여 있는 상태다. 이 책들도 다 읽은 후에 다시 책장에 꽂아야 한다. 이번에 정리를 하면서 5칸 정도는 아예 손을 대지 못했는데, 이건 다음에 천천히 한 칸씩 정리해야 할 것 같다. 역시 이상적인 덕후의 방을 만들기란 쉽지 않은 법이다. (웃음)


 언젠가 성공한 덕후가 되어 지금의 덕후 방을 조금 더 멋지게 만들어보고 싶다. 인생을 즐겁게 살아가기 위해서 이 정도면 충분하지 않을까? 아하하. 어머니는 정리된 방을 둘러보시더니 "네 방에는 여자만 가득하네."라고 웃음을 지으셨다. (웃음) 과연 다음에 내 방은 또 어떻게 진화하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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