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을 바꿔라, 성동일 준이 부자의 미국 차터 스쿨 체험
- 문화/문화와 방송
- 2017. 6. 17. 07:30
화페 수업 하나로 역사와 지식, 스스로 생각하는 법을 가르치는 미국 모건힐 차터 스쿨
얼마 전에 우연히 페이스북을 통해서 <수업을 바꿔라>라는 프로그램을 알게 되었다. 프로그램의 취지를 알지 못해서 구글에서 검색을 해보았는데, 어느 인터넷 신문사에 뜬 기사를 읽어보니 '세계 각국의 교실에서 펼쳐지는 창의적인 수업을 소개하는 프로그램'이라고 했다.
페이스북을 통해서 <아빠 어디가>에 출연했던 성동일과 그의 아들 성준이가 출연해 미국 학교를 체험한다고 해서 흥미가 생겼다. 그동안 제법 많은 회차가 방송되었지만, 어제(16일) 처음으로<수업을 바꿔라> 프로그램을 챙겨보았다. 역시 기대 이상의 이야기를 볼 수 있었다.
성동일과 성준이가 향한 미국 모건힐 차터 스쿨로, '차터 스쿨'은 우리나라에서 볼 수 있는 대안 학교로 생각할 수 있는 공립 학교다. <수업을 바꿔라>의 타일러 말을 빌리자면 '자발적으로 교육위원회를 구성하고, 자발적으로 교육 형태와 서비스를 정한다.'고 말한다. 무척 그 정의가 신선했다.
우리나라에서도 최근 대안 학교가 주목을 받고 있지만, 솔직히 대안 학교의 모습을 보는 일이 쉽지가 않다. 대안 학교가 평범한 입시 학교와 달리 자유로운 교육을 한다는 입소문이 타면서 국제 학교와 함께 인기를 얻었지만, 역시 자본이 투입되어 아이들에게 결과를 요구하는 한국은 조금 달랐다.
하지만 이번에 <수업을 바꿔라>를 통해 본 미국 모건힐 차터 스쿨은 모든 게 달랐다. 성준이가 처음 들어간 교실에서 진행된 '화폐 수업'은 미국 교육과 한국 교육의 가치관이 얼마나 다른지 알 수 있었다. 보통 우리는 화폐 수업을 한다고 하면, 화폐에 관련된 역사와 지식을 배우는 게 중심일 것이다.
미국 모건힐 차터 스쿨은 그렇지 않았다. 미국 선생님은 아이들에게 세계 각국의 화폐를 나눠주면서 스스로 '이 지폐가 어느 나라의 지폐이고, 이 지폐가 상징하는 건 무엇일까?'는 질문을 해보도록 했다. 여기까지만 보더라도 우리나라 교육과 상당히 달라 놀랐는데, 더 놀라운 점은 따로 있었다.
제작진이 '화폐의 역사와 지식을 가르치는 수업이냐?'고 물었더니 '그런 것들은 인터넷으로 검색하면 더 쉽게 배울 수 있지 않을까요?'는 대답이 돌아왔다. 방송을 보던 나는 순간 망치로 머리를 한 대 맞은 기분이었다. 확실히 그 선생님의 말씀대로다. 검색을 통해 쉽게 찾을 수 있는 단순한 지식을 꼭 전달할 필요가 있을까?
우리가 한국 학교에서 배운 건 인터넷을 통해 쉽게 찾을 수 있는 지식의 암기였다. 교양인이 되는 데 필요한 지식으로 시험을 치기 위해서 우리는 생각하지 않고, 일단 먼저 주입받는 지식을 외우는 일이 먼저였다. 어떻게 해서라도 달달 외워서 시험 때 잘 기억할수록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었다.
그러나 미국 모건힐 차터 스쿨은 달랐다. 미국 선생님은 화폐 수업의 목적을 아이들이 생각하는 법을 배우는 것'이라고 말했다. 아이들은 화폐 속에 그려진 다양한 인물과 상징물을 통해 화폐에 그려진 인물과 상징물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생각해보았고, 자연스럽게 그 나라의 역사와 지식도 터득했다.
이 수업에서 놀라운 점은 교실에 태블릿 PC가 배치되어 있어 직접 검색을 해볼 수 있다는 점이다. 처음부터 정답을 찾는 게 아니라 스스로 '왜 그럴까?'는 질문을 해보고, 자신만의 답을 찾은 후에 검색으로 답을 찾아보았다. 이해가 안 되더라도 스스로 생각하고 답을 찾는 과정을 중요시하는 게 보였다.
나는 방송을 보면서 스스로 생각하는 교육이 무엇인지 알 수 있었다. 우리는 지난 박근혜 전 정부 동안 창의적인 인재를 만들기 위해서 괴상한 부처를 많이 만들었지만, 우리 교육은 변하는 게 거의 없었다. 오히려 학생의 자율권을 침해하는 일이 번번이 벌어지면서 심각한 갈등을 낳기도 했었다.
미국 모건힐 차터 스쿨은 학교 수업방식에서도 현저히 다른 것처럼, 학교 내에서 진행하는 여러 수업도 한국과 너무나 달랐다. 차터 스쿨의 과학 수업 또한 학생들이 토마토를 심어서 다양한 종류의 물을 주면서 직접 실험해보는 과정이 있었다. 표백제의 악영향을 직접 체험해보며 아는 건 의미가 달랐다.
우리는 머릿속으로 지식을 익히는 일이 익숙했는데, 미국은 지식을 그냥 받아들이는 게 아니라 스스로 답을 찾아가는 과정을 중요하게 여겼다. 모건힐 차터 스쿨은 그밖에도 학생들이 스스로 나무를 키우거나 동물을 돌보면서 우리가 항상 교과서로 읽은 일을 스스로 체험해볼 수 있게 했다.
방송을 보면서 준이의 폭풍 성장과 영어 실력에도 놀랐지만, 한국 수업과 다른 진짜 창의적인 수업이 무엇인지 볼 수 있었다. 왜 돈 있는 사람들이 어릴 때 자녀를 미국 교육을 받게 하려는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정말 만약에 내가 다음에 결혼해서 아이를 두게 된다면, 역시 저런 교육을 주고 싶다.
역사를 아는 것은 물론, 스스로 관찰하면서 답을 궁리하고, 스스로 정리하면서 지식을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수업.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시 쓰기를 하는 수업. 오로지 객관식 정답을 찾는 일에 집착하는 한국과 다른 진짜 창의적인 수업이 무엇인지 본 기분이다. 역시 정답은 국제 학교인지도 모른다.
나는 대학에 올라와서 비슷한 수업을 이제야 만나고 있다. 현재 대학에서 듣는 미디어 일본어 수업은 단순히 일본어를 배우는 게 아니라 수필을 써보거나 시를 써보는 다양한 수업을 했다. 일부 학생은 이런 과정을 무척 귀찮아하지만, 나는 오히려 이런 수업이 너무나 마음에 들어 즐겁게 수강했다.
하지만 다른 수업에서는 여전히 고등학교 시절과 마찬가지로 끊임없이 한자를 외우거나 강의 내용을 그대로 외워서 주관식으로 적는 시험이 많았다. 물론, 얼마나 공부를 열심히 해서 외우고 있는지 평가하기 위해서 가장 쉬운 방법일 것이다. 그런데 이런 과정이 과연 얼마나 우리에게 도움이 될까?
요즘 우리 세계가 원하는 인재는 스스로 생각하고, 스스로 판단하고, 스스로 표현할 수 있는 인재다. 현재 새로운 직업으로 단단하게 자리 잡은 유튜버 또한 스스로 표현할 수 있는 사람이 가능했다. 주목받는 스타트업이나 롱보드 미녀 같은 사례 또한 정해진 답에서 스스로 뛰어나간 사람들이었다.
우리가 점점 도전을 무서워하게 되고, 공무원이라는 직업을 쫓는 이유는 고용과 경기가 불안한 우리 사회 탓도 있겠지만, 어쩌면 정해진 정답 하나 말고는 가르쳐주지 않는 교육 때문이 아닐까? 이번에 <수업을 바꿔라>를 보면서 교육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을 정리해볼 수 있었다.
만약 기회가 된다면, 금요일 저녁 8시 30분에 하는 tvN <학교를 바꿔라>를 한 번 챙겨보기를 바란다. 나와 같은 대학생도 많은 생각할 거리를 얻을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아, 정말 영어가 된다면 살면서 꼭 한 번 미국 대학을 직접 체험해보고 싶다. 이것도 내 버킷리스트에 적어둬야겠다.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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