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말고사 치르는 대학 풍경 속 사는 이야기
- 일상/일상 다반사
- 2017. 6. 16. 07:30
중·고등하교 시절과 대학 시절의 시험 풍경은 뭐가 다를까
현재 내가 다니는 대학교에서는 기말고사가 치러지고 있다. 중·고등학교보다 조금 더 일찍 시험을 치르는 대학교는 이때가 되면 가장 많은 학생이 열심히 공부를 한다. 보통 시험은 평소 꾸준히 공부한 것을 가지고 치러야 한다는 걸 알고 있지만, 대체로 몇 퍼센트를 제외하면 모두 함께 벼락치기를 한다.
이러한 벼락치기 속에서 보이는 대학 풍경은 어떨까?
중·고등학교 시절에는 열심히 공부하고도 공부를 하나도 하지 않았다고 말하는 학생들이 흔했다. "아, 시험 망쳤다."고 말하는데 알고 보니 틀린 건 겨우 1~2문제. 이것은 대학에서도 마찬가지였다. 평소 열심히 공부하는 학생이 시험을 맞아 "진짜 공부 하나도 안 했다."고 말하지만, 성적은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
역시 나이가 먹어도 공부를 대하는 우리의 자세는 크게 달라지지 않은 것 같다. 공부가 너무 즐거워서 매일 열심히 공부만 하거나 공부밖에 할 게 없어 공부만 하는 학생들은 유독 눈에 들어온다. 항상 만점에 가까운 점수를 받아 교수님들이 그 학생에 대해 잘 알고 있고, 주변에서도 소문이 무성하니까.
나 같은 경우는 평소 대학 공부보다 책 읽고 글을 쓰는 일을 우선하다 보니 항상 성적이 썩 좋지 않다. 기본적으로 B+만 받더라도 스스로 만족하는데, B를 받거나 C+를 받게 되면 혼자서 심각하게 고민한다. 그런데 평소 내가 시험 기간에 공부하는 모습을 보면 A는 조금 지나친 욕심이 분명했다.
요즘 엔씨와 기아의 시합을 보는 재미에 빠져 시험공부를 하는 동안에도 야구를 자주 챙겨보았다. 목요일 시험을 치르기 전에도 수요일 시합을 보면서 "기아가 지면 엔씨가 1위다!" 하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오히려 기아가 롯데를 쉽게 이겼는데 엔씨는 넥센에 만루 찬스를 번번히 놓치며 지고 말았다.
1위 기아와 2위 엔씨의 시합 차는 다시 한 경기 반 차로 늘어났다. 한 경기 반 차와 반 경기 차를 계속해서 오고가기 때문에 야구팬으로서 정말 어쩔 수가 없다. 그래도 아예 공부를 손에서 놓지는 않았다. 야구가 하지 않는 오전 오후는 공부를 하고, 저녁에는 야구를 보면서 짧게 짧게 복습을 하는 게 전부다.
그래서 시험을 치를 때마다 분명히 읽은 기억이 있고, 열심히 10번 이상 적으면서 외웠던 일본어가 기억나지 않을 때가 많아 답답함을 많이 느낀다. 어제 치른 일본 문학의 이해 시험에서도 자기 전에 읽고 잔 단어의 읽는 법과 뜻이 떠오르지 않아 시험지를 붙잡고 있다가 그냥 제출해버렸다. (한숨)
역시 대학에서는 이상하게 공부를 가벼운 느낌으로 접근하게 된다. 중, 고등학교 시절만 하더라도 중간 기말고사를 치르기 위해서 열심히 공부했는데 말이다. 역시 대학에 들어가기 위한 지표가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일까? 일부 기업은 대학 시절의 학점을 취업할 때 본다고 해도 묘하게 성적이 가볍다.
시험 기간을 맞이한 대학에서 귀에 와서 들리는 학생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참 웃음이 나오는 이야기가 많다. 1~2학년 남학생은 보통 군대에 가는 경우가 생기는데, 군대에 간다고 시험지를 아예 백지로 내놓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어제도 강의실이 빌 때까지 기다리다가 우연히 그 이야기를 들었다.
또한, 대학에서는 시험 기간이 되면 모자를 쓰거나 마스크를 두른 학생을 쉽게 볼 수 있다. 남녀 공학인 중.고등학교에서는 어땠는지 모르지만, 남중 남고를 나온 나는 이 모습이 늘 낯설었다. 마스크와 모자를 쓰는 이유가 밤새 공부를 하다가 늦잠을 자서 머리를 감지 못했거나 화장을 못 해서라고 한다.
꾸미기 좋아하고, 남의 시선을 한층 더 신경 쓰는 20대 학생들이 다니기에 볼 수 있는 풍경이다. 나는 밤새 공부를 하거나 늦잠을 자거나 하는 일은 멀고, 평소에도 로션 이외에는 바르지 않기 때문에 시험 기간이라고 달라지는 게 없다. 그래서 유독 대학에서 그런 학생들을 호기심 어린 눈으로 본다.
그뿐만 아니다. 일부러 들으려고 하지 않아도 들리는 이야기 속에는 '술을 마시다가 새벽에 자는 바람에 오늘 아침에 겨우 일어나서 왔다.'는 이야기도 종종 있다. 역시 20대 청춘의 시대는 술이 빠질 수가 없는 것 같은데, 시험이 끝난 후가 아니라 시험 전에 술을 마시는 학생이 있다는 게 무척 놀라웠다.
끼리끼리 모여서 공부하는 대학생의 이야기를 우연히 조금씩 주워듣다 보면 재미있는 게 참 많다. 시험 끝나고 어디 같이 놀러 가자며 벌써 계획을 세우거나 서로 '공부 안 했다면서 뭘 저렇게 오래 쓰고 있어?'라고 중얼거리며 밖에서 강의실 밖에서 지인을 기다리는 모습도 있다. 이것도 묘한 풍경이다.
이 글을 쓰는 나는 밤새 공부를 하거나 시험이 끝나면 어디 놀러 가자는 계획을 세우거나 누구를 기다리는 일 전부 해당하지 않는다. 나는 오늘도 여느 때처럼 할 수 있는 선에서 공부를 하고, 나머지는 하늘의 뜻을 기다릴 뿐이다. (웃음) 고작 하는 생각이라고는 시험 마지막 날 '로또를 사자'는 생각? :D
그 이외에는 기말고사를 치르기 전에 기말고사가 끝나면 할 일 리스트도 생각해두었기에 얼른 시험이 끝났으면 하는 바람뿐이다. 이후 성적을 보기 전에 내심 기대를 했다가 실망하기도 하겠지만, 이 기분은 엔씨가 1위가 될까 싶었는데 다시 기아와 승차가 벌어지는 것과 같은 기분.
그렇게 오늘도 하루가 지나간다. 이 글이 발행되는 금요일에 한 과목을 치른다고 책을 읽으면서 블로그 글을 쓰는 나라는 사람은, 참. 아하하. 적어도 내가 중·고등학교 시절에만 하더라도 전혀 상상할 수 없었던 모습인데, 이제는 나에게 공부가 '결과가 아니라 과정'이 중요하게 된 것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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