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한 장의 이야기를 풀어내는 소설 니시우라 사진관의 비밀
- 문화/독서와 기록
- 2017. 5. 27. 07:30
사진 한 장은 우리에게 평범한 일상을 특별한 추억으로 만든다.
우리에게 취미 활동은 단순히 여가 시간을 보내는 게 아니라 우리가 삶을 사는 데에 큰 힘이 되기도 합니다. 취미 생활을 하는 사람과 취미 생활을 하지 않는 사람이 사는 사람의 질은 너무나 크게 차이가 난다고 해요. 내가 즐길 수 있는 취미 생활이 없다는 것은 온전한 나만의 시간이 없다는 뜻이거든요.
하지만 취미 생활이 없다고 말하는 사람 중에서 시간이 있어도 마땅히 뭘 하고 싶은 게 없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한가한 시간을 주체하지 못해서 온종일 TV 앞에만 앉아 있거나, 스마트폰으로 인터넷 기사를 읽는 일만 하면서 지나고 나면 과거일 오늘을 아깝게 버리고 있는 것이죠.
취미 생활을 하며 보내는 시간은 재충전할 수 있는 시간이 되고, 조금 더 삶을 즐길 수 있도록 해주는 시간이 됩니다. 만약 이 글을 읽는 여러분이 어떤 취미 생활도 갖고 있지 않다면, 여기서 소개할 한 권의 책을 통해서 '흘러간 시간을 기억할 수 있는 취미'를 가질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오늘 간단히 소개하고 싶은 책은 <니시우라 사진관의 비밀>이라는 소설입니다. 이 작품은 사진관을 배경으로 하고, 이제 아이들은 존재 유무마저 모르는 필름 카메라와 사진을 소재로 하고 있습니다. <니시우라 사진관의 비밀>은 추리 소설의 형식을 취하면서도 서정적인 소설이기도 합니다.
<니시우라 사진관의 비밀>의 이야기는 주인공 가쓰라기 마유가 돌아가신 외할머니의 유품을 정리하기 위해서 에노시마에 있는 니시우라 사진관을 방문한 것을 계기로 시작합니다. 오랜만에 에노시마를 찾은 마유는 어릴 적에 안면이 있었던 사람을 만나기도 하고, 어떤 사람을 떠올리기도 합니다.
마유는 외할머니의 유품을 정리하던 도중 '미수령'이라는 글자가 적힌 사진을 우연히 찾습니다. 무척 닮은 인물이 찍힌 네 장의 사진이었는데, 각 사진마다 같은 장소임은 분명한데 시간이 달랐습니다. 그 사진은 무려 4대에 걸쳐서 똑같은 장소에서 사진을 찍은 것으로, 말 그대로 추억이 담겨 있었죠.
4대에 걸쳐서 같은 장소에서 찍는 일이 굉장히 멋지다고 생각하지 않나요? 저는 책에서 이 이야기를 읽었을 때, '만약 1년 단위로 내가 같은 장소에서 10년 동안 찍으면 굉장히 재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습니다. 1년씩 변해가는 풍경 속에서 변해가는 나 자신의 모습도 신기할 테니까요.
하지만 말은 쉬워도 1년마다 같은 장소에서 사진을 찍는 건 제법 성실성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그걸 4대에 걸쳐서 했다는 글을 읽으니 무척 놀랍더군요. 물론, 소설이라서 이러한 사진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실제로도 몇 대에 걸친 사진을 남기는 사람들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당시의 추억과 사람을 대를 이어서 전해주는 것이죠. 언젠가 만날 배우자에게 그 사진을 보여주면서 수다를 떨고, 무릎 위에 앉힌 자식에게 그 사진을 보여주면서 웃음을 나누고, 언젠가 자신 앞에서 꾸벅 절을 할 손자에게 사진을 보여준다고 상상해보세요. 우와, 정말 대서사시 같지 않나요?
▲ 이 사진은 지난 여름의 추억을 떠올리는 사진입니다.
이 미수령 사진을 찾으러 온 주인공은 '미도리 아키타카'는 미수령 사진의 손자였습니다. 아키타카는 마유와 옛 사진을 살펴보면서 이야기를 나누다가 가장 오래된 사진 속 인물은 누구인지 마유에게 물어보게 됩니다. 그도 아버지와 할아버지가 찍은 건 알았지만, 가장 옛날 사진은 몰랐던 거죠.
그렇게 두 사람은 사진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다가 마유는 자신이 과거에 있었던 일도 조심스럽게 고백합니다. 그녀는 과거 사진을 무척 좋아해서 사진작가를 꿈꾸던 소녀였습니다. 하지만 그녀가 카메라를 손에 놓게 되는 일이 있습니다. 자신이 찍은 사진이 한 명의 삶을 망쳐버린 기억이 있었거든요.
그 사진의 주인공은 우연히 알게 되어 어릴 때부터 제법 사이좋게 지낸 '나가노 루이'라는 청년의 사진이었습니다. 그 청년은 연예계에서 활동할 정도로 인기가 많았는데, 그가 자란 섬은 범죄를 저지른 사이비 종교의 교주가 관리하던 섬이었습니다. 인터넷에서는 그의 유언비어가 쏟아지고 있었습니다.
청년의 소속사는 그것을 부정하면서 루이 또한 입을 다물고 있었는데, 그때 마유가 어떨결에 찍은 사진이 인터넷에 퍼지면서 루이가 자취를 감추게 되어버렸습니다. 왜냐하면, 그 사진은 루이가 과거 교주에게 배운 대로 기도하는 사진이었기 때문입니다. 언론은 이를 가만히 내버려 두지 않았죠.
이렇게 뜻하지 않은 사진은 인간관계를 완전히 바꿔놓기도 합니다. 우리가 종종 초상권 침해 해프닝을 겪는 일도 그렇고, 최근에는 동영상으로 한때 사랑했던 기억의 한순간이 문제로 번지는 것도 이와 똑같은 맥락입니다. 사진은 소중한 걸 담은 추억이기도 하지만, 때로는 흉기가 되기도 합니다.
마유는 아키타카와 이야기를 나누면서 외면하고 있던 과거를 마주하게 됩니다. <니시우라 사진관>의 이야기는 마유와 그녀의 외할머니와 주변 사람을 이어가며 사진과 사람을 연결하고 있습니다. 일본 문학 특유의 서정적인 특징이 잘 드러난 가벼운 소설이었죠. 마지막까지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4대에 걸쳐 찍은 것 같은 네 장이 가진 사진의 비밀 외에도 다양한 이야기가 있습니다. 오늘날 우리는 스마트폰으로 쉽게 사진을 찍을 수 있어 사진을 무척 가볍게 생각합니다. 하지만 <니시우라 사진관>은 그 한 장의 사진이 이렇게 깊은 이야기를 담을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있습니다.
여러분께 사진은 무엇인가요? 여러분이 가장 좋아하는 사진은 무엇인가요? 여러분이 가장 싫어하는 사진은 무엇인가요?
살면서 한 번은 의도해서 찍었을, 살면서 한 번은 나도 모르게 찍혔을 사진. 오늘 책 <니시우라 사진관의 비밀>을 통해서 사진을 다시 한번 생각해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지금껏 마땅히 취미 생활이 없었다면, 이 책을 계기로 책 읽기를 취미로 하거나 사진이 취미가 된다면 이보다 더 멋진 일은 없을 겁니다.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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