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식당을 보면서 웃다가 바보처럼 느껴진 이유
- 문화/문화와 방송
- 2017. 4. 17. 07:30
힐링 예능 윤식당, 즐겁게 보다가 막상 깊은 한숨이 나오다
나영석 PD의 새 예능 <윤식당>을 매주 금요일마다 재미있게 챙겨보고 있다. 발리의 한 섬 트라왕안에서 한식당을 운영하며 벌어지는 에피소드를 담은 <윤식당>은 초미세먼지가 가득한 한국에서 쉽게 상상할 수 없는 그림을 그린다. 푸른 바다와 야자수가 함께 하는 그곳의 풍경은 너무나 환상적이다.
<윤식당>을 보면서 말로만 들었던 발리가 어떤 곳인지 처음으로 알게 되었고, 프로그램을 촬영했던 트라왕안이 얼마나 유명한 곳인지 알게 되었다. 이 프로그램을 보고 나서 여행 경비가 어느 정도 드는지 찾아보기까지 했다. 생각보다 가격은 크게 비싸지 않았지만, 그래도 갈 수 있는 형편이 아니었다.
지난주 금요일 <윤식당>을 보면서 자유를 꿈꾸는 세탁기 자막을 보며 웃다가 문득 참 한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월요일부터 치러질 중간고사 공부를 하다가 <윤식당>을 봤었다. 프로그램 내에서 펼쳐지는 트라왕안의 풍경은 지금 책상 앞에 있는 나와 너무 달랐고, 문득 내가 바보처럼 느껴졌다.
<윤식당>을 촬영하는 발리는 청량감이 느껴지는 자유가 있었다. 하지만 나는 시험이 끝나면 자유를 느낄 수 있다는 생각으로 오늘의 자유를 포기하고 있었다. 이건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학생의 본분은 공부해서 좋은 성적을 얻어 높은 학점을 유지하고, 경쟁력을 갖추는 게 우선이니까.
그러나 이렇게 공부만 한다고 해서 <윤식당>처럼 오늘을 즐길 수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다른 걸 포기하면서 공부만 하기보다 적절히 휴식을 섞어가며 공부를 하는 게 더 현명한 선택이었다. 그래서 나는 공부를 멈추고 <윤식당>을 감상하고, 지난 금요일 저녁은 나를 위한 시간이라며 일찍 잠들었다.
이렇게 이야기하면 평소 대단히 공부를 열심히 하는 것 같다. 그런데 나는 평소 대학 공부보다 책을 읽고 글을 쓰는 일을 더 열심히 했다. 그 탓에 시험 기간이 되면 벼락치기 공부를 해야 하는 터라 더 시간이 없었다. 어떻게 보면 자업자득이지만, 나는 '오늘의 자유와 즐거움'을 포기하고 싶지 않았던 거다.
대학에서 수업을 들으면 '인생은 성적순이다', '취업을 제일 먼저 생각해야 한다'는 말을 너무나 흔하게 듣는다. 나 또한 최근 블로그를 통한 벌이가 심각하게 줄면서 '앞으로 어떻게 먹고살아야 하나?'는 생각에 가슴이 답답해 취업을 걱정하게 된다. 가장 즐거워야 할 20대 시절이 걱정만으로 태산이다.
<윤식당>에 등장하는 출연진이나 식당을 방문하는 외국인 관광객의 모습을 보면 정말 딴 세상 같다. 그들은 자기 일을 하면서 휴식을 즐기기 위해서 저곳에 있을 것이다. 나는 과연 언제쯤 저렇게 휴식을 즐기기 위해서 발리 같은 섬도 찾아보고, 좀 더 자유롭게 내 인생을 살아갈 수 있게 되는 걸까?
자유를 얻기 위해서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 노력은 온전히 자기 이유를 가진 내 일을 하기 위한 노력이어야 우리는 즐길 수 있는 시간이 있다. 지금처럼 다른 사람이 제시한 길을 따라가며 누군가에게 내 삶을 귀속시키는 게 아니다. 가보지 않은 더 넓은 세계를 즐기기 위해선 역시 오늘이 필요한 법이다.
오늘 내가 공부를 하는 이유는 오늘 해야 할 일은 공부이기 때문이다. 나는 누가 시켜서 공부하는 게 아니라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한 일련의 과정으로 공부를 하고 싶다. 공부를 끝낸 뒤에 취업하는 게 아니라 공부를 하면서 내 일을 하고 싶다. 그래서 블로그는 굉장히 이상적인 일이다.
내가 블로그를 꾸준히 하면서 내 삶을 자유롭게 살기 위해서는 자기 계발이 끊임없이 필요하다. 내가 지금까지 일본어를 공부한 이유는 오로지 애니메이션과 라이트 노벨을 일본어 그대로 접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이제는 일본어를 공부하는 이유에 '일본어를 이용한 콘텐츠 만들기'가 새롭게 더해졌다.
더 나아가 나는 옹알이처럼 하는 영어를 좀 더 공부해서 내가 만드는 콘텐츠를 영어로 옮겨 공유하고 싶다. 일본어로 내 콘텐츠를 옮길 수 있게 되면 그만큼 독자와 시장이 늘어나고, 영어를 조금이라도 구사할 수 있게 된다면 더욱 독자와 시장이 늘어나니까. 굉장히 멋진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는가?
<윤식당>을 보다가 나는 시험 성적을 조금이라도 더 잘 받기 위해 이렇게 애 쓰는 일이 공부는 바보 같다고 생각했다. 지금은 공부를 하는 게 마땅하지만, 좀 더 다르게 생각하고 싶었다. 그래서 나는 시험 성적을 위한 공부가 아니라 내가 앞으로 하고 싶은 일을 위한 공부라고 여기기로 했다.
일본어와 영어로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서는 부족한 일본어와 영어 실력을 갖추기 위해서 앞으로도 더 열심히 해야 한다. 절대 그 일이 쉽지 않겠지만, 적어도 시험 성적에 연연하며 공부를 하는 것보다 더욱 즐겁고 오랫동안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애초에 공부라는 건 취업이 아니라 내 삶을 위해서 하는 거니까.
부디 오늘 적은 이 글의 마음을 내가 잊지 않기를!! 나는 내가 살아가는 의미를 찾고자 노력하고, 오늘 내가 즐겁게 할 수 있는 일을 하고자 하는 사람이니까. 언젠가 <윤식당>의 촬영지인 인도네시아의 발리를 방문하는 날, 나는 내 꿈에 훨씬 다가갔을 때라고 생각한다. 오늘 당신은 무엇을 꿈꾸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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