썰전 백신맨 안철수가 털어놓은 정치 도전의 이유와 비전
- 문화/문화와 방송
- 2017. 2. 24. 07:32
썰전 출연, 백신맨 안철수가 말하는 대선과 정치에 품은 뜻과 비전은 가능한가
안철수는 지난 불과 몇 년 만에 확 떠오른 인물이었다. 그는 박원수 현 서울 시장에게 서울 시장 후보를 양보하고, 새정치민주연합에서 당 대표로 선거를 도우면서 정치적 입지를 다졌다. 하지만 야당 내에서 번번이 정치적 비전으로 갈등을 겪으면서 안철수는 당을 나와서 새롭게 출발을 했다.
국민의 편에 서는 정치를 하겠다고 말하며 '국민의 당'을 창당했다. 그는 첫 총선에서 기대 이상의 성과를 이루며 양당 기득권 정치 체제를 부수는 3당 체제를 완성했다. 그러한 일을 이루었음에도, 그는 몇 번이고 안팎으로 구설에 오르면서 지금의 대선 주자처럼 큰 빛을 지금까지 받지 못했다.
나는 개인적으로 안철수가 아직 안희정 지지율에도 미치지 못하는 자리에 머물러 있다는 사실은 조금 아쉽다. 처음 그가 정치에 입문했을 때, 나는 그라면 새로운 정치가 가능할 것으로 생각했다. 우리에게 익숙한 정치인과 달리 그는 수평적 리더십을 가지고 있었고, 첫 자수성가형 정치인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치 신인으로서 안철수는 많은 사람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평을 받았다. 그는 <썰전>에 출연하여 그 사실을 스스로 인정했다. 그러면서도 지난 시간 동안 '압축'이 아니라 '농축'에 가까울정도로 많은 것을 배웠다고 말했다. 그의 말대로 그 짧은 기간 그렇게 많은 일을 겪은 건 처음일 것이다.
23일 방송을 탄 <썰전>에서는 그동안 제법 잠잠하지만, 확실히 또 하나의 용으로 포효할 준비가 된 안철수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나는 그가 밝힌 정치 입문의 계기가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그는 자신이 정치에 발을 들여놓은 계기에 대해서 이렇게 말했다.
대학교수를 하다가 자신을 찾아온 학생의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그 학생이 자신의 어려운 이야기를 하면서 펑펑 우는 모습을 보았었다. 청년들과 교감하고 내 나름의 조언을 해주고 싶어 시작한 것이 청춘 콘서트다. 그것이 계기가 되어 직접 세상을 바꾸고 싶어 정치를 시작하게 되었다.
정치인보다 청춘 멘토로 알려졌던 안철수 의원은 단순히 정치적 유산을 가지고 한 것이 아니다. 그의 앞에서 눈물을 흘린 청년의 모습을 통해서 세상이 바뀔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고, 지금의 정치인은 '변화'를 싫어하기에 직접 바꾸기 위해서 정치에 참여했다. 이것은 그의 가장 큰 비전이었다.
사람들은 그런 안철수에게 많은 기대를 걸었지만, 역시 정당 정치는 안철수도 쉽게 바꿀 수가 없었다. 그래서 그는 기존 정치에 물들어가는 모습을 보이면서 새로운 정치를 기대했던 사람들의 실망을 샀고, 정말 혹독한 질타를 안팎으로 들어야 했다. 특정 세대 사람들은 '개철수'라는 말을 심심찮게 했다.
모진 질타에도 그는 지금까지 정치를 포기하지 않고 해오고 있다. <썰전>에서 김구라가 "질타를 받으면서 어떻게 생각했느냐?"는 질문에 안철수는 "정말 좋은 의도로 일하더라도 모든 사람의 동의를 얻는 것은 힘들다는 걸 깨달았다."고 답하면서 과거에도 비슷한 일이 있어 괘념치 않는다고 했다.
유시민 작가는 이에 "적극적으로 해명하는 것이 정치에서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 말한 적이 있다. 어떤 때에 그랬냐?"는 질문을 했는데, 안철수 의원은 이렇게 답했다.
"정치에서는 시간이 지나도 진실이 드러나지 않았다. 정치에서는 항상 왜곡하는 상대방이 있어 내가 해명하지 않으면 왜곡한 말이 진실이 된다는 걸 깨달았다. 정치 시작하고 몇 년이 지나서 이 사실을 깨달았다. 정치인에게는 설명 책임이 있다는 걸 깨달아 그 이후 내 책임을 다하기 위해서 적극적으로 해명하고 있다."
나는 이 말을 들으면서 역시 정치는 진실을 주장하기 위해서도 대가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어 안타까웠다. 무엇보다 지금 우리 한국 정치가 마주한 박근혜 최순실 게이트라는 커다란 사건의 숨겨진 진실이 연이어 드러나고 있어도, 박근혜 변호인단을 비롯한 인물들은 거짓으로 하늘을 가리려고 한다.
이런 일은 정말 있어서도 안 되는 일이다. 박근혜 변호인단은 헌재를 향해서 막말을 일삼기도 하고, 가짜 뉴스를 퍼뜨리면서 여론전을 통해 안팎으로 헌재에 압력을 가하고 있다. "내란이 일어나면 책임 질 거냐?"는 막말은 딱 이 나라 대통령과 정치의 수준을 그대로 보여준 대표적 사례다. 참, 한심하다.
안철수 의원은 이런 문제를 지적하지는 않았지만, 그동안 그가 정치에 몸담으면서 겪은 경험이 나오는 듯해서 무척 씁쓸했다. 그는 <썰전>에서 한때 언론에 대서특필된 '국민의 당 리베이트 사건'에 대해서도 1심에서 전원 무죄 판결을 받았다고 밝혔다. 그동안의 고뇌가 느껴지는 발언이었다.
<썰전>에 출연한 안철수 의원은 패널과 이야기를 하면서 앞으로 대선에 있을 단일화에 대한 의견, 대통령이 되어서 하고자 하는 정책의 실현 가능성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 이야기를 모두 하나씩 정리하고 싶지만, 그중 일부를 녹취록 형식으로 간단히 정리해서 옮겨보면 다음과 같다.
#정치
전 : 국민의 당은 양극단 세력을 배제한 제3세력이다. 하지만 이것은 바른 정당도 마찬가지라 색깔이 거의 비슷하게 가고 있다. 그러면 당연히 후보 단일화 문제, 연대에 관한 문제가 나온다. 어떻게 생각하는가?
안 : 정당이란 국민에게 내건 공약을 걸고 치르는 선거다. 중요한 것은 (만약 탄핵이 이루어진다면) 60일 이내에 도선이 치러야 하는데 콘텐츠 없는 대통령을 또 뽑을 수 없다. 전문가들이 외워서 정책을 통과하는 인물이 아니라 실제 대선 후보가 전문적인 지식이 필요하다.
연대론 이야기만 계속 반복하면 콘텐츠 대통령 묻혀 국가를 위한 선택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유 : 한 번 성공한 사람은 그 모델에 묶이는 오류를 반복한다. 과거 옳든 그르든 큰 흐름을 타라 대통령 도전할 수 있다고 말하는 노무현 대통령이 말씀하셨었다. 노무현 대통령님은 "네가 대통령이 될지 안 될지 모르지만, 대통령이 되려면 큰 흐름을 타야 한다."고 했다. 지난 총선에서 성공했지만, 대통령이 되겠다는 입장에서 보면 소수당으로 가는 건 큰 손실을 본다고 본다. 어떻게 생각하는가?
안 : 실리콘 밸리에서 창업자가 크게 성공하면, 기업을 성공시킨 자신의 방법에 감정적으로 하나가 된다. 상황이 바뀌면 그 방법이 작용하지 않아도 고집을 하게 된다. 그때는 창업자를 내보내고, 새로운 사람을 도입하면 기업은 다시 살아난다. 과거 방식에 감정적인 애착이 없어 새로운 성공 방법을 찾아 나서기 때문이다. 나는 과거 경험을 통해 한 번 쓴 초식(방법)이 작동하지 않는다는 걸 알고 있기에 새로운 방법을 찾아야 하는 것에 동의한다.
김 : 새정치에 대한 스트레스를 많이 받지 않는가?
안 : 스트레스 안 받았다. 저는 낡은 정치와 싸우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치가 세상을 바꾸는 일인데 세상이 바뀌는 걸 막고 있었다. 세상이 바뀌는 걸 막는 기득권 정치와 싸우는 것. 그것은 모호한 것이 아니라 새정치를 공격하는 정치인은 바꾸는 걸 싫어하는 것이다. 이제는 신경 안 쓴다.
#경제
전 : 중소기업 면접에서 합격해도 출근하는 사람은 세 사람 중 한 명이다. 임금 격차를 줄여주면 실업률 낮추고 일자리를 창출이 가능하다? 여기에 근본적인 오류가 있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중견 기업을 대기업으로 키워야 하지 않을까?
안 : 대기업은 어떤 경쟁 상황에도 일자리가 늘어나지 않는다는 게 증명되었다. 벤처기업도 일자리 많이 늘리지 못한다. 일자리 정책으로 창업 활성화도 잘못된 방안이라고 생각한다. 중소기업이 대기업이 성장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최선의 일자리 창출 방안이다. 중소기업의 발전을 발목 잡는 요인이 연구 개발 분야다. 자금 인력이 부족하다. 청년들 중소기업 취업 시 임금을 보전해주면 경쟁력이 올라갈 것으로 믿는다.
유 : 임금 소득자 내부 격차도 개선해나가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구체적인 방안은?
안 :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임금 격차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의 문제는 대기업이 중소기업과의 불공정거래로 이익을 빼앗아 가는 것이다. 대기업을 감시해야 하는 공정거래위원회 제대로 역할을 못 하고 있다. 그래서 공정 거래 위원회에 권한을 더 주고, 기업분할도 할 수 있게 권한을 강화하고, 모든 결정 과정은 공개로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공정거래위원회의 전관예우 근절 또한 필수적이다. 현관이 선배 문제 들어주는 것이니 현직 관료 엄격히 처벌해야 한다. 권한 강화와 현관 근절이 방책이다.
# 교육
유 : 취지는 공감하지만, 지금 우리 학제가 6-3-3 문제라기보다 여기서 이루어지는 교육이 오로지 입시를 위한 것이다. 핵심은 대학 입시다. 획일적인 대학 입시 제도와 노동시장에 진출할 때 강력한 영항력을 미치는 대학 서열화다. 어떻게 생각하는가?
안 : 학제 개편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창의 교육 수단일 뿐이다. 그것을 위해서는 학제 개편 이외에도 해야 할 일이 많다. 어떤 과목을 가르칠 것인지, 거기에 선생님에 대한 재교육 수준을 어떻게 할 것인지… 등.
교육 개혁이 지금까지 실패한 이유가 교육은 전체 사회구조 내에서 종속 변화였기 때문이다. 일자리 문제가 고쳐지지 않으면 아무리 교육 개혁해도 고쳐지지 않는다. 교육 개혁과 동시에 일자리 개혁도 해야. 마이스터만 나와도 제대로 된 임금을 받으면 개선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윗부분은 안철수 의원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개인적으로 관심이 가거나 공감이 간 부분을 정리한 것이다. 그가 주장하는 새정치는 아직 시험대에 오르지도 못했다. 그는 모의고사 시험에서 낙제점을 받기는 했지만, 이제 본시험을 치르기 위한 준비과정에 불과했다. 과연 본시험을 치를 수 있을까?
지금 한국은 낡은 정치를 타파하기 위한 과정에 있다. 박정희 정치로 불리는 구시대 정치는 아직도 '빨갱이 새끼' '계엄령이 필요하다.' 등의 말을 함부로 내뱉는 세력에 의해 존재하고 있다. 하지만 오늘 우리 세대는 이러한 정치는 불필요하고. 오히려 우리 사회를 크게 좀 먹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안희정 도지사와 이재명 시장, 그리고 문재인 전 대표가 말하는 새로운 정치는 이러한 정치를 타파하는 것이다. 안철수 의원은 처음부터 이러한 정치를 주장했지만, 모호한 입장과 발언으로 늘 두터운 신뢰를 받지 못했다. 과연 그는 이번에야말로 확고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지 무척 궁금하다.
그리고 경제와 교육 분야의 이야기 또한 상당수가 다른 후보와 비슷하면서도 약간씩 달랐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불공정한 거래를 보완하며 중소기업에서 근무하는 사람들의 임금을 보장하고, 그러한 흐름을 토대로 교육 개혁에 나서는 일은 분명히 일리 있는 말이다. 아니, 그런 일이 무조건 필요하다.
나는 그 취지에 무척 공감하고 동의하지만, 현실적으로 우리나라에서 변화를 주기에는 너무나 긴 시간이 걸리기에 과연 가능할지 의문이다. 이 정책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5년 단임제가 아니라 4년 중임제를 통해서 정책의 연속성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 개헌이 논의되지 않는다면, 그저 일장춘몽일 뿐이다.
<썰전>을 통해 들은 안철수의 이야기에서는 분명한 비전이 있어 보였다. 하지만 그가 말하는 정치는 아직 한국 사회가 오늘로 받아들이기에 조금 거리가 있었다. 더욱이 안철수 의원 자신 또한 분명한 발언을 하지 못한 적이 많아 많은 비판을 받았었다. 과연 그가 앞으로 어떻게 나아갈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
▶ 새정치가 되길 바라는 블로거 노지를 응원하는 방법 [링크]
이 글을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