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에 가는 대신 책을 사서 읽는다면 세상을 어떻게 변할까

교육 과소비 시대에서 책 읽기는 어떤 의미일까


 오늘부터 대학 수강 신청이 시작한다. 나이를 25개 먹고도 3개를 더 먹고 이제야 대학교 3학년이 되었지만, 여전히 나에게 대학 생활은 따분함의 연속이다. 새롭게 짜야 하는 시간표를 보면서 들을 과목이 없어 고민하고, 막대한 대학 등록금을 내면서도 만족도가 너무 낮아 깊은 한숨만 내쉬게 된다.


 나는 우리 사회에서 대학만큼 불필요한 소비가 어디 있을까 싶다. 많은 사람이 대학은 필수라고 하지만, 사실 우리가 직장에서 생활하는 데에 대학의 교육은 별로 필요하지 않다. 대학원에 들어가서 전공을 살리는 사람이라면 모를까, 대체로 모두 대학에서 받은 교육과 크게 상관없는 직장을 가진다.


 그리고 다시 시작한다. 직장 생활 백서를 읽어보면서 상사 비위 맞추는 법, 보고서 작성하는 법, 결제 서류 올리는 법 등을 공부한다. 직장은 대학과 또 다른 배움의 장소가 되고, 우리는 '직장'이라는 곳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또 경쟁한다. 비정규직에서 정규직이 되기 위해, 더 좋은 자리에 앉기 위해서.


 이럴 거라면 차라리 처음부터 직장 생활을 위한 교육을 받거나 대학에 가지 않고 바로 취업하는 게 사회적 비용이 더 적지 않을까? 종종 고등학교 졸업과 동시에 공무원 시험에 합격해 공무원으로 바로 발령을 받는 학생들의 사례는 드물지 않다. 그들은 모두 대학에 가지 않는 합리적인 선택을 한 것이다.


 우리는 종종 그런 사람들을 가리켜 꿈이 없다고 말하기도 하지만, 헬조선으로 불리는 우리 사회에서 대학에 가는 것보다 차라리 바로 직장을 구하는 게 낫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특히, 한국 사회는 지나치게 과식을 하는 사회다. 무엇이든지 남만큼 가져야 하고, 남만큼 먹어야 한다는 인식이 팽배하다.


 보통 과식이라는 말은 어떤 음식을 지나치게 먹을 때 쓰지만, 나는 오늘날 우리 사회를 보며 대학 교육의 과식 시대라고 말하고 싶다. 너 나 할 것 없이 대학에 가면서 우리는 너무나 합리적이지 못한 소비를 하고 있다. 대학을 통해 더 넓은 비전을 꿈꾼다면 몰라도 모두 먹고살기 위한 선택일 뿐이다.


 대학에 간다고 해서 모두 만족스러운 교육을 받는 것도 아니다. 대학에 간다고 해서 모두 삶이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도 아니다. 그저 우리는 '그렇게 해야 한다.'는 편견 속에서 무작정 대학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대학에서 배우는 것도 있지만, 잃는 것도 적잖게 있다. 과연 대학은 무엇일까?


 만약 우리가 대학에 가는 대신 4년 동안 책 읽기를 하면 세상은 어떻게 달라질까? 문득 그런 바보 같은 생각을 해보았다. 사람들은 책 읽기는 단지 오락에 해당하거나 있는 척을 하기 위한 수단으로 여길 때가 많다. 하지만 대학에서 우리가 경쟁에 휘둘리며 보내는 것보다 책 읽기가 더 좋을지도 모른다.



 우리가 대학에서 듣는 전공 수업, 전공 심화 실무는 모두 암기와 이해를 바탕으로 한다. 우리는 수능 시험공부를 통해 암기에 통달해 있어도 지식의 활용과 이해에서는 뒤처진다. 책 읽기는 우리가 쌓은 지식을 어떻게 활용해야 할지, 우리의 지식을 통해 어떻게 사회를 이해해야 할지 가르쳐준다.


 그것만이 아니다. 책 읽기는 우리의 교육이 하지 못한 나의 정체성을 찾는 일을 도와주고, 경쟁 사회에서 날카로워진 우리의 마음을 부드럽게 해준다. 아무리 교육의 질을 개선하기 위해서 노력하고, 좋은 성적을 거둬서 좋은 대학에 간다고 해도 한 사람의 가치를 결정하는 건 그 사람의 성품이다.


 우리의 교육은 사람의 인품보다 결과만 중시하는 경향이 짙다. 그러나 책 읽기는 자연스럽게 우리가 겸손한 자세로 삶을 대할 수 있도록 해준다. 고전 인문을 통해서 만나는 사고의 폭을 넓히는 방법, 꿈을 꾸는 사람이 나를 대하는 방법, 돈을 모으는 사람이 사람과 경제를 대하는 방법이 바로 그렇다.


 만약 비싼 등록금을 내고 대학에 가는 대신, 그만큼의 돈으로 책을 사서 읽는다면 세상은 어떻게 달라질까? 한낱 바보 같은 상상이지만, 나는 그렇게 달라질 세상이 궁금하다. 대학에서 시험성적에 스트레스를 받고, 대학등록금으로 스트레스를 받는 것보다 어쩌면 4년간 책 읽기가 나을지도 모른다.


 대학에 다니는 나에게 공부는 제3순위다. 제1순위는 책을 읽는 것이고, 제2순위는 글을 쓰는 것이다. 비싼 등록금을 내고 대학에 다니기에 듣고 싶은 강의를 들으며 공부도 한다. 하지만 대학에서 듣는 하나의 수업보다 책을 읽으며 우리 사회에서 일어나는 일을 알아가는 것이 더 유익하게 느껴진다.


 당신은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어차피 취업하면 직장에서 새롭게 시작해야 할 직장인으로서 공부. 차라리 대학에 가지 않고, 그냥 곧바로 취업하는 게 낫다고 생각하고, 대학에 다닐 돈으로 책을 사서 읽는 데 더 자신을 위한 투자와 합리적인 소비라는 내 생각은 비정상인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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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3)

  • 햇살아래
    2017.02.21 13:36 신고

    어느정도 일리는 있지만 현실성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책은 개개인이 어떻게 읽고 접근하느냐에 따라 효과가 천차만별 입니다. 책을 읽는다고 통찰력과 비판적 사고관과 인문학적 소양이 늘어난다거나 사고의 폭이 늘고 인품이 변한다는 말은 허무맹랑한 이야기라 생각합니다. 독서를 하더라도 어떻게 접근하고 사고하느냐가 그것을 가른다고 생각합니다. 노지님 글과 맹점은 다르지만 제가 예전에 쓴 글을 링크해봅니다. http://dreame2000.blog.me/220740675549 내용은 다르지만 맥락은 비슷합니다. 책이 변화시키는 사회에 대한 이야기에는 설득력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 2017.02.21 20:20 신고

      그렇지요... 그래서 어디까지 망상입니다...ㅎ 하지만 우리 사회에서 책이 가지는 영향력은 분명히 있다고 믿어요..
      물론, 개개인이 품은 가치관에 따라 해석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도 유의해야하겠지요.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 n
    2017.04.02 14:35 신고

    대학이 존재하는 이유에 대해서 고찰해보지 않은 글이기에 공감하지 않습니다. 대학은 학문을 배우기 위한 고등교육기관입니다. 저는 대학에서 각 분야의 전문가들에게 강의를 들으며, 질문을 하며 그 분들의 지식과 노하우를 습득할 수 있었습니다. 책 속에 담겨있는 정적인 지식보다 역동적인 지식들을 많이 배울 수 있었죠.

    대학이 단지 직장에 취업하기 전에 거쳐가는 곳이라면, 글쓴이는 왜 합리적인 선택을 하지 못하는 것입니까? 대학을 가지 않고도 취업하는 합리적인 선택을 하는 사람도 많다고 본문에 언급했네요. 책 읽는게 좋다면, 수업을 들으며 관련 레퍼런스나 교수님의 추천 도서만 읽어도 굉장한 양의 독서가 됩니다. 대학에 도서관이 존재하는 이유에 대해서도, 대학 도서관이 방대한 양의 자료를 가지고 있는 것에 대해서도 고찰해 보지 않은 것이 아쉽습니다. 등록금은 수업만 들으라고 내는 돈이 아닙니다. 수업과 그 주위를 둘러싼 제반환경, 실험 및 실습을 위한 시설과 다양한 도서들, 그리고 그 분야에서 인정받은 능숙한 전문가들과 같이 배우는 동료들이 있기 때문에 대학은 더욱 가치 있습니다.

    책속에는 많은 지식이 들어 있습니다. 하지만 책속에서 모든걸 배울수는 없습니다. 직장 생활 백서 따위의 책을 읽는다 할 지라도 그건 책속의 지식일 뿐입니다. 직장에서 잘해내기 위해서는 직장에 가야지요. 대학은 직장 생활을 가르쳐주는 곳이 아닙니다. 배울 수 있는 곳도 아닙니다.

    대학을 취업전문학원으로 만든 사람들이 누구인지 생각해보시기 바랍니다. 학점이나 따기 위해, 스펙이나 쌓기 위해 대학을 간 본인들이 대학을 취업전문학원으로 만들어 버린 것은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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