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게 옳습니까?" 응수한 학생에서 민주주의를 보다
- 시사/사회와 정치
- 2017. 2. 14. 07:52
학교 교장 선생님의 탄핵 반대 연설에 일침 강한 학생들에게서 진짜 민주주의를 보았다
박근혜 대통령의 특검 출석이 이루어지지 않으면서 청와대 바깥에서 일어나는 여론전은 날이 갈수록 강해지고 있다. 문제의 초점은 단순히 박근혜 대통령을 옹호하는 세력이 커지는 것에 있지 않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 반대를 외치는 세력이 왜곡된 정보를 가지고 진실인 것처럼 퍼뜨리고 있다는 게 문제다.
JTBC <정치부회의>에서는 박사모 집회가 퍼뜨린 가짜 뉴스를 언급하며 모두 조심하라고 말하는 보도를 한 적이 있다. 그 가짜 뉴스의 출처가 '일간베스트저장소'라고 말하기도 했는데, 이런 웃긴 해프닝은 그냥 웃고 넘길 수가 없다. 왜냐하면, 그 가짜 뉴스를 믿는 기성세대가 눈이 멀고 있기 때문이다.
어제 한 D 고등학교에서 어느 교장 선생님이 학생들이 모인 자리에서 박근혜 탄핵 반대 연설을 한 사실이 인터넷을 통해 알려졌다. 1시간가량 박근혜 탄핵 반대 연설을 한 이 학교의 교장은 평소 학교 홈페이지 자신의 게시판에도 박사모가 말하는 것을 거짓 그대로 옮긴 사실이 보도를 통해 밝혀졌다.
가짜 뉴스와 평소 박근혜 대통령을 사랑하는 것 같은 이 학교의 교장 선생님께 한 학생이 "이의 있습니다!"라고 말하는 것처럼, 교장 선생님과 논쟁이 붙은 건 그저 특이한 한 사례가 아니다. 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 게이트 사건을 두고 기성세대와 젊은 세대 간의 갈등은 점점 더 골이 깊어지고 있다.
나는 이러한 모습이 우리가 더 나은 민주주의 사회로 가기 위한 성장통이라고 생각한다. 세대 갈등이 가족 내에서 일어나는 일이 조금 문제이기는 하지만(우리 집도 종종 어머니와 내가 JTBC 보도를 두고 티격태격한다.), 젊은 세대가 한층 더 정치와 민주주의를 제대로 알아가는 과정이 되는 데에 의의를 두고 싶다.
D 고등학교에서 교장 선생님을 상대로 맞대응을 한 학생을 그 사례로 들고 싶다. 이미 촛불을 들고 모이는 광장에도 많은 학생을 볼 수 있다. 그저 시키는 대로 공부만 하는 자리에서 벗어나 적극적으로 정치와 사회 문제에 관심을 보이고, 민주국가의 시민으로서 당연한 권리를 행사하는 게 정말 대견하다!
일부 기성세대 중에서 몇 사람들은 "이런 세상을 너희에게 물러줘서 미안하다."고 종종 말한다. 하지만 아직도 너무 많은 기성세대가 과거에 취해서 현실을 제대로 보지 못한다. 그들은 오늘도 광장에 나가 그들의 목적과 어울리지 않는 태극기를 휘날리며 "종북 물러가라!"는 공허한 괴성을 지른다.
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 게이트는 우리에게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자괴감을 줬다. 우습게도 이 사건이 우리가 민주 국가의 시민으로서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똑바로 알게 했다. 구태 정치 청산에 앞장서는 정치인이 나오고, 교장 선생님의 연설에도 손을 번쩍 들고 반박할 수 있는 사회로 나아가게 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이제부터다. 우리는 이 뜨겁게 달아오른 정치에 대한 관심을 쉽게 식어버리게 해서는 안 된다.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 결정 마지막과 관련 인물들의 청산과 처벌이 똑바로 이루어질 때까지, 아니, 그 이후에 똑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지금과 같은 태도로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하다.
정치는 정치인이 하는 게 아니다. 정치는 우리 시민이 하는 것이다. 우리 시민이 똑바로 정치인을 향해 목소리를 낼 수 있어야 정치가 바로 설 수 있다. 이번에 논란이 된 어느 고등학교에서 박사모 집회 연설을 연상하게 한 교장 선생님께 반박을 가한 그 학생이 바로 우리의 진짜 정의를 향한 민주주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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