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삶을 책으로 옮긴 저자의 이야기를 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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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채널예스 11월호에서 만난 책을 적는 사람들의 이야기


 블로그를 운영하면서 책을 쓰고 싶다고 말했고, 몇 번이나 책에 어울리는 글을 쓰려고 노력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도 브런치북 프로젝트에서 나는 탈락의 고배를 마셨고, 막상 머릿속에서 이리저리 헤엄치듯 떠도는 아이디어를 글로 옮기기 위해서는 시간과 능력이 부족해 벽을 넘지 못하고 있다.


 책을 쓰기 위해서 글을 쓰는 게 아니라 매일 글을 쓰다 보면 어느 순간에 글이 모여서 한 권의 책이 된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내가 블로그에 매일 열심히 글을 쓰는 이유는 언젠가 나도 그렇게 되지 않을까 싶은 기대, 그리고 오늘 글을 쓰는 일이 내가 지금 열심히 할 수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책을 읽으면서 글을 쓰는 일은 솔직히 돈이 되지 않는다. 무작정 책을 읽는다고 해서 내 이야기의 깊이를 더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더욱이 매일 글을 쓴다고 해서 누가 알아주는 것도 아니다. 예전처럼 포털 사이트 PC 메인 화면에 매일 같이 걸릴 때는 달랐지만, 요즘은 그런 상황도 기대하기 어렵다.


 현실적인 고민을 한다면 분명히 이 길은 접는 게 맞을지도 모른다. 그런데도, 나는 이 길을 포기하고 싶지 않다. 나는 삶을 사는 데에 있어 중요한 것은 '무엇이 될까?'라는 질문에 대한 대답이 아니라 '어떻게 살까?'라는 질문이라고 생각한다. 책을 읽으며 글을 쓰는 일은 '어떻게 살까?'에 대한 대답이다.





 이번에 읽은 <월간 채널예스 11월>에서는 책을 집필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읽을 수 있었다. 배우 배종옥 씨의 이야기로 시작해서 소설가 최민식, 김연수, 연예인 노홍철까지 이어지는 책과 사람의 이야기를 읽을 수 있었다. 이야기를 읽으면서 각자 어떻게 내 삶을 책으로 옮기는지 읽을 수 있었다.


 배우 배종옥 씨는 자신이 살아온 솔직한 이야기를 이번에 책으로 옮겼다고 한다. 내가 살아온 이야기를 책의 소재로 하는 건 누구나 하고 싶은 소재이지만, 막상 글을 쓰려고 하면 '내 삶을 글로 적으면 책 한 권이 된다.'는 호언장담과 달리 A4 20장을 넘기기 어려울 때가 많다. 나 또한 그런 경험이 있다.


 매일 같이 상상하는 글의 소재와 삶을 되새겨보다가 '아, 이걸 글로 옮겨보자!'는 것을 다 옮기더라도 책 한 권을 만드는 데에는 무리가 있었다. 책 한 권에 대한 욕심이 아니라 글 한 편을 적는 데에서도 만족스럽지 못할 때가 많아 도중에 그만둔 적도 있다. 글은 단순히 마음만으로 되는 게 아니었다.


 배우 배종욱 씨의 글을 읽으면서 '나는 얼마나 내 삶의 이야기를 길게 할 수 있을까?'는 고민을 했다. 그 이후 여러 작가의 글을 읽으면서 '아, 이런 형식의 서평도 쓸 수 있구나!'라는 것을 느꼈고, 중앙일보 논설위원이 쓴 영화 <자백>에 대한 부분에서 잠시 눈을 멈추었다. 이 글은 문득 무게가 느껴졌었다.





 이어서 출판사를 운영하는 북스피어 김홍민 대표의 편집에 대한 이야기, 어느 책의 저자가 들려주는 사진에 이야기를 담는 법에 대한 이야기를 읽어나갈 수 있었다. 내가 전하고 싶은 이야기를 표현하는 데에는 글과 사진 모두 다르지 않은 듯했다. 역시 무엇을 표현하고 싶다는 욕구는 서로 닮은 걸까?


 사진기사 권혁재의 이야기를 잠시 옮겨보면 다음과 같다.


Q. 대개 사진기사들은 인물을 멋있게 찍는 데 초점을 둡니다. 그런데 기자님은 인터뷰를 끝까지 듣고 난 후 사진을 찍으신다고요.

사실 취재기자들이 부담스러울 수도 있어요. 인터뷰할 때 사진기자가 옆에서 계속 듣고 있으면요. 그래도 이야기를 사진에 담으려면 무슨 대화가 있었는지 알아야 하잖아요. 인터뷰 시간이 1시간이면, 50분은 인터뷰를 듣는 데 사용하고 10분 동안 사진을 찍어요. 예전에 철없을 때는 30분씩 나눠서 하기도 했어요. 사진기자도 취재기자와 동등해야 한다고, 그게 자존심인 줄 알았죠. (웃음) 다행히 철들고 정신을 차린 다음에 그게 아니라는 걸 알았어요. 내가 해야 할 일은 인터뷰에 가장 적합한 사진을 찍는 일이니까요. 슬픈 이야기를 했는데 웃고 있는 사진이 나가면 안 되잖아요. 메시지에 합당한 사진을 찍는 게 제 몫이죠. (본문 55)


Q. 후배 사진기자들에게 강조하는 이야기가 있으시다면요?

인물 사진을 찍을 때 중요한 건 이유가 있어야 한다는 거예요. 책을 만들 때도 비슷한 생각을 했어요. 내가 왜 인물을 찍고 있나, 어떤 메시지를 주고 싶은가. 이걸 놓치면 좋은 사진이 나올 수 없어요. 테크닉을 잘하는 친구들은 많아요. 중요한 건 메시지를 파악하는 눈이죠. (본문 57)


 인터뷰를 읽으면서 나는 작가의 본질은 '내가 이 사진(글)을 통해서 무엇을 전하고 싶은가?'는 질문에 대한 답을 생각해본다는 점이라고 생각한다. 사진작가 권혁재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나는 그동안 사진을 찍으면서 그냥 멋있어서 찍었고, 그 사진에 대한 글을 쓸 때도 그냥 '멋있었다.'고 적을 뿐이었다.


 어쩌면 내가 쓰는 글이 독자를 끌어당기는 깊이를 갖지 못하는 이유는 아직도 거기서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도대체 나는 언제 철이 좀 들 수 있을지…. 그래도 지금은 나에게 이런 문제가 있다는 점을 글을 쓰거나 사진을 찍을 때 이 문제를 자각할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이번 <월간 채널예스 11호>는 이렇게 내 삶을 책으로 옮긴 사람의 이야기를 읽을 수 있었다. 언젠가 나 또한 내가 찍은 사진, 내가 적은 글을 엮어서 사람들에게 다양한 메시지를 전할 수 있는 작가가 되고 싶다. 나는 그 색채를 더하기 위해서 오늘도 블로그에 글을 쓰고,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는다.


 글의 깊이를 가지고 싶은 블로거 노지를 응원하는 방법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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