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우리는 그곳으로 나가야만 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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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데없은 짓이라는 걸 알아도 가만히 있을 수 없었던 이유


 지난 12일 토요일에 광화문 광장에는 100만 명에 달하는 사람이 모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경찰에서는 28만 명 정도로 보도하지만, 집회를 추진한 운영 측에서는 100만 명이 넘어선 것은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실제로 뉴스를 통해 보는 화면에 비친 인원만 해도 입이 쩍 벌어질 정도였다.


 나는 당일에 광화문 광장을 찾으려고 했지만, 아쉽게도 김해에서 서울까지 올라갈 수가 없었다. 대신 집에서 조심스럽게 각 언론사와 페이스북 친구들이 공유하는 페이스북 라이브 방송과 JTBC 특별 방송을 통해서 광화문 광장과 세종시, 종로 등 각지에서 일어나는 집회의 모습을 지켜보았다.


 어머니 또한 이 장면을 보면서 "정말 박근혜는 정신이 나간 인물이다."고 쓴소리를 하셨지만, 한편으로 "저렇게 한다고 뭐가 달라지겠냐? 막말로 박근혜가 사퇴를 하겠나? 절대 안 해."라는 말씀을 날카롭게 덧붙이셨다. 나 또한 그렇게 생각했다. 우리가 이렇게 해도 세상은 쉽게 달라지지 않으니까.


 그래도 이렇게 목소리를 내는 일 자체가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다. 영화 <변호인>의 명대사인 "계란은 살아서 바위를 넘습니다."이라는 말처럼, 우리의 작은 행동과 목소리 하나하나가 살아서 결국에는 저 불통으로 가득 찬 청와대를 넘어설 것으로 믿는다. 민주주의란 바로 그런 나라가 아니겠는가.




 위 사진은 서울에서 아주 친하게 지내는 한 지인이 보내준 사진이다. 몸이 좋지 않아도 참여하지 않으면 후회할 것 같다고 생각해 광화문 광장 촛불 집회에 나섰다고 했다. 경복궁역부터 시작해서 광화문 광장까지 정말 많은 사람이 모여있는 걸 한눈에 알 수 있었는데, 뉴스로 보는 것과 또 다르게 느껴졌다.


 나도 지난주 김해에서 열린 박근혜 촛불 집회에 참여했었다. 처음 참여한 촛불 집회였지만, 그냥 뉴스로 접하는 것과 달리 직접 참여하면 느껴지는 게 달랐다. 나와 달리 더 힘찬 목소리를 내는 청소년들의 모습을 보면서 부끄럽기도 했고, 아직 이 나라에 희망이 있다고 느껴져 가슴이 벅차기도 했다.


 누군가는 아무런 쓸모없는 행동을 한다고 말하기도 하지만, 우리가 이렇게 추운 날에, 그것도 토요일에 광화문 광장이나 다양한 곳에 나와 함께 목소리를 내는 이유는 하나다. 단, 단, 한 명의 농간으로 엉망진창이 되어버린 이 나라의 정의를 묻고, 책임을 묻고, 상식이 바로 서는 모습을 보기 위해서다.


 우리는 이곳에서 많은 것을 바라는 게 아니다. 책임을 져야 하는 사람이 물러나 자신이 저지른 일에 대한 마땅한 책임을 지는 것이다. 어떤 사람과 단체는 촛불 집회장소를 찾아와 "너희들 제정신이냐? 또라이들아!!!"이라고 고함을 치기도 하지만, 비정상은 우리가 아니라 그들이다. 그렇지 않은가?




 우리는 오늘도 그곳으로 나갔다. 그리고 다음에 또 그곳으로 나갈 것이다. 우리가 바라는 건 커다란 욕심이 아니다. 상식이 무너진 세상에서 상식이 바로 서길 바라는 것뿐이다. 죄를 지은 사람이 벌을 받는 정당한 모습을 보고 싶을 뿐이다. 도대체 여기에 무슨 종북 사상이 있다고 헛소리를 하는가!?


 아직도 세상을 바로 보지 못하고, 아직도 세상을 바로 보려고 하지 않고, 아직도 세상에 무관심한 사람들에게 말하고 싶다. 그냥 그렇게 있어도 괜찮다. 당신 한 명이 그렇게 가만히 있고, 우리가 이렇게 움직여도 세상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 그래도 우리 쪽팔리게 살지 말자. 모른 체하면 너무 쪽팔린다.


 수능 5일을 남겨두고 '나라가 더 걱정'이라며 참여한 학생도 있고, 미래를 살아갈 걱정을 하며 민주주의 발전을 위해 참여한 학생도 있다. 이 학생들이 그저 우습게만 보이는가? 내가 보기에 이 학생들이야말로 멈춰 있기만 했던 우리 20대가, 오늘의 기성세대가 배워야 할 가장 어른다운 모습이다.


 나는 지방에 사는 힘 없는 블로거이자, 대학생이자 20대에 불과한 한 명의 소시민이다. 비록 광화문 광장에 가서 함께 촛불을 드는 일을 불가능했지만, 이렇게 글을 쓰는 이유는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통해서 목소리를 내기 위해서다. 나는 알고 있다. 가만히 있으면 누구도 알아주지 않는다는 걸.


 100만 명에 달하는 우리 소시민이 한 곳에 뭉쳐 대통령과 이 나라의 여당에 낸 목소리에 대통령과 이 나라는 어떤 대답을 내놓을지 궁금하다. 부디 그 대답이 상식에 걸맞은, 사람으로서 도덕을 져버리지 않은 대답이길 기대하고 싶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우리는 바른 대답을 듣고자 그곳으로 갈 수밖에 없을 테니까.


 오늘도 앞을 바라보며 걷는 블로거 노지를 응원하는 방법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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