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하는 대로 3화, 익숙함이 가장 소중한 것이다

개그맨 이수근, 응급의사 남궁인, 작가 박범신이 들려준 일상의 소중함


 사람은 누구라도 특별해지고 싶어 하는 욕심을 가지고 있다. 특별한 자동차를 가지고, 특별한 집을 가지고, 특별한 꿈을 가지고, 특별한 여자친구를 가지면 남자는 언제나 자신만만하게 어디든 다닐 수 있다. 하지만 그런 특별한 요소를 골고루 갖춘 남자는 몇 명이나 될까? 적어도 나는 그렇지 않다.


 나는 특별한 자동차도 없고, 특별한 집도 없고, 특별한 여자친구도 없다. 특별한 꿈이라고 한다면, 블로그를 통해서 글을 쓰며 산다는 조금 특이한 꿈을 가지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이런 꿈을 나 스스로는 특별하다고 여길 수 있지만, 우리 사회는 하나같이 '허튼 망상'이라며 냉소적인 반응을 보인다.


 왜냐하면, 우리 사회가 인정하는 특별한 것은 모두에게 인정받을 수 있는 특별함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연예인의 명성이나 대기업 임원 이상이 가지는 부 혹은 국회의원 이상이 가지는 권력과 명예 등이 대표적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런 특별함에 목마른 우리는 쉽게 목을 축이지 못해 괴로워한다.


 어떤 사람은 운 좋게 그런 특별함을 손에 넣어서 목을 책이기도 하다. 그러나 그들은 상당수가 익숙해져 버린 그 특별한 것들의 소중함을 망각했다가 한순간에 잃어버리기도 한다. 사람은 누구나 그런 실수를 하고, 나중이 되어서야 크게 후회를 하지만, 한 번 놓쳐버린 특별함은 쉽게 손에 넣지 못한다.


 지난 <말하는 대로>에서는 이런 특별함과 사소함이 공통된 주제로 3명의 버스커가 버스킹을 하는 것을 들을 수 있었다. 지난 3화의 주인공은 개그맨 이수근, 응급의사 남궁인, 작가 박범신 세 사람이었는데, 이들이 들려주는 이야기는 모두 하나같이 '일상의 소중함을 잊지 말자'는 메시지가 있었다.



 이수근은 과거 <개그콘서트>를 통해서 <1박 2일>에 출연하게 되고, 국민적인 인기를 얻게 되었던 개그맨이었다. 하지만 그는 한순간의 불찰로 완전히 땅바닥에 내동댕이쳐지고 말았는데, 그는 이를 가리켜 "올라가는 데에는 10년이 걸렸지만, 내려오는 데에는 3일이 채 걸리지 않았습니다."고 말했다.


 그는 쉽게 털어놓을 수 없었던 자신의 이야기를 말하며 '익숙함에 속아 소중한 것을 잊지 말자'는 주제를 말했다. 스스로 넘어진 사람은 누구를 탓할 수도 없기에 절대 옳지 않은 일은 선택하지 말라고 힘주어 말했다. 자신이 넘어섰을 때 괴로운 건 나 자신만 아니라 늘 곁에 있어 주는 가족이기 때문이다.


 예전에 나는 이충권 선생님께 "네가 지금 게으름 피우면, 나중에 네 가장 소중한 사람이 너 때문에 피눈물 흘리면서 살아야 한다."는 무거운 말씀을 해준 적이 있다. 한때 가슴 속의 좌우명으로 삼았던 이 말이 이수근의 버스킹을 통해서 떠올랐다. 자신이 잘못해도 밥을 챙겨주는 건 곁의 가족이었으니까.


 가족은 우리가 일상에서 너무나 익숙한 존재들이지만, 우리가 절대 잊어서는 안 되는 특별한 존재다. 특별함을 추구하면서 가족을 버리게 된다면, 사람은 절대로 오래갈 수 없다. 그 사람은 기어코 무너질 수밖에 없게 된다. 지금 한참 논란이 된 엄태웅 사건만 보더라도 우리는 그 실수의 결과를 볼 수 있다.


 일상은 너무나 익숙해서 우리는 우리가 보내는 이 평범한 일상이 누군가에게는 특별한 일상이라는 사실을 쉽게 잊어버린다. 부, 권력, 명예라는 가장 원초적인 욕망을 부추기는 특별함에 눈이 멀어 소중한 것을 보지 못하게 되면, 절대 우리는 행복해질 수가 없다. 이수근의 이야기는 그런 이야기였다.



 이수근에 이어서 버스킹을 무대 위로 올라온 사람은 응급의학과 의사 남궁인이었다. 솔직히 이 분의 이름을 처음 들었는데, 응급실에서 일하는 남궁인의 이야기는 이야기를 듣는 사람들에게 무서우면서도 확실한 울림을 주었다고 생각한다. 그는 자신의 일을 죽음과 삶의 경계에서 일한다고 표현했다.


 응급실에서 수많은 죽음을 본 그는 자신이 본 몇 사람의 이야기를 토대로 버스킹을 시작했다. 응급실에서 일하면서 죽음을 마주하면서 괴로울 때도 잦았다고 한다. 어느 때는 죽으려고 생각한 적도 있고, 죽기 위한 바보 같은 계획을 글로 적은 적도 있다고 한다. 그 힘든 시절을 견디며 응급의사가 되었다.


 그는 응급실에서 죽음과 삶을 오가는 사람들을 통해 그 어떤 감정보다 가장 먼저 부끄러움을 느꼈다고 했다. 응급실에서 사람들의 모습을 보며 너무나 쉽게 죽음에 대해 생각한 자신이 부끄러웠다고 한다. 한참 응급실에서 보내면서 죽음은 절대 쉽게 말할 수 있는 게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한다.


 나 또한 죽음을 생각해본 적이 있어 그의 말에 크게 공감했다. 지금도 오래된 책장을 정리하다 보면 종종 숨겨뒀던 항우울제를 발견할 때가 있어 마음이 참 착잡할 때가 많다. 죽음은 손을 뻗으면 닿을 수 있을 곳처럼 느껴졌지만, 결코 가벼운 마음으로 손을 댈 수 없는 무거운 것임을 그때 느꼈었다.


 남궁인은 자신의 버스킹을 마무리하면서 "우리는 생명에 대해 부끄러워할 줄 알아야 한다."고 말한다. 한국은 OECD 국가 중에서 자살률 1위에 다가서고 있고, 가장 즐거워야 할 청소년 세대의 행복지수는 꼴찌를 기록하고 있다. 오늘을 괴로워하는 사람들에게 그의 이야기는 힘이 되었을 것으로 생각한다.



 세 번째로 버스킹을 무대에 올라온 사람은 <은교>의 작가 박범신이었다. 그는 자리에 올라서서 스스로 흙수저라 말하며 자존감을 잃어버린 청춘과 공감하는 버스킹을 했다. 그의 이야기에도 죽음이라는 단어가 있었고, 스스로 포기할 뻔한 자신의 가치를 절망 속에서 찾아낸 이야기를 세세히 전했다.


 그의 버스킹 이야기 주제는 '섹시하게 사는 것'이었다. '섹시'라는 단어로 문득 머리에 떠오르는 모습과 그가 말하는 '섹시'의 개념은 조금 달랐다. 그는 섹시'의 의미를 우리가 생생하게 사는 것이라고 말했다. 일상의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스스로 자책하거나 비하하지 않고 살아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금 한국은 '헬조선'이라는 단어가 지배적으로 사용되고 있는데, 이 단어는 우리 사회가 가진 불평등 구조에 대한 비판이나 '나는 그냥 흙수저다.'라며 주저앉은 우리의 현실이라고 말했다. 분명히 그가 말하는 대로 나와 같은 청년 세대는 스스로 주저앉아있을지도 모른다. 너무나 가진 게 없기 때문에.


 그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나는 '우리 스스로 자책하는 삶을 선택한 게 아니라 자책하는 삶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고 변명하고 싶었다. 왜냐하면, 우리는 어릴 때부터 항상 비교와 경쟁을 통해서 자존감을 잃어버리는 교육을 받았고, 옆에 있는 그 어떤 사람도 낮아진 자존감을 다시 위로해주지 않았으니까.


 그는 자신의 이야기를 하며 "아프니까 청춘이 아니라 이기니까 청춘이다."고 말하며 청춘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기에 지금 이 순간을 열심히 사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가 한 말 중 '모든 좋은 것들은 앞날에 있다'는 말이 굉장히 인상적이었는데, 딱 이 한마디로 오늘의 소중함을 말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말하는 대로 3화>를 통해 만난 세 사람의 이야기는 모두 제각각 달랐지만, 그 공통된 주제는 오늘의 평범한 시간을 소중히 여기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평범하게 여기는 오늘의 이 시간은 누군가는 간절히 바랐을 특별한 시간이고, 이 특별함을 가지고도 잘못된 선택을 하면 안 된다는 메시지였다.


 처음에 햄을 먹으면 굉장히 맛있지만, 일주일 정도 매일 햄을 먹게 되면 맛이 없어진다. 햄의 맛이 떨어진 게 아니다. 우리가 맛에 익숙해져서 맛있다고 느끼지 못하는 것이다. 처음에는 느낀 맛있는 맛을 다시 느끼기 위해서는 '먹지 않는 방법'과 '새로운 먹는 방법'을 찾는 두 개의 선택지가 있다.


 이 두 가지 선택지 중 어느 것을 고를지는 개인의 몫이다. 일상의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새로운 요리법을 찾아내 맛을 느낄 것인지, 아니면, 잠시 손에서 좋은 채 햄의 맛을 느낄 수 있을 때까지 굶주릴 것인지. 우리의 인생도 이와 같다. 지금 굶주리거나 새로운 길을 찾아 나서는 것 또한 맛을 위해서다.


 익숙해져서 맛을 느끼지 못한다면, 그 익숙함의 가치를 다시 생각해보자. 단편적인 조각으로 이루어진 우리의 일상은 우리가 찾아 헤매던 즐거움과 행복이 있었을지도 모른다. 단지, 우리가 몰랐을 뿐…. 이 글을 읽는 많은 사람이 오늘, 지금 이 순간의 가치를 포기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꼭.


 오늘 이 순간이 가장 특별한 블로거 노지를 응원하는 방법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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