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부산행, 이기적인 생존과 휴머니즘의 교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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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럴 때는 양보하지 않아도 괜찮아", "사람이 오는 데 문을 닫아?!"


 우리에게 알 수 없는 재난은 공포라는 이름으로 다가온다. 일본에서 발생한 대지진을 볼 때마다 우리는 많은 걱정을 하지만, 실제로 우리가 지진을 직접 감지하기 전까지는 다른 나라에서 일어난 나와 상관없는 일에 불과하다. 사람은 자신의 눈앞에 닥치지 않는 이상 공포를 느끼기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에 부산에서 알 수 없는 가스 냄새가 퍼지고, 지진의 전조로 보이는 불가사의한 현상을 찍은 사진이 SNS상에서 유언비어로 퍼지면서 사람들은 '혹시?'라는 걱정을 하게 했다. 불과 며칠 전에도 울산에서 발생한 지진 탓에 많은 사람이 진동을 느끼고 불안감을 느낀 터라 큰 논란이 되었다.


 이런 알 수 없는 재난은 곧잘 영화나 소설을 통해서 위기로 그려지기도 한다. 얼마 전에 읽은 장편 소설 <28>은 붉은 눈이 되는 전염병이 재난으로 나왔고, 얼마 전에 본 영화 <부산행>은 알 수 없는 바이러스로 사람들이 좀비처럼 되어버리는 재난이 발생했다. 모두 알 수 없는 '공포'가 된 것이다.


 영화 <부산행>에서 갑작스럽게 퍼진 이상한 전염병은 사람이 사람을 습격하게 했고, 사람에서 사람으로 퍼져나가며 끔찍한 모습을 그렸다. 부산으로 향하는 KTX 열차 내에서 한 명의 감염자가 삽시간에 퍼뜨린 이 끔찍한 바이러스는 사람들을 공포로 몰아붙였고, 생존을 위한 다툼으로 번지게 했다.



 이런 작품을 보면 항상 자신만 살려고 하는 이기적인 인물과 다른 사람을 도우면서 살아남으려는 휴머니즘을 가진 인물이 나온다. 두 종류 모두 마지막까지 끈질기게 살아남지만, 항상 휴머니즘을 가진 인물이 최후에 살아남는 게 전형적인 특징이다. 인간적인 인물이 권선징악의 결말을 맞이하는 거다.


 영화 <부산행>에서 펀드매니저 석우 역을 맡은 공유는 자신의 딸에게 "이럴 때는 양보하지 않아도 돼. 자기가 먼저야."라고 말하지만, 딸은 그런 아버지 석우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지 않는다. 중간까지 자신과 딸 둘이서 살아남으려고 했던 석우는 상화 역을 마동석과 어울리며 조금씩 변하게 된다.


 작품에서는 이렇게 가치관이 변하는 인물도 있지만, 마지막까지 달라지지 않는 인물도 있다. 이런 재난 영화에서 우리가 가장 흥미진진하게 보는 것은 재난으로부터 도망치는 인간의 모습이기도 하지만, 재난 앞에서 본성을 드러내는 인간들의 다투는 모습이기도 하다. 그래서 영화는 무척 재미있다.


 대체로 많은 사람이 휴머니즘을 보여주는 인물에게 더욱 호의적인 시선을 보내지만, 막상 우리가 저런 재난에 처한다면 어떤 모습을 보이게 될까? 인간의 기본적인 도리를 간직한 채로 타인을 위해 움직이는 사람도 있겠지만, 무너진 체계 속에서 자신을 생각하는 게 당연히 여기기도 한다.



 만약 나라면 솔직히 말해서 인간적인 모습을 보여주기보다 어떻게 다른 사람을 적절히 이용하고, 상황을 더욱 냉철하게 분석해서 살아남으려고 갖은 기를 쓸 것 같다. 솔직히 '남을 돕게 되면 내가 당한다.'는 위기가 코앞으로 다가온 시점에서 버리거나 구한다는 두 선택지 중 하나를 고르는 건 어렵다.


 나는 갑작스럽게 좀비화가 된 인간이 다른 인간을 습격하고, 바이러스를 퍼뜨리는 이야기를 만화 <학원묵시록>이라는 작품을 통해 본 적이 있다. 그 만화의 주인공 또한 서로 팀을 만들어서 함께 살아남는 것을 목표로 하지만, 그들에 반대되는 어떤 인물은 자신이 살아남기 위해서 갖은 방법을 동원한다.


 <학원묵시록>에서 등장하는 좀비들은 '녀석들'로 불리면서 머리(뇌)를 터뜨리면 죽는다. 하지만 <부산행>에서는 아무리 머리를 내려치더라도 움직이는 모습을 보여주는데, 아무래도 수위 조절로 머리가 산산조각으로 깨지는 건 보여주지 않은 듯하다. 그래서 좀비를 죽이지 못한 채, 끊임없이 당한다.


 휴머니즘과 이기적인 생존이 부딪히는 재난. 우리가 이런 영화를 좋아하는 이유는 재난에서 살아남기 위한 인간의 발버둥에 몰입하며 볼 수 있기 때문이고, '나는 다른 사람을 돕는 휴머니즘을 가진 인간이다.'는 자기만족을 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영화는 겨우 그런 게 전부인 영화가 아닐까?


 영화 리뷰를 보면 반반 정도로 나누어지는 듯하지만, 더위가 기세를 부리는 오늘 같은 날에 극장을 찾아서 한 번쯤 보는 데에는 아깝지 않은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기억에 남는 것은 마동석의 활약상이 전부이지만, 자세한 이야기는 생략하도록 하겠다. 자세한 이야기는 <부산행>을 직접 보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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