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일본 홈스테이를 통해서 배운 것들
- 여행/일본 여행기
- 2016. 8. 2. 07:30
겁을 먹고 하지 않는 것보다 해보면 얻는 게 있다는 것을 배우다
일본에서 한국으로 돌아오고 약 일주일의 시간이 흘렀다. 일본에 있을 때는 날씨가 무척 더워서 '헉헉'거리는 숨소리가 났고, 가지고 간 손수건으로 시도 때도 없이 땀을 닦으며 지냈었다. 하지만 한국에 돌아오니 조금은 일본보다 덜 할 것 같았던 날씨가 오히려 일본보다 더위가 강한 것 같다.
그런 더위에 지쳐서 하루하루 힘을 잃어가면서 집에서 거의 나가지 않고 지내고 있다. 제일 먼저 일본에서 있었던 일을 정리하고, 책상에 쌓여있는 책을 읽고, 블로그에 글을 쓰고, 피아노 연습을 하면서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다. 이것이 일상이지만, 더위 속에서는 좀처럼 힘이 나지 않는 법이다.
힘이 빠지다 보니 책을 읽거나 글을 쓰다가 지쳐서 문득 눈을 감을 때가 있다. 그렇게 눈을 감고 있노라면 매미 소리가 머릿속에 울리면서 스르르 잠이 들고 만다. 밤이 아니라 낮에 잠시 들어버리는 잠 속에서 꿈을 꾸다가 눈을 뜰 때가 있는데, 문득 '내가 일본에서 보낸 시간은 현실인가?'는 의문이 든다.
그 정도로 거짓말 같았던 4박 5일의 시간은 내가 경험하지 못한 시간이었다. 매일 바뀌지 않는 일상을 보내면서 나는 '새로운 의욕이 샘솟는 삶'을 마음 한구석에서 꿈꿨었다. 하지만 언제나 글로 남몰래 바라고, 행동으로 옮긴 적이 없었다. 나는 이 자리에서 벗어나 새로운 것에 손을 뻗는 게 무서웠다.
사람은 어떻게 할 수 없는 불안감을 마음에 품고 있으면, 좀처럼 새로운 일을 향해 손을 뻗는 일이 어려운 법이다. 이번 일본 홈스테이 또한 그런 불안감이 많았지만, 그래서 정신없이 보낸 기분이 든다. 즐겁게 보낸 시간은 뜨거운 한여름의 낮에 꾼 짧은 꿈이었던 것처럼 멀게 느껴지는 것 같다. (웃음)
겐카이정(玄海町)의 풍경, ⓒ노지
겐카이정(玄海町)의 풍경, ⓒ노지
나는 대학 기말고사 시험이 끝나고 거의 반 히키코모리로 지내고 있었다. 평소 대학에서도 얼굴을 마주해도 인사를 하는 사람이 거의 없었고, 방학을 하면 완전히 주변과 거리가 끊어지기 때문에 할 일은 오직 집에서 책을 읽거나 글을 쓰거나 피아노 연습을 하는 일뿐이었다. 그게 나의 삶이었다.
그래서 문득 일본 홈스테이 일정이 다가오자 '괜히 신청했다.'는 후회가 들었고, '내가 잘할 수 있을까?'는 걱정을 했다. 하지만 그런 고민에 빠져 자기혐오에 빠질 겨를도 없이 일본 홈스테이 일정은 진행이 되었고, 약간의 불안을 안고 있더라도 일본에서 보낸 시간은 정말 즐겁게 보냈다고 생각한다.
낯선 곳에서 낯선 사람을 만나 대화를 나누고, 거리를 좁히는 일은 여전히 어려웠다. 그래도 겉을 서성이지만 않고, 내가 할 수 있는 방법으로 거리를 좁히고자 했다. 덕분에 다음 2학기에 대학에서 우연히 눈을 마주치면 "안녕"이라고 인사할 수 있는 사람을 알게 되었고, 일본에 지인도 생기게 되었다.
일본어 실력이 부족해서 많은 걱정을 했지만, 일본에서 보낸 4박 5일이라는 시간 동안 '부족하다'고만 생각한 일본어 실력에 조금 자신감도 붙을 수 있었다. 뭐, 실력은 제자리걸음이지만, 다음에 '혼자서 '일본 여행을 할 수 있겠다'는 출처 불명의 자신감도 조금 붙었다. 이래서 경험이 중요한 것 같다.
돌고 도는 인생 속에서 과연 이런 인연이 몇 번이나 있을 것이고, 한 번 만난 인연과 재회를 하는 기회는 또 몇 번이나 있을까? 지나고 보면 오늘이 가장 소중한 인연이고, 오늘이 가장 즐거운 기분을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이다. 모르는 것을 배우고, 모르는 곳을 가고, 모르는 사람을 만나기에 인생은 짧다.
겐카이정(玄海町) 여고생 밴드, ⓒ노지
겐카이정(玄海町) 불꽃축제, ⓒ노지
4박 5일이라는 시간을 가지고 인생을 논하는 건 볼품없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내가 보낸 4박 5일이라는 짧은 시간은 평소 문을 열고 지내던 사람과 조금 다르다고 생각한다. 늘 문을 닫은 채로 사람의 손길이 거의 닿지 않는 곳에서 책으로 보이지 않는 벽을 쌓고 지낸 내가 보낸 4박 5일은 특별했다.
처음으로 사람과 어울려서 공동작업을 진행했고, 처음으로 먼저 말을 걸었고, 처음으로 먼저 다른 사람의 평범한 모습을 카메라로 사진을 찍었다. 아무것도 아닌 일이지만, 27년의 인생에서 거의 찾아볼 수 없었던 일의 연속이었다. 어찌 이 시간을 특별하지 않다고 말할 수 있을까? 전례가 없을 정도다.
하지만 나는 이번에 끄트머리를 잡은 인연을 오래 이어나가지는 못할 것이다. 결국은 다시 혼자가 될 것이고, 8월을 맞이해서 다시금 집에서 책을 읽거나 글을 쓰거나 피아노 연습을 하는 게 전부인 오늘처럼 또 시간을 보내게 될 것이다. 사람은 항상 자신이 본래 살아왔던 방식으로 살아가게 되니까.
그렇다고 낙담하거나 내가 잘못됐다고 체념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 열 명의 사람이 있으면, 열 명 모두 살아가는 방식이 다르다. 그게 사람이고, 인생이다. 모두 각자 자리에서 다른 꿈을 꾸고, 다른 방향으로 살아가는 게 우리가 추구해야 할 삶의 진정한 자세라고 생각한다. 남과 같을 필요는 없다.
앞서 말했듯이 돌고 도는 게 인생이다. 만남이 있으면 헤어짐이 있고, 행복이 있으면 슬픔이 있는 법이다. 긴 인생을 놓고 보면 찰나에 불과한 오늘 만남이 즐거움이라면, 또 한 번 즐거운 만남을 만나지 못할 이유는 어디에도 없지 않은가. 지금처럼 할 수 있는 일을 하면서 살면 또 기회가 오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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