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 조절 장애인 내가 오늘을 사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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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싫어해도 사람과 엮이며 살아갈 수밖에 없는 사람의 삶


 요즘 어떤 사람의 돌발적인 범죄가 분노 조절 장애로 인한 충동적 범죄라는 사실을 뉴스를 통해 듣게 되면 나는 내심 불안하다. 나도 불과 2년 전에 받은 정신과 검사에서 분노 조절 장애 증상이 있다는 진단을 받았었고, 이전에도 사람에게 불편한 감정이 많아 일상적인 사회생활이 어려웠기 때문이다.


 솔직히 지금은 많이 달라졌다고 하지만, 아직도 갑작스럽게 찾아오는 분노의 폭발을 조절하는 일은 쉽지 않다. 때때로 내가 스스로 약속한 일정과 평소 잘하던 일을 소화하지 못할 때, 나는 나 자신에게 굉장히 화를 내면서 '이렇게 쓰레기 같이 살면 도대체 어떻게 하려고!?'라며 질책하기도 한다.


 하지만 무엇보다 가장 무서운 것은 나에게 쌓인 분노라는 감정이 일순 폭발하여 다른 사람을 향해 칼날을 겨룰 때다. 대체로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았던 나는 자책을 하거나 자해를 한 적이 꽤 있었지만, 주변 사람이나 물건을 향해서 분노를 쏟아냈던 적도 적지 않았다. 그 순간 이성은 존재하지 않았었다.


 그래서 나는 요즘 분노 조절 장애와 우울증을 앓는 사람 등의 정신적인 질병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에게 쏟아지는 비난을 보면 무섭다. 나에게도 그런 비난이 쏟아질 것 같다는 걱정보다 '나도 저렇게 망가지면 어쩌지?'라는 걱정이 앞선다. 그런 범죄는 저지르지 않았지만, 이성이 날아간 적은 있었으니까.



 불과 얼마 전에도 그런 일이 있었다. 어머니 일을 도와서 양산에 있는 한 기업에 무거운 박스들을 옮기고 있었는데, 무심코 혼잣말로 '아, 시O. 무거워죽겠네.'이라는 말을 중얼거렸다. 그런데 아무런 일도 하지 않고, 뻔뻔이 팔짱을 끼고 물건을 옮기는 모습을 지켜만 보던 직원들이 이를 들었는지 어머니께 뭐라고 했다.


 자세한 내용을 듣지 못했지만, 아무래도 '우리가 물건을 시켰는데, 잠자코 옮기면 될 것이지. 왜 짜증을 내느냐?'라며 작은 갑질을 하며 나를 헐뜯은 것 같았다. 어머니는 곧장 내게 달려와서 "니 직원들한테 욕했나?"라고 다짜고짜 언성을 높이시고, 나는 그런 일 없다고 울컥 짜증을 내며 짐을 옮겼다.


 날씨도 더운 와중에 엘리베이터도 없어서 2층으로 무거운 박스들을 30여 박스를 넘게 옮겨야 하는 상황에서 그렇지 않아도 짜증이 났던 상황이었다. 그런데 8명이 넘는 직원들은 아무것도 켜지 않은 바탕화면만 보고 있거나 팔짱을 끼고 보기만 하고 있으니 화가 날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잘 참으면서 하고 있었다.


 그런데 갑작스럽게 2층 사무실에 쌓았던 짐을 또 다른 창고로 옮겨달라고 요구를 했다. 계속 짐을 옮기다가 화가 솟구친 나는 박스를 집어던질 뻔했는데, 가까스로 자제하고 무겁게 내려놓았다. 가만히 팔짱을 끼고 발을 꼬고 앉아있던 사람은 또 어머니를 붙잡고 나의 태도를 나무라며 횡설수설했다.


 무겁게 짐을 옮기던 나는 너무 어이가 없고 화가 나서 "여기 당신들 사무실이고, 당신들 물품이잖아요. 팔다리 꼬고 앉아 있지만 말고, 조금 도와주세요!"라고 소리쳤더니, 또 갖은 말을 횡설수설 말하기 시작했다. 나는 순간 너무 화가 나서 나도 모르게 손을 뻗어서 그 사람의 목을 조르려고 했었다.


 지금 돌이켜보면 정말 무서운 일이고, 당시에도 머리로는 '이래서는 안 된다.'고 알고 있었지만, 분노에 떠밀린 행동은 좀처럼 통제를 할 수가 없었다. 그때 만약 어머니가 날 밀치면서 멈추지 않았다면, 어떤 일이 벌어졌을지 모른다. 분명히 목을 조르면서 주먹을 휘둘러서 난장판이 되어버렸을 것이다.


 솔직히 지금 생각하면 내가 무심코 중얼거린 혼잣말이 모든 사건의 원인이고, 내가 그 기업의 미련한 갑질을 견뎌내지 못한 탓이다. 하지만 그 순간에는 너무 화가 났다. 왜 내가 이런 취급을 당해야 하고, 왜 어머니가 저런 소리를 들어야 하고, 왜 또 2차적으로 내가 피해를 보아야 했는지 울분이 터졌다.


 그래서 밖으로 나와서 "아아아아아이이이이이, 시바아아아아아알!!!" 하고 고함을 치고 말았는데, 이 일 또한 어머니께 호되게 질타를 당했다. 나 자신도 나와 저 사람들에 대한 화가 치밀어 올라서 조절할 수가 없었다. 만약 내 주머니에 총이 있었다면, 당장 나는 그 사람들을 향해 발포하지 않았을까 싶다.


 분노 조절 장애는 두 가지가 있다고 한다. 하나는 충동적인 분노 폭발형, 또 다른 하나는 습관적 분노 폭발형이다. 나는 전적으로 전자에 해당하는데, 계속 발산되지 않고 속에 쌓여 있던 감정과 스스로 조절할 수 없을 정도의 외부 스트레스를 받게 되면 충동적으로 분노가 폭발해 갖은 반응을 보인다.


 그 반응은 대체로 벽을 주먹으로 치면서 스스로 상처를 입히거나 바깥을 향해 고래고래 고함을 치면서 울분을 토하는 일이 많다. 하지만 때때로 분노를 폭발하게 한 원인이 사람일 경우에는 그 사람에 대한 분노가 커져 살의와 비슷한 감정이 되어 위험한 행동을 나도 모르게 한다. 정말 무서운 일이다.



 그래서 나는 사람과 얽혀서 무언가를 하는 일에 굉장히 무섭다. 내가 순간 통제를 잃어버리고 날뛰게 되면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기 때문이다. 애초에 사람에 대해 좋은 기억보다 나쁜 기억을 많이 갖고 있고, 혐오의 감정에 가까운 분노를 수면 깊이 가라앉히고 있어서 언제 느닷없이 폭발할지 모른다.


 작년에 있던 지스타 행사에서도 나는 네이버 측이 운영하는 이벤트의 관리 엉망에 잠자코 참고 있다가 순간적으로 폭발해서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항의를 했었다. 늘 분노를 마음의 깊은 수면 아래에 가라앉힌 상태로 지내려고 하고, 혼자 있을 때는 최대한 감정에 휘둘리지 않는 연습을 한다.


 <나를 피곤하게 만드는 것들에 반응하지 않는 연습> 같은 책을 읽으면서 타인의 악의와 모진 행동에 반응하지 않고, 스스로 자존감을 낮추며 다른 사람의 태도에 괴로워하지 않는 연습을 나는 오랫동안 해왔다. 그 덕분에 요즘에는 조금 더 나를 마주 보고, 좀 더 머리를 차갑게 식혀서 지낼 수 있었다.


 하지만 이번 사건처럼 도저히 참지 못할 외적 스트레스를 받게 되면, 그동안 쌓인 분노가 마치 해저 화산이 폭발하듯 쏟아져 나와서 조절을 할 수가 없다. 이번 7월 말에 중요한 일정을 앞두고 이런 일이 벌어진 탓에 나는 내심 걱정스럽다. 과연 내가 학교에서 가는 일본 활동에서 잘할 수 있을지….


 솔직히 말하자면, 다시금 이렇게 분노를 터뜨려서 나 자신과 어머니께 의도치 않은 상처를 준 그 기업의 사람들이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밉다. 혐오에 가까운 감정으로 그 사람들을 부정하고 싶다. 모든 일이 미숙한 나의 작은 실수가 초래한 것 같아서 나 자신을 더 갉아먹게 된다. 정말, 죽을 맛이다.


 분노 조절 장애인 나는 오늘도 이렇게 살고 있다. 뼈를 깎는 것처럼 괴로운 오늘 하루를 이겨내기 위해서 다시금 책을 펼쳐서 읽었고, 다시금 피아노 연주에 귀를 기울인다. 그러다 또 자책하며 스스로 상처를 입히고, 보여줄 수 없는 피눈물을 흘리고, 외부를 향해 욕을 내뱉는다. 나는 늘 도돌이표를 마주하며 산다.


하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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