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장학재단 신임 이사장 막말, 대학생으로서 화가 나

반응형

대학 등록금으로 어려운 학생을 말로 폭행한 안양옥 한국장학재단 신임 이사장


 한국 사회에서 많은 대학생, 사회초년생, 자영업자를 비롯한 은퇴를 앞둔 직장인이 공통으로 가지는 꿈은 '적어도 빚 없는 생활을 하고 싶다.'는 꿈이 아닐까 싶다. 우리는 사회생활을 본격적으로 시작하는 대학생부터 빚을 지게 되고, 그 빚은 평생 우리를 따라다니면서 함께 하는 동반자가 된다.


 사업을 하시는 어머니도 종종 외부 업체와 거래가 힘들 때마다 '빚만 없으면 좋겠다.'고 말씀하시고, 어떤 일을 통해 알게 된 공직자 한 분은 "한국에서 생활은 빚과 함께 시작한다. 모두 다 빚을 안고 살아간다."고 말씀하셨다. 내가 20대 중반의 대학생이 되어도 주변에 빚이 없는 사람은 없는 것 같았다.


 지금 아직도 하늘 무서운 줄 모르고 높은 가격에서 떨어지지 않는 부동산을 지니고 있는 사람도 많은 빚을 가지고 있다. 그들은 빚을 내서 부동산을 사들이고, '더 오르면 판다.'는 안일한 생각으로 무리하게 가지고 있으면서 빚을 더욱 늘려가고 있다. 부동산 사회=한국 사회는 곧 빚 사회가 되었다.


 부동산, 즉, 내 집 마련을 위해서 빚을 짊어진 부모님 세대는 아이들을 좋은 학교에 보내기 위해서 또 빚을 냈다. 그렇게 빚을 통해서 대학에 들어가서 본격적인 사회인으로 성장하기 시작하는 대학생들은 시작하기 전부터 빚더미에 앉아있다. 더욱이 대학교는 등록금과 갖은 비용이 더욱 빚을 늘린다.



 정말 순금 24k 금이 가득 들어간 금수저를 물고 태어나지 않은 이상, 대학교에 다니면서 빚이 없다고 말하는 대학생은 찾기 어려울 정도다. 모두 조금씩 학자금 대출을 받고 있고, 비록 학자금대출이 아니라 장학금으로 다니고 있다고 해도 대학등록금과 갖은 비용에 부담을 느끼는 사람은 무수히 많다.


 대학생들은 모두 '내일, 우리의 미래는 빚과 함께 살아가야 한다.'는 절망적인 사실을 알고 있어도 살아남기 위해서 아등바등하고 있다. 대학생들이 많은 사람이 비판하는 '공무원'을 꿈꾸는 이유는 적어도 쌓인 빚을 갚아가면서 사람다운 생활을 할 수 있기 때문이고, 시험으로 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더 나은 선택지를 찾지 못하고, 낭떠러지까지 몰린 대학생들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서 빚을 줄이고, 조금이라도 더 편하게 대학에 다닐 수 있도록 하는 게 아니라 나라 고위 관료는 바보 같은 짓을 벌이고 있다. 특히 한국장학재단의 신임 이사장이 된 안양옥은 대단한 막말을 했다.


 그는 "학생들이 빚이 있어야 파이팅한다!"고 말했다.


 참으로 대단한 막말이다. 도대체 어떻게 생각하면 빚이 있어야 파이팅한다고 말할 수 있을까. 그에게 빚은 부담이 아니라 사는 데에 있어 굉장히 즐거운 것 같다. 그의 발언에 비판의 댓글을 단 것처럼, 그에게는 연봉이 아니라 더 많은 빚을 줘야 할 것 같다. 그렇게 해야 빚을 제대로 알 수 있을 것이다.


 한국장학재단 이사장이 몇 년의 임기인지 모르지만, 그가 그 자리에서 조금의 연봉도 받지 않았으면 좋겠다. 오히려 매년 전임 이사장이 받아간 만큼 돈과 책정된 예산만큼 장학재단에 기부하면서 빚을 늘려가며 '웃는 얼굴'로 지낼 수 있다면, 우리는 그때 비로소 그의 말을 인정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 않은가?


ⓒjtbc 뉴스룸


 빚은 우리가 사람다운 삶을 살지 못하도록 한다. 우리는 갚아야 할 빚이 있다는 사실 하나로 우리의 어깨는 무거워지고, 갑질을 비롯한 갖은 횡포를 당해도 참고 견딜 수밖에 없다. 먹고살 수 있는 길이 막히면 정말 끝장나버리기 때문에 우리는 삶의 질을 전혀 추구할 수 없게 된다. 이게 정상일까?


 하물며 지금도 많은 경제적 부담을 느끼면서 아등바등하고, 자신을 지원해주는 부모님을 향한 미안함을 가슴 한 쪽에 숨기고 있는 대학생들에게 이런 말을 하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나는 그런 말을 했다는 소식을 전해 들으면서 크게 분노했다. 이는 그가 대학생에게 한 일종의 언어폭력이다.


 우리 대학생들은 모두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찾아서,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서 살기 위해서 아등바등 몸부림치고 있다. 물론, 일부 학생은 철이 없어 술로 인생을 망치고 있을 수도 있겠지만, 대체로 많은 학생이 그것보다 더 정상적인 시간을 보낸다. 자신을 위해서, 부모님을 위해서. 단지 그 이유로.


 학생들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서 어떻게 더 장학금을 늘리고, 혜택을 고르게 나눠줄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하는 이사장의 편견이 생각 방식이 참으로 가관이다. 어쩌다 이런 인물이 한국장학재단 이사장이 되었는지 모르겠다. 애초에 박근혜 정부 들어서 제대로 된 인사가 없으니 어쩔 수 없는 일인 걸까?


 그는 "앞으로 장학금을 줄이고, 무이자 학자금 대출을 늘려가겠다."라고 했는데 이것 또한 지금 우리 사회가 나아가야 하는 방향과 정반대의 방향이다. 정부가 약속했던 반값등록금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져버렸고, 우리는 내일도 달라질 수 있는 작은 희망조차 기대할 수 없어 참으로 개탄스러울 뿐이다.


 대학에 봄은 오는가. 문득 그런 말이 머릿속을 스친다.


아직 대학생 신분으로 글을 쓰는 블로거 노지를 응원하는 방법 [링크]



반응형
그리드형(광고전용)

이 글을 공유하기

댓글

Designed by JB FAC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