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호는 안 온 김제동의 톡투유, 이젠 책으로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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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중이 중심이 되는 방송 <김제동의 톡투유, 걱정말아요! 그대>를 책으로 읽다


 요즘 내가 자주 읽는 책은 사람 사는 이야기를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친구가 별로 없고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 힘들 때도 누군가에게 위로를 받기보다 책을 읽으며 이야기를 통해 힘을 얻었다. 특히 사람 사는 이야기는 저 사람도 나처럼 힘든 상처가 있었는데 견뎌낸 모습에 힘을 얻을 수 있어서 좋았다.


 에세이를 통해 사람 사는 이야기를 읽고 다시 예전에 읽은 이나모리 가즈오의 <일심일언>, <왜 일하는가>, <인생에 대한 예의> 같은 책을 읽으면 훨씬 더 마음에 와 닿는다. 지금도 글을 쓰면서 옆에 책을 놓아두고 문득 답답해질 때 책을 읽는데, 말 한 마디 한 마디가 크게 마음을 단단하게 해준다.


 책으로 사람 사는 이야기를 읽으면서 꼭 한 번 이런 이야기를 주고받을 수 있는 장소에도 가보고 싶었다. TV 프로그램을 통해서 알게 된 <김제동의 톡투유, 걱정 말아요 그대> 프로그램은 청중이 중심이 되어 사는 이야기를 나누는 프로그램인데, 그 프로그램에 한 번 참석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TV 화면으로 보던 곳을 직접 눈으로 보니 신기했고, 방송에 다 담지 못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서 좋았다. 현장에 가기 위해서 어머니와 함께 갔다가 전주 한옥 마을 구경도 했고, 그곳에서 사람들의 다르지 않은 사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웃으며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사람은 이렇게 살아가고 있었다.


 요즘에는 방송 개편으로 <김제동의 톡투유, 걱정 말아요 그대>는 일요일 밤 11시부터 방송이 된다. 다음 월요일에 일찍 학교에 나가야 해서 방송을 보기 힘들어 아쉬웠는데, 이번에 <김제동의 톡투유, 걱정 말아요 그대>의 에피소드가 짧은 글과 따뜻한 삽화가 어울려져 책으로 나왔다.


김제동의 톡투유 걱정말아요! 그대, ⓒ노지


김제동의 톡투유 걱정말아요! 그대, ⓒ노지


 내가 좋아하는 프로그램에서 들었던, 혹은 듣지 못한 이야기를 책으로 읽을 수 있게 되어 정말 반가웠다. 나와 크게 다르지 않은 평범한 사람들의 사는 이야기 속에서 같이 고민하는 문제를 읽으면서 방송 프로그램 출연진이 말하는 짧은 답변은 오늘 하루가 왠지 힘든 나에게 힘이 되어준다고 생각한다.


 솔직하게 우리는 삶을 사는 데에 어려울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우리는 인생을 사는 일이 처음이기 때문이다. 인생을 처음 사는데, 처음부터 정답만 고르면서 실수하지 않고 상처 입지 않고 살 수 없다. 만약 그렇게 인생을 살 수 있다고 한다면, 반전이 없는 인생이 과연 재미있을까?


 야구는 1회부터 한 팀이 압도적으로 많은 점수를 뽑아내면, 경기 자체가 재미없어진다. 치열하게 경기를 하면서 중간에 실수가 한 번 나와 안타까운 탄식이 흐르고, 위기 상황을 잘 넘긴 다음 이닝에 홈런을 치는 타자가 나오면 "와아-!!"하며 기쁨의 환호성을 지르게 된다. 인생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김제동의 톡투유, 걱정 말아요! 그대> 책에 이런 글이 있다.


송길영 : 우리는 수많은 '처음'을 겪으며 인생을 보내고 있습니다. 새해 첫날, 첫사랑, 첫이별 등등. 그중에 제일 예쁜 말은 첫 걸음인 거 같아요. 뒤뚱뒤뚱 한 발을 겨우 뗐을 때 아이의 얼굴에는 성취감에서 비롯된 환한 웃음이 나옵니다. 이 단어를 보자마자 생각난 것은, 처음을 응원하고 싶다는 것이었어요.

예를 들어서 많은 기업들이 신입을 뽑지 않습니다. 심지어 알바도 경력자를 선호해요. 하지만 모든 처음은 어색하고 서툴게 마련이고, 누구나 처음이 있어야 그다음이 있지 않나요? 우리가 상대방의 처음에 대해 너무 심한 잣대를 들이대고, 기회조차 주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누구나의 처음을 너그럽게 봐주고 응원하는 사회가 됐으면 좋겠어요. (본문 32)


 우리는 모두 인생을 사는 일이 처음이다. 전생의 기억을 갖고 환생했거나 이세계에서 건너온 경우가 아니라면 누구나 모든 게 서툴기 마련이다. 처음인 인생에서 실수 없이 정답만 고를 수 없고, 굴곡 없는 인생을 살 수는 없다. 만약 남이 나를 응원해주지 않는다면, 내가 먼저 나를 응원해주면 되지 않을까?


김제동의 톡투유 걱정말아요! 그대, ⓒ노지


 그렇게 생각하면 훨씬 더 내가 지금 마주하는 삶의 한 장면이 무겁지만 않을 것이다. 나는 언제나 스스로 '노지야, 힘내자.', '노지야, 괜찮아?', '넌 도대체 뭘 하고 싶어?' 등의 격려를 하거나 안부를 묻거나 질문을 한다. 친구가 별로 없어 혼자 있다 보니 생긴 습관이지만, 무너지지 않기 위한 자구책이다.


 이번에 <김제동의 톡투유, 걱정 말아요! 그대>를 책으로 읽으면서 지나간 이야기를 다시 읽어보면서 나는 또 스스로 나에게 격려를 해주었다. 오늘 나는 내가 이루고 싶은 꿈 중 하나인 '내 책 쓰기'에 도전하고 있는데, 글을 쓰다 보니 '너무 못 쓴 것 같아. 이래도 괜찮을까?'는 걱정이 너무 많이 들었다.


 유명한 작가들처럼 문장력이 뛰어나지도 않고, 받아줄 출판사도 마땅히 없고, 글을 쓰다보니 '이런 글을 누가 읽어줄까?'는 걱정으로 마음이 휘청거렸다. 그때마다 나는 스스로 '힘내자!'고 다짐하고, 앞에서 적은 글을 읽으면서 '잘 적었어! 고개 숙이지 마!'라며 격려를 한다. 나는 이게 처음이니까.


 처음이기에 서투를 수 있다는 것을 스스로 인정하고, 너무 서둘러서 뭘 하기보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일단 한번 해보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김제동의 톡투유> 이야기를 읽으면 많은 사람이 하지 못했던 것에 아쉬워하고, 비록 지금이 힘들어도 해보았던 것에 대해 만족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나는 고작 한번 해봤을 뿐이다>이라는 책에 '그저 지금 할 수 있는 일을 하라'는 문장이 있다. 지금 할 수 있는 일을 하나씩 해나가다 보면 분명히 그 일이 쌓여서 좋은 결과로 돌아올 수 있다. 실패했던 경험도 서투른 행동을 하나씩 바로 잡아나가는 과정으로 생각하면 된다. 그건 어제의 일이니까.


자신에게 주어진 환경을 부정적으로 보고, 불만스러워하며, 고통 받고 있다고 생각할지, 아니면 곤란한 조건과 요구라도 자신을 성장시켜줄 절호의 기회라고 긍정적으로 받아들일지는 자신에게 달려 있다. 어떤 길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도달하는 곳은 너무나 달라진다. 그것은 일도 그렇지만, 인생도 마찬가지다. (이나모리 가즈오 왜 일하는가, p147)


김제동의 톡투유 걱정말아요! 그대, ⓒ노지


 나는 <김제동의 톡투유, 걱정 말아요! 그대>의 이야기가 엮인 이 책을 오늘 어제 겪은 상처로 아파하는 사람에게 소개해주고 싶다. 우리는 모두 처음인 인생을 살고 있고, 누구나 실수한 것과 내가 못난 건 아닐까 하는 괴로움을 마주한다. 하지만 잠시 이야기를 털어놓고, 공감하는 것으로 이겨낼 수 있다.


 며칠 전에 한 친구가 괴롭다는 메시지를 보내왔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친구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괜찮다고 말하며 내가 아는 이야기를 들려주며 토닥여주는 일밖에 없었다. 그렇게 서로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괴로움은 옅어졌고, 친구는 '첫 시작은 짜증 가득이었는데, 지금은 웃음 만빵임.'이라고 했다.


 중간에 <김제동의 톡투유>에 대한 이야기도 나와서 다음에 서울에서 하게 되면 신청해서 꼭 같이 가보자는 말도 나누었다. 결국, 사람의 삶은 이런 모습이라고 생각한다. 그냥 내 말을 들어줄 수 있는 사람이 있고, 서로 사는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자연스러운 웃음을 지을 수 있으면 그게 행복인 거다.


 요즘 혼자 있는 시간의 힘이 중요하게 나오고 있는데, 그 주제는 혼자서 모든 걸 하라는 뜻이 아니다. 혼자 있더라도 나 자신과 대화를 나누면서 나를 알아가고, 다른 사람 때문에 괴로운 일이 있더라도 혼자일 때는 자신을 위해 온전히 시간을 쏟는 게 바로 혼자 있을 수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혼자 있는 시간에 나를 들여다보면 복잡한 마음이 차분해지고, 굳이 내가 다른 사람 때문에 아파할 필요는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다른 사람 때문에 괴로워하는 시간에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시간을 보내는 게 더 좋다. 그게 바로 혼자 있는 시간이 지닌 힘이라고 생각한다.


 <김제동의 톡투유, 걱정 말아요! 그대>는 우리의 이야기다. 책을 읽으면서 외면했던 내 이야기에 귀 기울여보고, 방문을 닫으면서 말하지 않았던 부모님의 이야기에 관심을 가져보고, 아팠던 상처에 연고를 바를 수 있는 이야기다. 오늘 집을 나설 발걸음이 무거운 사람에게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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