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변호사 조들호, 쓰레기죽 사건으로 보여준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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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고발자의 부당해고와 유치원 비리, 그리고 잊지 않아야 할 슬픔을 말하다


 지난주 화요일에 우연히 본 일이 계기가 되어 <동네변호사 조들호>를 보기 시작했다. 어제 방송된 <동네변호사 조들호>에서는 우리 사회에서 한때 큰 문제가 된 어린이집 사건을 다루었는데, 아동 학대가 일어난 어린이집의 사건만이 아니라 아이들에게 먹을 것으로 장난을 친 사건도 함께 다루었다.


 이번에 <동네변호사 조들호>에 사용된 사건 중에서 사실 아동학대 사건은 유치원의 원장이 자신의 비리를 덮기 위해서 꾸민 계략이었다. 즉, 이번 <동네변호사 조들호> 사건은 유치원에서 쓰레기 죽을 만들어서 아이들에게 먹인 급식비 비리와 내부고발자를 대하는 내부의 시선이었다.


 조들호는 효신 선생님을 변호하기 위해서 위장취업을 하기도 하고, 유치원으로 납품되는 음식 재료들을 중간에 빼돌려서 사태를 파악하기도 했다. 드라마인데도 말문이 막힐 정도로 심각한 상태의 음식으로 아이들에게 줄 급식을 했다는 게 끔찍했다. 저런 일은 실제로 있어서는 안 되는데, 근데 있었다!


 유치원과 어린이집에서 이루어진 쓰레기죽 급식은 한때 우리 사회의 큰 파장을 일으켰는데, 시간이 지나서 사람들 사이에서 서서히 잊혀진 사건이었다. 그런데 작년에 한 고등학교에서 식용유 재활용을 비롯하여 음식을 빼돌리거나 몇 번이나 재탕을 한 사실이 밝혀지며 다시 큰 충격을 주었었다.


 나는 세상에서 가장 나쁜 일 중 하나가 사람이 먹는 음식으로 장난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음식점에서도 손님들에게 음식으로 장난을 친 것은 강한 비판을 받았지만, 유치원과 학교 등 아이들이 먹는 음식에 장난을 친 것은 더 강한 비판과 처벌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내 아이라면 절대 못 할 일이다.


ⓒ동네변호사 조들호 KBS


 <동네변호사 조들호> 이런 사건의 모습을 너무나 잘 보여주었다. 대학에서 노동법을 배우고 있어 부당 해고를 당한 선생님의 이야기에 관심이 갔다가 우리 사회가 겪었던, 어쩌면 지금도 사람의 눈이 닿지 않는 곳에서 일어날지도 모르는 급식 비리와 횡령 등의 문제는 대단히 날카로운 지적이었다.


 조들호가 재판에서 억울하게 누명을 쓴 선생님을 구하고, 뻔뻔하게 가면을 쓰고 악랄한 행동을 지속하는 원장을 골탕 먹이는 장면은 대단히 통쾌했다. 그의 딸이 말해줬던 "그대로 먹어봐야 해."이라는 말에서 착안하여 원장 생일 파티에 난입하여 쓰레기 죽을 먹게 만드는 장면은 웃음이 저절로 나왔다.


 제 자식에게는 유기농 채소와 좋은 음식을 먹이지만, 다른 사람 자식에게는 쓰레기 죽을 먹이는 그런 사람은 정말 똑같이 당해봐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런 모습은 여기만 적용되는 사건이 아니다. 사건이 아니라 우리 사회에서 '갑질'이라는 형태에서도 볼 수 있다. 생각해보면 그 사례는 정말 많다.


 오죽하면 아르바이트생이 '남의 집 귀한 자식'이라는 문구가 새겨진 옷을 입고 일할 퍼포먼스를 세웠을까. 무심코 내뱉는 날카로운 한 마디와 무례한 행동을 그대로 내 자식이 당한다고 생각한다면, 절대 그런 행동을 할 수 없다. 부모가 '억' 소리 나는 재벌이 아닌 이상 항상 고개를 숙여야 할 때가 있다.


 <동네변호사 조들호>에서 쓰레기죽 사건으로 보여준 우리 사회가 겪은 문제와 우리가 직면한 문제는 참으로 아팠다. 함께 화를 낼 수 있는 이야기라 더 "무슨 저런 일이 다 있어!!"라며 손가락질할 수 있었고, 조들호 변호사의 통쾌한 복수를 통해서 대리 만족을 느낀 사람도 적지 않으리라고 생각한다.


ⓒ동네변호사 조들호 KBS


 그리고 이번 <동네변호사 조들호>에서는 빼놓을 수 없는 한 장면이 있었다. 점점 공영방송으로서 위치와 가치를 잃어가는 'KBS' 드라마에서 나온 게 한편으로 놀랍게 여겨지는 장면이었다. 그 장면은 조들호 변호사가 유치원 선생님을 변호하기 위해서 법정 앞에 섰을 때 잠시 침묵한 장면이었다.


 조 변호사는 잠시 침묵한 이후에 이렇게 말했다.


"진실을 알고 있는 사람들에게 증인 출석을 부탁했지만 오지 않았습니다. 이번 사건이 쓰레기죽 사건임을 잘 알고 있는 사람들이 사건의 진실을 덮기 위해서 침묵을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본 변호인은 아무것도 밝힐 수가 없습니다.  우리는 불과 몇 년 전 침묵을 하면 모두 함께 가라앉는다는 사실을 함께 겪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침묵을 하는 여러분께 진심으로 호소하고 싶습니다. 침묵은 세상을 바꾸지 못합니다."


 아마 드라마를 보면서 조 변호사가 말한 사실이 무엇인지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으로 생각한다. 불과 얼마 전에 2주기를 맞았던 세월호 사건이다. 세월호 2주기를 맞아 곳곳에서 추모식이 열렸었고, <그것이 알고 싶다>를 비롯한 탐사 프로그램이 추적한 감춰진 사실은 우리가 탄식과 분노하게 했다.


 조들호 변호사가 말한 '진실을 아는 사람들은 침묵하고 있고, 침묵하면 세상을 바꾸지 못한다.'는 말. 정말 지금 우리에게 그대로 다시 한 번 깊이 새겨야 할 말이다. '가만히 있으라'는 말에 떠나보내야 했던 아이들이 있고, 우리 사회에서도 침묵으로 문제를 덮으며 몇 번이고 커다란 실수를 저질렀다.


 침묵은 세상을 바꾸지 못한다. 드라마 <동네변호사 조들호>는 마지막에 이 뜨거운 메시지를 우리에게 전달하면서 19일 이야기의 막을 내렸다. 쓰레기 죽 사건 하나를 가지고 마치 쓰레기 죽처럼 엉망이 된 우리 사회 문제를 골고루 잘 보여준 이야기였다고 생각한다. 이번 이야기를 다른 사람은 어떻게 보았을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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