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4월 13일 총선, 내일은 달라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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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표해야 하는 4월 13일, 우리는 내일 달라질 수 있을까?


 우리가 살면서 맞는 변화는 두 종류가 있다. 한 가지는 어떤 사람으로 인해서 시대가 새로운 흐름으로 흘러가는 변화이고, 또 다른 한 가지는 어떤 제도로 인해서 시대가 새롭게 흘러가는 변화이다. 어느 쪽이라고 하더라도 변화는 우리에게 이전과 다른 가치와 사고방식을 제시해준다.


 이세돌과 알파돌의 대결은 그동안 '발전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데에 그친 인공지능이 대단히 높은 수준에 이르러 우리 시대 변화의 핵심이 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이것은 전형적으로 어떤 사람으로 인해서 새로운 흐름으로 시대가 흘러가기 시작한 모습을 보여주는 사례에 해당한다.


 스티브 잡스가 세상에 선보인 매킨토시와 아이폰, 빌 게이츠가 내놓은 윈도를 기반으로 한 컴퓨터. 그러한 것들 또한 우리 시대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한 사례에 해당한다. 이렇게 한 사람의 기술이 세상을 조금씩 바꾸어나가는 과정은 우리에게 낯설지 않은 풍경이다. 그렇다면, 정치는 어떨까?


 정치 또한 한 사람에 의해서 잘못된 프레임에서 벗어나 앞으로 나아가는 새로운 흐름으로 변화할 때가 있었다. 하지만 한 사람에 의해서 새로운 방향으로 도약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후퇴해버릴 때도 있었다. 정치에서 변화는 한 사람에 의해서 제도와 정책이 바뀌면서 보이지 않는 영향력을 미친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시절에 아주 크게 민주주의가 발전하는 시대의 흐름을 타고 있었다면, 현 박근혜 대통령 시절은 우경화로 퇴색하는 시대의 흐름을 타고 있다. 빈부 격차가 커지고, 과거 군부 시대에 권력을 잡았던 세력이 다시 권력을 잡은 시점에서 이런 변화는 예측 가능했던 모습이라고 생각한다.


도널드 트럼프, ⓒAP


 현재 미국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후보의 막장 연설과 발걸음이 계속해서 커다란 비판을 받고 있다. 하지만 그런 도널드 트럼프를 지지하는 세력은 끊임없이 힘이 강해지고 있고, 그를 반대하는 타국의 시민조차도 자국에서는 그와 비슷한 사람을 지지하는 모습이 보인다. 정말 이상하지 않은가?


 예를 들면, 한국과 일본이 그렇다.


 일본은 전쟁할 수 있는 나라가 되었고, 한국은 앞뒤가 꽉 막힌 한 명이 마음대로 하는 나라가 되었다. 이것은 한 명의 인물이 대단히 제도를 바꾸는 데에 큰 영향을 미쳐서 앞으로 가는 변화가 아니라 뒤로 가는 변화를 일으킨 사례라고 말할 수 있다. 과연 트럼프의 미국과 다른 게 있는지 모르겠다.


 오늘 4월 13일은 총선 투표가 있는 날이다. 어떤 후보를 지지하고, 어떤 정당을 지지하는 것을 문제로 삼고 싶지 않다. 단지 그렇게 지지를 나타내는 한 표가 우리의 내일을 어떤 방향으로 변화시킬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았으면 하는 마음이다. 나는 여전히 내 한 표의 가치는 없다고 말하는 사람이 많아 정말 안타깝다.


 특히 매해 투표를 하지 않는 사람도 많지만, 투표를 하더라도 무효표로 만드는 사람도 적지 않다. 일부러 투표용지에 인쇄된 표의 한중간에 도장을 찍거나 바깥에 도장을 찍거나 하는 등으로 자신의 소중한 한 표를 그냥 버리는 것이다. 이런 사람들이 있는 이상 우리는 내일 달라질 수 없다고 생각한다.


사전투표장 찾은 설현, ⓒsbs news[각주:1]


 사전 투표가 있는 날에 동생은 "내가 뭐 한다고 누가 되고, 누가 떨어지나?"이라는 말을 하면서 투표를 하지 않으려고 했다. 억지로 사전 투표를 하게 했지만, 아마 이런 사람이 적지 않으리라고 생각한다. 정치는 나와 상관없는 일이고, 누가 되더라도 내가 먹고 사느냐 데에는 달라지는 게 없다고.


 얼마 전에 부산에서 택시를 탔을 때도 "총선 앞두고, 요즘 부산은 어떻습니까?"고 여쭌 적이 있다. 기사 아저씨는 허허 웃으면서 "잘하고 있지요."이라고 말씀하시곤 잠시 침묵하신 후에 "우리는 정치 관심 껐어요. 다 똑같은 놈이고, 평소에는 오지도 않고, 투표 안 할 생각입니다."이라고 대답해주셨다.


 결국에는 이런 거다. 정치가 하도 엉망으로 가니까 정치에 관한 관심이 점점 줄어들고, 그들의 막무가내 행동으로 우리는 변화의 기대조차 하지 않게 되어버렸다. 게다가 지금은 정부에 대한 신뢰도가 추락하는 바람에 사전 투표를 하면서도 '투표함'과 관련된 의심을 하는 유언비어가 나오기도 했다.


 이런 상황이 계속되고 있는데, 우리는 내일 달라질 수 있을까? 투표를 해야 하기에 하지만, 우리는 자신도 모르게 내일 맞이할 수 있는 변화의 과정을 지레 포기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변화는 나의 한 표로 시작하지만, 변화를 끌어내는 것은 우리가 적극적인 태도를 보일 때만 가능하다.


 오늘 밤이 지나고, 내일 아침이 되었을 때 우리는 어떤 생각으로 아침을 맞이하게 될지 궁금하다. 투표율이 70%를 밑돌고, 심지어 60%에 이르지 못한다면, 우리의 내일은 달라질 가능성이 없음을 보여준다. 과연, 어떤 모습으로 우리는 내일 아침 뉴스를 보게 될까?


손에 쥔 두 장. 종이의 가치는 의외로 무겁습니다.

1875년의 프랑스. 찬성 353. 반대 352. 왕이 다스리던 프랑스는 그 한 표 차이로 공화국이 됐습니다.

세계사의 엄청난 변화는 바로 한 표 차이로 시작됐던 것이지요.

그보다 전에도 한 표 차이가 있었습니다. 1649년 영국 국왕이었던 찰스 1세는 단 한 표 차이로 처형이 결정돼서 저세상 사람이 됐습니다. 

너무 오래된 남의 나라 일일까요? 그러면 오래되지 않은 우리 얘기를 하지요.

문세표. 16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낙선한 어느 후보의 별명이었습니다. 그는 단 세표가 모자라 선거에 졌습니다. 

재검표 끝에 표차는 2표로 줄어들었고 그래서 더 아까운 그의 별명은 '문두표'.

2008년 고성군수 보궐선거는 딱 한 표 차로 당락이 갈렸고 아예 똑같은 표수가 나와서 선거법에 따라 연장자가 당선된 기초의원도 있었습니다. 

딱 세표. 혹은 한두 표만 더 있었더라면, 누군가에겐 천지가 뒤집혔을 결과들이었습니다.

단돈 100원이 들어간, 후루룩 날아가 버릴 것만 같은 그 한 표는 실은 왕의 목을 칠 수도 있었고, 누군가를 천당과 지옥을 오가게 할 수도 있었습니다.

정치인들이 갑자기 재래시장을 찾고, 4년에 한 번 씩 시키지도 않았는데 여러분 앞에 무릎을 꿇는 이유는….

정치인들은 알고 있고, 투표를 포기하는 유권자들은 모르는, 이틀 뒤면 세상에 나올 얇은 종이 두 장의 무게 때문입니다.


- 손석희 앵커브리핑 중에서 [링크]



  1. 총선 홍보대사 설현, "저도 투표하러 왔어요" : http://goo.gl/8Y7h2U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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