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다고 공천 못 받는다고 말한 의원님께
- 시사/사회와 정치
- 2016. 2. 27. 07:30
시민의 권리를 지켜야 하는 국회의원이 그런다고 공천받겠어요?
우리 시민들의 사생활과 권리를 침해할 가능성이 큰 대 테러방지법을 막기 위해서 아직도 국회에서 필리버스터가 오늘(26일)도 계속되고 있다. 정말 '대단하다'는 말밖에 나오지 않는 야당의 필리버스터는 단순히 야당이 여당에 끌려가지 않기 위한 억지가 아니라 기본을 지키기 위한 강구책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역시 자신이 독재자의 딸임을 증명하듯, 야당의 필리버스터에 대해 '어느 나라에서도 이런 모습을 볼 수 없다.'라고 말하며 책상을 내리칠 정도로 강하게 화를 냈다고 한다. 아마 박근혜 대통령은 다른 나라는 나라의 수장과 의원이 얼마나 소통하고 토론을 하는지 모르는 것 같다.
시민의 의견에 귀를 열거나 반대 세력과 토론을 하는 게 아니라, 제 고집으로 밀어붙이고 국회의장에 압력을 행사하는 망나니 같은 행동을 어느 나라가 하겠는가. 아마 박근혜 대통령이 그렇게 물고 늘어지는 북한 같은 독재 국가, 비정상적인 집단만 불통을 고집하면서 책상을 내려칠 것이다.
여당과 정부 측은 야당의 필리버스터를 총선을 앞둔 '쇼'에 지나지 않는다며 어떻게 해서라도 의미를 깎아내리려고 하고 있다. 야당의 필리버스터에 대항해 국회 앞에서 피켓 시위를 하기도 하고, 엄마 부대 같은 이상한 집단을 이용해서 여론은 등을 돌리고 있다는 듯이 저항하고 있다.
ⓒ오마이뉴스 남소연
이번 필리버스터를 통해 많은 사람이 눈물을 흘리며 공감하는 이야기도 나왔고, 당연히 고개를 끄덕이며 왜 우리가 대 테러방지법에 반대해야 하는지도 알 수 있었다. 김광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황교안 총리에게 말했던 것처럼, 있는 것부터 제대로 한다면 아무런 문제가 없는데 말이다.
여당 의원의 야당 의원에 대한 발언의 공격성은 참으로 저질스러운 말이 많았다. 그중 하나가 장시간 필리버스터를 이어간 은수미 의원에게 한 "그런다고 공청 못 받아요."이라는 말이 아닐까 싶다. 이 말은 이후 SNS상에서 화자가 되며 많은 패러디를 낳을 정도로 어처구니없는 말이었다.
마치 여당 의원은 자신이 공천을 받기 위해서 과감히 'NO'라는 외침을 하지 않고, 언제나 부정부패에 고개를 돌리면서 권력에 충성을 당하는 것을 스스로 증명한 것 같았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을 수도 있는 곳에서 목소리를 내는 일이 공천을 받기 위한 퍼포먼스로 받아들일 정도니 오죽할까.
나는 "그런다고 공천 못 받아요."이라고 말한 여당 의원에게 묻고 싶다. 당신은 공천을 받아서 도대체 무엇을 하려고, 공천을 받을 수 있는 당과 권력이 좋아하는 짓만 하고 있는지. 국회의원이라는 자리는 시민의 이익을 대변하는 동시에 권리를 지키기 위한 자리인데, 도대체 무엇을 하는 건지.
강기정 의원, ⓒSBS
강기정 의원은 필리버스터를 하기 위해서 단상에 올라서기 전부터 자신이 전략 공천으로 인해 자신의 지역구에서 공천이 제외될 수 있다는 사실을 듣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그런 것에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는 자신이 겪은 일부터 시작해서 국정원의 부당함, 대 테러방지법의 반대 이유를 밝혔다.
이런 게 국회의원이다. 이런 게 사람이다. 단순히 권력욕에 모난 돌이 되는 것을 두려워하며 대통령의 호통에 금세 꼬리를 내리고 몸을 덜덜 떨고, 당 대표 앞에서 90도로 허리 숙여 인사하는 게 아니라 시민들이 고함치면 "죄송합니다."고 사과하고, 시민들 앞에서 허리 숙여 인사할 줄 아는 게 사람이다.
이미 많은 사람의 깊은 기억 속에 묻혀버린 드라마 <추적자>와 최근에 종영된 드라마 <어셈블리>, 그리고 영화 <내부자들>은 있을 법한 이야기를 지어낸 허구다. 하지만 우리 눈앞에 비치는 권력자들의 모습을 보고 있으면, 과연 이 모든 게 불편한 허구인지 불쾌한 현실인지 구별이 되지 않는다.
이 글을 읽으면서 찬성하거나 반대하는 당신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가? 마지막으로 짧은 글을 남기고 싶다. "그런다고 공천 못 받아요."이라고 말한 의원에게, 여당과 야당 어디라도 권력을 잡기 위해서 강하게 불평불만을 하는 '시민의 대표임을 잊고 있는 정치인'에게 전하고 싶다.
그런다고 공천 못 받아요. 네. 그렇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에게 진실하게 충성하고, 진실한 박근혜 사람으로 불리는 진박 마케팅을 펼치는 여러분. 공천 좀 받으셨습니까? 당신들에게 시민은 그저 개·돼지에 불과한 대중이겠죠. 시민의 기본권이 아무리 침해를 당하더라도 당신들은 상관없겠죠.
오랫동안 꾸준한 지지를 해주는 콘크리트 층이 있고, 무조건 물타기를 통해서 빠져나갈 구멍도 잘 파악해두셨을 테니까요. 자신들이 발의한 법안이 자신에게 칼이 되어 돌아오니 당황하셨죠? 하지만 그 덕분에 당신들은 칭찬을 좀 받았습니다. 그러니 지금이라도 제대로 정치를 하시는 게 어떻습니까?
시민의 권리를 지켜주지 못해도 지지를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잘 생각해보십시오. 존경과 지지와 배려는 자신이 먼저 했을 때 비로소 받을 수 있는 겁니다. 지금처럼 엉뚱하게 긴급 상황이다, 종북 세력이다, 백번을 말해보십시오. 그런다고 자유와 민주주의를 지키려고 하는 사람들이 없어질 수 있는지!
국민을 테러 위협에 놓고 있는 것은 테러 방지법이 제정되지 않는 것이 아니라 테러 수준에 이르는 무능한 대통령과 애완견처럼 '왈왈' 꼬리를 흔들며 짖는 당신들의 책임입니다. 이미 많은 시민은 그것을 알고 있습니다. 시민들은 책상을 내려치다 못해 손이 빨갛게 부었다는 사실을 잊지 마셨으면 좋겠습니다.
이 글을 공유하기